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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파초병(芭蕉甁.파초잎 모양의 병) 양(量)의 술도 마시지 못하면서도 술잔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 기뻐 날뛰며, 주객(酒客)들과 어울릴 때는 밤을 새지 않으면 그만두지 않으므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사이가 아니면 나의 주량(酒量)이 적다는 것을 모른다. 요즘 마을에 주도(酒徒)들이 무척 많아졌으나 상정(觴政.술 마시는 의식)을 익히지 않으니 너무 서툴다고 여겨진다. 대저 조구(糟丘.많은 술찌꺼기로 술 속에 빠져 있음을 비유)와 함께 살면서도 주법(酒法)을 닦지 않는 것은 이 또한 영장(令長.저자 자신을 지칭)의 책임이므로, 이제 고법(古法) 중에서 간결 적절한 것을 채택하고 이어 새 조항을 첨가하여 이름을 상정이라 하였으니, 주객이 된 이가 각기 1부씩 간수해 둔다면 취향(醉鄕)의 좋은 법령이 될 것이다.
1. 이(吏)
대저 술을 마시는 데는 한 사람을 명부(明府.주석의 어른을 말함)로 삼아 술잔 조절을 맡게 하되, 술이 약하게 진행되면 이는 광관(曠官.직무를 태만히 하는 것)으로 냉(冷)이라 이르고, 술이 거세게 진행되면 이는 가정(苛政.가혹한 정치)으로 열(熱)이라 이른다. 또 한 사람을 녹사(錄事)로 삼아 좌객(座客)들을 규찰(糾察)하게 하되, 모름지기 음재(飮材)가 있는 이를 택해야 한다. 음재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으니, 말을 잘하는 것과 음률(音律)을 아는 것과 주량이 큰 것을 말한다.
2. 도(徒)
주도(酒徒)를 선택하는 데 12가지가 있다. 즉 말을 잘하면서도 아첨하지 않는 자, 기백이 약한 듯하면서도 쉽게 쏠리지 않는 자, 눈짓으로 하는 주령(酒令)을 보고도 되풀이가 필요하지 않는 자, 주령이 시행되면 온 좌중에서 호응하고 나서는 자, 주령을 들으면 즉시 이해하여 재차 문의하지 않는 자, 고상한 해학을 잘하는 자, 좋지 않은 술잔[曲爵]을 차지하고도 아무 말이 없는 자, 술을 받게 되어서 술의 좋고 나쁨을 논하지 않는 자, 술을 들면서 거동에 실수가 없는 자, 아예 만취가 되었을지언정 술잔을 둘러엎지 않는 자, 제목에 따라 시를 지을 수 있는 자, 술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흥취가 밤새도록 발발하는 자이다.
3. 용(容)
기뻐서 마실 때에는 절제가 있어야 하고, 피로해서 마실 때에는 조용해야 하고,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소쇄(瀟洒)한 풍도가 있어야 하고, 난잡한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규약이 있어야 하고, 새로 만난 사람과 마실 때에는 한아(閒雅)ㆍ진솔(眞率)해야 하고, 잡객(雜客)들과 마실 때에는 꽁무니를 빼야 한다.
4. 의(宜)
대저 술에 취하는 데는 각기 적절함이 있다. 즉 꽃에서 취할 때에는 대낮을 이용하여 해의 광명을 받아야 하고, 눈[雪]에서 취할 때에는 밤을 이용하여 눈의 청결(淸潔)을 만끽해야 하고, 득의(得意)에 의해 마실 때에는 노래를 불러서 그 화락(和樂)을 유도해야 하고, 이별에 의해 마실 때에는 바리때[鉢]를 두들겨서 그 신기(神氣)를 장쾌하게 해야 하고, 문인(文人)과 취할 때에는 절조와 문장을 신중하게 하여 그의 수모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준인(俊人)과 취할 때에는 술잔의 기치(旗幟)를 더하여 그 열협(烈俠)을 도와야 하고, 누각에서 취할 때에는 여름철을 이용하여 그 시원함을 의뢰해야 하고, 물에서 취할 때에는 가을철을 이용하여 그 상쾌함을 돋워야 한다. 일설(一說)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달에서 취할 때에는 누각이 적절하고, 여름철에 취할 때에는 배[舟]가 적절하고, 산에서 취할 때에는 그윽한 곳이 적절하고, 가인(佳人)과 취할 때에는 얼근하게 마시는 것이 적절하고, 문인(文人)과 취할 때에는 기발한 말솜씨에 까다로운 주법(酒法)이 없어야 하고, 호객(豪客)과 취할 적에는 술잔을 휘두르면서 호탕한 노래를 불러야 하고, 지음(知音)과 취할 때에는 오희(吳姬.미인)의 맑은 목소리에 단판(檀板.악기 이름)을 쳐야 한다.”
5. 우(遇)
마시는 데 5가지의 합(合)과 10가지의 괴(乖.어그러질)가 있다. 시원한 달이 뜨고 좋은 바람이 불고 유쾌한 비가 오고 시기에 맞는 눈이 내리는 때가 첫째의 합이요, 꽃이 피고 술이 익는 때가 둘째의 합이요, 우연한 계제에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것이 셋째의 합이요, 조금 마시고도 미친 흥이 도도한 것이 넷째의 합이요, 처음에는 울적하다가 다음에는 화창하여 담론(談論)이 금시에 민첩해지는 것이 다섯째의 합이다.
날씨가 찌는 듯하고 바람이 조열(燥烈)한 때가 첫째의 괴요, 신정(神情)이 삭막한 때가 둘째의 괴요, 특별한 자리에서 주량(酒量)이 걸맞지 않는 것이 셋째의 괴요, 주객(主客)이 서로 견제하는 것이 넷째의 괴요, 초초(草草.분주한 모양)히 수응(酬應)하여 마치 시간 여유가 없는 듯하는 것이 다섯째의 괴요, 억지로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여섯째의 괴요, 신을 신은 채 자리를 옮겨가면서 귀엣말을 주고 받는 것이 일곱째의 괴요, 약속에 의해 야외에 나갔을 때 날씨가 몹시 흐리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여덟째의 괴요, 길이 먼데도 날이 어두워져서야 돌아가기를 생각하는 것이 아홉째의 괴요, 손이 훌륭하면서도 다른 약속이 있거나 기생이 즐거워하면서도 다른 급한 일이 있거나 술이 진하면서도 변하였거나 적(炙)이 아름다우면서도 식은 것이 열째의 괴이다.
6. 후(候)
즐거운 것에 13후(候.징후)가 있으니, 그 시기를 얻은 것이 첫째요, 주객(主客)이 오랜만에 만난 것이 둘째요, 술이 진하고 주인이 단엄(端嚴)한 것이 셋째요, 술잔을 들기 전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이 넷째요,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벌칙이 있는 것이 다섯째요, 막 마시려면서 안주를 거듭 들지 않는 것이 여섯째요, 주석에서 우왕좌왕하지 않는 것이 일곱째요, 녹사(錄事)의 거동이 씩씩하고 주법이 엄격한 것이 여덟째요, 명부(明府)가 사사로운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아홉째요, 자기의 책임을 남에게 떠맡기지 않기로 하는 것이 열째요, 남의 책임을 자기가 대신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열한째요, 주력(酒力)을 믿지 않는 것이 열두째요, 가녀(歌女)와 주노(酒奴)가 사람의 뜻을 미리 알아서 거행하는 것이 열셋째이다.
즐겁지 못한 것에 16후(候)가 있으니, 주인이 인색한 것이 첫째요, 손이 주인을 무시하는 것이 둘째요, 좌석의 포진(鋪陣)이 난잡하여 정연하지 못한 것이 셋째요, 실내가 어둡고 등불이 희미한 것이 넷째요, 풍악이 원활하지 못하고 기생이 교만한 것이 다섯째요, 나라의 정사(政事)를 의논하는 것이 여섯째요, 교대해가면서 해학하는 것이 일곱째요, 자리에서 어지러이 일어나는 것이 여덟째요, 귀엣말로 소곤거리는 것이 아홉째요, 규칙을 무시하는 것이 열째요, 취중에 마구 지껄이는 것이 열한째요, 앉은걸음으로 왔다갔다하는 것이 열두째요, 평두(平頭.두건 이름) 차림으로 술을 훔쳐 마시거나 술에 취해 나자빠지는 것이 열셋째요, 손의 하인이 어리석고 불측한 것이 열넷째요, 깊은 밤중에 주석에서 도망치는 것이 열다섯째요, 광화(狂花)와 병엽(病葉)이 열여섯째인데, 소위 음류(飮流)로서 눈을 흘기는 것이 광화이고 눈을 조는 것이 병엽이다. 기타 주석(酒席)에서의 해마(害馬)는 으레 내쫓아야 하는데, 해마란 언사(言辭)가 저속하고 거동이 점잖지 못한 따위이다.
7. 전(戰)
양(量)으로 마시는 자는 큰 잔으로써 겨루고, 기(氣)로 마시는 자는 육박(六博)과 주사위로써 겨루고, 취(趣)로 마시는 자는 이야기로써 겨루고, 재(才)로 마시는 자는 시부(詩賦)와 악부(樂府)로써 겨루고, 신(神)으로 마시는 자는 그림[畫]으로써 겨루어야 하는데, 이것을 주전(酒戰)이라 한다. 그러나 경(經)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이 도리어 싸우지 않아서 누(累)가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8. 제(祭)
대저 술을 마시는 데 반드시 그 시조(始祖)에게 제(祭)하는 것은 예(禮)이다. 지금 선보(宣父.공자)를 주성(酒聖)으로 높여 제하는 것은, 선보가 술을 한량없이 마셔도 혼란한 경지에는 이르지 않았다 하여 음계(飮界)의 시조로 삼은 때문이니, 선보는 바로 음계의 종주이다. 여기에 사배(四配)로는 완사종(阮嗣宗.완적)ㆍ도팽택(陶彭澤.도잠)ㆍ왕무공(王無功.왕적)ㆍ소요부(邵堯夫.소옹)를 모시고, 십철(十哲)로는 정문연(鄭文淵.정천)ㆍ서경산(徐景山.서막)ㆍ혜숙야(嵇叔夜.혜강)ㆍ유백륜(劉伯倫.유령)ㆍ상자기(向子期.상수)ㆍ완중용(阮仲容.완함)ㆍ사유여(謝幼輿.사곤)ㆍ맹만년(孟萬年.맹가)ㆍ주백인(周伯仁.주의)ㆍ완선자(阮宣子.완수)를 모시고, 산거원(山巨源.산도)ㆍ호모언국(胡母彦國.호모보지)ㆍ필무세(畢茂世.필탁)ㆍ장계응(張季鷹.장한)ㆍ하차도(何次道.하충)ㆍ이원충(李元忠)ㆍ하지장(賀知章)ㆍ이태백(李太白.이백) 이하는 양무(兩廡)에 모셔야 한다. 그리고 의적(儀狄)ㆍ두강(杜康)ㆍ유백타(劉白墮)ㆍ초혁(焦革)의 무리는 다 술 빚는 법으로 이름을 얻었을 뿐, 음도(飮徒)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아직 곁채에 제하여 양객(釀客.술을 잘 빚는 사람)들을 정표(旌表)하는 것이 마치 교궁(校宮)에 토주(土主)를 제하고 사찰에 가람신(伽藍神.절을 수호하는 신)을 제하는 것과 같다.
9. 전형(典刑)
조참(曹參)ㆍ장완(蔣琬)은 국(國)으로, 육가(陸賈)ㆍ진준(陳遵)은 달(達)로, 장사량(張師亮.장제현)ㆍ구평중(寇平仲.구준)릉 호(豪)로, 왕원달(王元達.왕탐)ㆍ하승유(何承裕)는 준(儁)으로, 채중랑(蔡中郞.채옹)은 문(文)으로, 정강성(鄭康成.정현)은 유(儒)로, 순우곤(淳于髡)은 해학으로, 광야군(廣野君)은 변재(辯才)로, 공북해(孔北海.공융)는 사기(肆氣)로, 취전(醉顚)ㆍ법상(法常)은 선(禪)으로, 공원(孔元.공원방)ㆍ장 지화(張志和)는 선(仙)으로, 양자운(揚子雲.양웅)ㆍ관공명(管公明.관노)은 현(玄)으로, 백향산(白香山.백거이)은 자적(自適)으로, 소자미(蘇子美.소순흠)는 분기(憤氣)로, 진훤(陳暄)은 우직(愚直)으로, 안광록(顔光祿.안연지)은 긍기(矜氣)로, 형경(荊卿.형가)ㆍ관부(灌夫)는 노기(怒氣)로, 신릉(信陵)ㆍ동아(東阿)는 비감(悲感)으로 마시었다. 이상 제공(諸公)이 다 음류(飮流)는 아니나 그 흥(興)에 따라 감회를 표현하였으므로 줄곧 추앙을 받아왔으니, 그 유(類)를 미루어본다면 모두 다 주석(酒席)의 고수(高手)요 음류의 표본이다.
10. 장고(掌故)
대저 육경(六經)과 《논어》ㆍ《맹자》 등에 보이는 음법(飮法)이 다 주경(酒經)이 될 수 있고, 이하로는 당 나라 여양왕(汝陽王) 진(璡)의 《감로경(甘露經)》과 《주보(酒譜)》, 왕적(王績)의 《주경(酒經)》, 유현(劉炫)의 《주효경(酒孝經)》과 《정원음략(貞元飮略)》, 두자야(竇子野.두평)의 《주보(酒譜)》, 주익중(朱翼中)의 《북산주경(北山酒經)》, 이보적(李保績)의 《주경(酒經)》, 호씨(胡氏)의 《취향소략(醉鄕小略)》, 황보송(皇甫松)의 《취향일월(醉鄕日月)》, 후백(侯白)의 《주율(酒律)》 등 모든 음류(飮流)가 지은 기전(記傳)ㆍ부송(賦誦)이 내전(內典)이 될 수 있고, 《장자(莊子)》ㆍ이소경(離騷經)ㆍ한사(漢史)ㆍ남북사(南北史)와 고금(古今)의 일사(逸史)ㆍ세설(世說)ㆍ《안씨가훈(顔氏家訓)》과 도정절(陶靖節.도잠)ㆍ이두(李杜.이백과 두보)ㆍ백향산(白香山.백거이)ㆍ소옥국(蘇玉局.소식(蘇軾)ㆍ육방옹(陸放翁.육유)등의 문집(文集)이 외전(外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시여(詩餘.장단구로 된 시체)로는 유사인(柳舍人.유공권)ㆍ신가헌(辛稼軒.신기질) 등의 것이 있고, 악부(樂府)로는 동해원(董解元)ㆍ왕실보(王實甫)ㆍ마동리(馬東籬.마치원)ㆍ고칙성(高則誠.고명) 등의 것이 있고, 전기(傳奇)로는 《수호전(水滸傳)》ㆍ《금병매(金甁梅)》 등이 일전(逸典)이 될 수 있으니, 이를 익히지 못한 자는 보면옹장(保面甕腸.식견이 좁은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음도(飮徒)가 될 수 없다.
11. 형서(刑書)
기색(氣色)이 교만한 자는 묵형(墨刑.피부에 먹물로 자자하던 형벌)에, 기색이 아첨스러운 자는 의형(劓刑.코를 베던 형벌)에, 남의 눈치만 살피는 자는 궁형(宮刑.불알을 까던 형벌)에, 말 속에 기교(機巧)가 숨은 자는 질곡형(桎梏刑.사지를 구속시키는 형벌)에, 생각이 깊어서 비밀스러운 자는 귀신형(鬼薪刑.종묘에서 쓰는 땔나무를 담당하게 하던 형벌)에, 명령을 거부하는 자는 체임(遞任.벼슬을 갈아치우는 것)에, 경솔히 출두(出頭)하는 자는 소영형(慅嬰刑.베로 끈을 한 흉관의 꾸밈새로 옛날 죄인에게 착용시켰음)에, 의례(儀禮)를 실수한 자는 애필형(艾畢刑.궁형대신 창백색의 옷을 입히던 형벌)에, 놀이가 끝나지도 않아서 떠나기를 청하는 자는 비리형(菲履刑.짚신을 신게 하던 형벌)에, 좌객(座客)을 통틀어서 질욕(叱辱)한 자는 성단형(城旦刑.매일 일찍 일어나서 성을 쌓게 하던 형벌)이나 용형(舂刑.쌀을 찧게 하던 여인의 형벌)에, 사문도(沙門島)의 무리가 망령되어 주광(酒狂)을 가탁해서 설사(雪使.한나라 소무가 흉노에게 사신으로 갔을 때 흉노가 설교속에 연금시켜 놓았으므로 그를 가리키는 말)인 체 으스대거나 그 일당을 몰아다가 이를 본받게 하는 자는 대벽형(大辟刑.사형)에 해당된다.
12. 품제(品第)
대저 맑은 빛깔에 맛이 시원한 술은 성인(聖人)이고, 황금 같은 빛깔에 맛이 진한 술은 현인(賢人)이고, 검은 빛깔에 맛이 시큼한 술은 우인(愚人)이며, 유양(糯釀.찹쌀로 빚은 것)으로서 사람을 취하게 하는 술은 군자(君子)이고, 납양(臘釀.동지뒤 셋째 술일에 빚은 것)으로서 사람을 취하게 하는 술은 중인(中人)이고, 주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사람을 취하게 하는 소주(燒酒)는 소인(小人)이다.
13. 배표(杯杓)
옛날의 옥배(玉杯)나 옛날의 요기(窯器)가 최상품이고, 서각(犀角)이나 마노(馬瑙)로 된 것이 다음이고, 근대(近代)에서 가장 좋은 자기(瓷器)가 그 다음이고, 황백금(黃白金)으로 된 파라(叵羅.술잔 이름)가 하품이고, 소라 모양[螺形]에 밑이 뾰족하고 몇 군데 굽이가 진 것이 최하품이다.
14. 음저(飮儲)
술 마실 때의 요리를 안주[飮儲]라 하는데, 첫째는 청품(淸品)으로 선합(鮮蛤.날참조개의 고기)ㆍ조감(糟蚶.살조개의 고기로 요리한 것)ㆍ주해(酒蟹.게로 요리한 것)의 유이고, 둘째는 이품(異品)으로 웅백(熊白.곰 등부위의 기름으로 맛이 좋음)ㆍ서시유(西施乳.복어)의 유이고, 셋째는 이품(膩品)으로 염소와 양이나 거위고기 구이의 유이고, 넷째는 과품(果品)으로 송자(松子)ㆍ행인(杏仁)의 유이고, 다섯째는 소품(蔬品)으로 날죽순[鮮筍]ㆍ이른 부추[早韭]의 유이다.
15. 음식(飮飾)
비자나무[榧子]로 된 궤(几), 환한 창문, 제때에 핀 꽃과 아름다운 나무, 겨울철의 장막[幕], 여름철의 녹음, 수놓은 치마, 덩굴로 된 자리이다.
16. 환구(歡具)
바둑판과 크고 작은 병, 광주(觥籌.술잔의 수를 세는 산가지)와 주사위, 옛적의 솥과 곤산현(崑山縣)의 지패(紙牌), 예쁜 동녀(童女)와 시사(侍史.측근에서 문서를 맡은 사람), 자고침(鷓鴣沈.반점이 있는 가장 좋은 침향), 다구(茶具)와 오(吳) 나라 때의 종이와 송(宋) 나라 때의 벼루와 아름다운 먹[墨]이다.
석공(石公)은 술잔만 보아도 대뜸 취하곤 하는데, 어찌 일개 백의(白衣.술을 못한다는 비유)로써 취향(醉鄕)의 영수가 되려 하겠는가. 그러나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어 싸우는 데는 용장(勇將)이 아니면 무용을 발휘할 수 없지만, 용장을 거느리는 대장은 그렇지 않다. 즉 유후(留侯.장량)는 그 얼굴이 여인과 같다 해서 만인적(萬人敵)의 대장이 아니라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석공은 음략(飮略)에 정통하고 주해(酒解)에 심오하므로 조구(糟丘)의 패왕(霸王) 자리를 여러 동지 모두가 석공을 추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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