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자신화 엘 카디온 2기 1화입니다. 텍스트 무비의 끝을 쓰기 무지 힘들어서 포기후(..) 여기에 올립니다.
전편은 The Brave World(cafe.daum.net/braveworld)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창작게시판에서 글쓴이 M.K = 갓 실버리온으로 검색해 주세요.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godsilver.egloos.com)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2기 1화는 텍스트 무비의 하-중편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즐겨주십시오.
---영겁의 시간에 전쟁이 흘러갔다.
그런 시간이 있었다.-----
"호오."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무척이나 밝은 빛의 안에서.
---무척이나, 어둡게 웃고 있었다.
"설마 이 흐름에 절망왕이 나타날 줄은. 정말 재미있군."
그의 주위에 넘쳐 흐르는 은빛의 빛 속에서, 서로 다른 빛이 충돌하고 있었다.
----하나는 절망의 회색.
----하나는 용기의 금색.
"절망왕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 유명한 녀석도 나왔다는 소리인데...."
두 색은 한 곳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충돌하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빛을 따라, 갑자기 무수한 빛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크큭. 그 무거운 파뉴시아도 이래서야 움직일 수 밖에 없지. 조정자들을 내보냈나."
남자는 웃었다.
"이래서야, 내가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하하하하!!"
광기의 미소가, 차원의 틈새에서 울려퍼졌다.
---영겁의 시간에 전쟁이 흘러갔다.
그런 시간이 있었다.-----
----도쿄, 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었다.
일본의 수도로, 극도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도시였다.
하지만, 그 도시는 이제 지도에 사라졌다.
있는 것은, 거대한 사막 뿐.
사막의 탄생, 그 하루 전날.
지구는, 용자들을 잃었었다.
도쿄가 완전 파괴되고 일주일 후.
다카즈키 세이지는, 멍하니 그 사막을 내려보고 있었다.
여기에서 보면 아주 잘 드러났다. 도쿄의 수도였던 그 넓은 공간이, 아무것도 없는 사막으로 탈바꿈 한 것에 대한 황당함과 당혹감이, 잘 드러났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사막으로 변해버린 것도 무리가 아닐지도 몰랐다. 적어도 EI-01 파즈다와 용자군단이 벌인 혈전은, 스파클 브레이브즈가 전한 것과, GGG 베이타워 기지가 기록한 영상에서 보는 것 이상의 처참한 결전이 분명했다.
그레이트 마이트가인, 그레이트 다간 GX, 파이어 제이데커, 마이트 어드벤져, 마이트 아머, 페가서스 세이버, 랜드 바이슨, 세븐체인져, 슈퍼 빌드 타이거, 섀도우 마루, 그리고, 가오가이가의 가이.......그들을 잃은 결전이 있었던 것임에 틀림 없었다.
확실히, GGG나 엘 카디온이 기록한 마지막 영상에서 볼때, 도쿄는 처참한 폐허였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기록한 마지막 영상에서는 도쿄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의 눈에도, 폐허가 된 도쿄가 분명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영상기록이 다시 시작된 30분 후, 도쿄는 사막으로 되어 있었다.
---그의 기억은, 없다.
"세이지."
그를 부르는 소리에, 세이지는 뒤로 시선을 던졌다. 품에 도시락 꾸러미를 안은 히카루가,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수척함에, 세이지는 안쓰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마 히카루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세이지도 못지않게 초췌했다.
"점심 먹어야지."
"응."
사막으로 변하기야 했지만, 이제 초가을로 접어드는 날씨는 조금 쌀쌀했다. 하지만 그 쌀쌀한 날씨에도, 그 공간은 뜨거웠다.
온갖 중장비가 동원되어, 사막을 파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때? 구조작전은."
"작전, 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사막화 된 도쿄의 안에는, 파즈다에게 잡혀 있었던 사람들이 뭍혀 있었다. 기온으로 볼 때, 그 안에서 화석이라도 될 정도의 상황이었지만, 놀랍게도 생명반응이 무수히 있었다. 꼬박 하루 반을 사막을 파 내려 구출된 사람들은 멀쩡했고, 숨도 제대로 쉬고 있었다. 외상도 없이, 단지 극도의 피로감만을 호소할 뿐. 그 결전으로 부터 하루 반 동안 닥치는 대로 파 내려,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을 구출 한 것 같았다. 거의 오천만에 달하는 생환자. 그 많은 수를 파낸 이 넓은 곳에, 생명반응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장비는 내일 쯤으로 철거 할 것 같아. 뭐, 전부 구조한 것 같으니까."
"그래..."
도쿄의 전 시민이 적에게 잡혀버렸다는 대 재앙급의 사태였지만, 인명피해는 극히 적었다. 실종신고도 규모를 생각할 때는 적었고, 지금은 이미 클리어 된지 오래였다. 기적, 이라고 해도 될 만큼.
물론. 피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규모에 비해 그 피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적은 피해는, 세이지들에게는 그 어떤 것 보다 심각한 피해였다.
이 주일 후.
도쿄시가 완전붕괴 했음에도 G 아일랜드 시티는 거주구로서의 기능을 잃지는 않고 있었다. 전력, 수도, 그리고 거주공간의 기능은 이미 풀가동되고 있었다. 아니, 풀 가동 하지 않으면, 도쿄에서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후우..."
유우타는 졸린 눈을 비비며, '현재 피난민에 대한 상황을 간결하게 서술한' 일천 페이지짜리 보고서에 다시 눈을 돌렸다. 이미 어젯 밤 부터 읽고 있던 것인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건 왜 인가.
"하아..."
5천만의 사람들이 먹을 한끼의 식량, 하룻밤을 지내는데 쓸 모포,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외곽쪽으로 보내기 위해 대열차 포트리스나 브레이브 베이스등의 운용에 필요한 예산, 등등. 실무를 해야할 유우타가 읽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읽고 있었다.
쉬고 있으면 죽어버릴 것 같았다.
"유우타."
"아, 레지나."
유우타가 있는 천막안으로, 레지나가 몸을 숙이며 들어왔다. 그들은 G아일랜드의 우주개발공단의 분지를 피난민의 거주에 쓰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천막의 무리가 보일 것이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 아침, 나이트 아크에 태워져 다른 지역의 쉘터로 보내질 것이다. 이미 제 1진으로 반 정도가 대열차 포트리스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정도면 G아일랜드 외곽에 있던 사람들을 이쪽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유우타, 무슨 생각해?"
"실무에 필요한 생각."
무뚝뚝하게 말하는 유우타를, 레지나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EI-01의 소멸이 확인되고 약 일 주일. 그들은 하나같이 일에 자기를 몰아가고 있었다.
----실감은 나지 않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서.
지금 생각해내면...
-------우리는----
"......"
레지나 아르민에게, 그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잊는다는 것이 고통에서 눈을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건, 이미 과거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마 유우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슬퍼할 시간은 없다. 적어도 그들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슬퍼할 수 만은 없었다.
".....아. 그리고 말인데. 여전히 생각나지 않지? 그 절망왕이 나타나고.."
레지나의 물음에, 유우타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삼 주 후.
"......대체 뭐였지......."
카온은 메인프레임의 본넷에 길게 누워, 작렬하는 태양을 보고 있었다.
물론, 노는 것은 아니다. 그는 메인프레임에 붙어있는 파이어 카디온으로, GGG의 타이가 코타로 장관과 시시오 레오 박사를 데리고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기로 되어 있었다. 절망왕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엘릭서 파워즈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지금, 그런 중요인물이 일반기로 이동하는 것은 엄청나게 곤란하다는 것이 설명이었다.
"...그래, 절망왕...."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분명, 그 검은 색의 여성형 로봇이자 절망왕의 참모인걸로 기억하는 브리즈트레드가 자신을 절망왕으로 밝힌 것은 기억했다. 하지만 그것을 끝으로, 그가 기억하는 것은 없었다.
기억이 시작되는 바로 다음의 순간, 도쿄는 사막이 되어 있었고, 자신과 그레이트 엘 카이져는 그 사막에 멍하니 서 있었다.
확실히 말하자면, 자신의 기억에는 그녀가 절망왕으로 밝히고, 바로 사라진 것으로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GGG의 베이타워 기지에서 수신하던 영상이나 브레이브 베이스등이 기록하던 영상에는, 그 바로 사라진 순간이 30분 후였다.
문제는, 그 30분 동안을 '이 세상의 어떤 것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세계의 모든 송수신 장치가 그때의 30분을 기록하지 '않고'있었고, 사람들은 그 30분을 모조리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거기에 있던 자신이나 그레이트 엘 카이져나, 브레이브 베이스의 승무원 들이라던가.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행방불명된 삼식공중연구소의 승무원들이라던가도, 마찬가지였다.
"그 배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건가. 정말."
파괴되었다면 잔해 하나라도 남았을 텐데, 그런것도 없었다. 승무원들만을 남겨두고, 그 이동함은 사라져 있었다. 잔해 하나 없이.
아무것도, 그 30분동안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생각하면 할 수록----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카온군."
침착한 소리에, 카온은 몸을 일으켰다. 그 목소리와 몸은 피곤함에 절여있지만 눈만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그 주인은 GGG의 장관, 타이가 코타로. 그 옆에는 초췌한 얼굴의 노인, 레오박사가 서 있었다.
"아니....요. 별로,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편한대로 말해도 괜찮네."
"에, 괜찮습니까? 윗사람에게는 경의를 표하는 거라고 들은것 같은데요?"
"자네가 내 아랫사람도 아니고. 괜찮네. 어차피 자네들에게 위 아래를 따지는 것도 이상하니까."
"....그런가. 그럼 메인프레임의 뒷자리에 타라. 갈 좌표는 메인프레임에게 직접 알려줘."
"알았다."
그 둘이 뒷자리에 타자, 카온은 주위를 둘러보고 메인프레임의 앞자리에 탔다.
파이어 프레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근데, 두 분 다 엄청 바쁜 것 아닌가?"
"...일단 도시 하나가 증발 했으니까."
"하지만 사람이 있다면 꽤나 골치 아파지지. 지금은 폭동이 일어나지 않은 것 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네."
장관의 말을 받아 박사가 말했다.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확실한 피곤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시시오 레오 박사는, 아들을 잃고도 제대로 슬퍼할 시간을 갖지 못한데다가, 타이가 코타로 장관에 이르면 수많은 아군과 지주가 되는 용자를 잃었음에도 무거운 일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튼, 이런 때 움직이는 것은 좀 위험하지 않나? 세이지가 도끼눈을 했다니까. 아무튼 나도 매일 평균적재량 이백명이었으니까. 이런 때는 제트기 한 대도 아쉽다고."
"다카즈키 군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단체로서의 제대로 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네밖에 없네. 그런 자네가 같이 가줘야 하네."
"...그 뜻은, 그 전력이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건가, 장관?"
"물론."
그 말투가 확신에 차 있었기에, 카온은 질문은 그만 뒀다. 잠시동안의 침묵과 함께, 파이어 카디온은 빠른 속도로 공중을 갈랐다.
"파이어 카디온에는 우주전 기능이 있나?"
"응? 아, 있던가?"
[있습니다.]
"있다는 군."
"그런가, 다행이군. 앞으로의 전투는 우주전이 될 가능성이 많으니까."
뜻밖의 말에, 카온은 뒤로 시선을 던졌다.
"....무슨 뜻이지?"
"자네를 데려온 이유 중 하나는, 자네에게 사정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
타이가 코타로는 몸을 앞으로 굽혔다. 그 얼굴에는 심각할 정도의 진지함이 서려있었다.
"자네도, 존다가 지구외 지적생명체인 것은 알고 있겠지?"
"아아. 그거야 당연히....지구를 기계승화...였던가? 그런 걸 시키려는 녀석이었잖아?"
"..................자네의 인식에 존다는 그 정도 밖에 였나?"
"...................죄송함다. 신경을 쓴 적이 없어서."
"하긴, 자네들은 엘릭서 파워즈의 대응에도 힘들었겠지만...."
타이가 장관은 좀 어이없어 하다가, 몸을 시트에 기대며 말했다.
"자네는, 갈레온이 외우주에서 온 것에 대해 알고 있나?"
"...분명, 삼중련..태양계였던가..."
"음. 갈레온은 모(母)문명이었던 삼중련태양계의 녹색별이 기계승화되자, 아직 아기였던 마모루군을 데리고 이 지구로 왔지. 그리고 우리는, 갈레온이 위탁한 그 신체와 G스톤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네."
"헤에....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존다리안과 파즈다의 상위에 있는 존재가 있네. 간단히 말하면 두목이나 우두머리라고 할까."
"뭐,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건 아니지만."
레오박사의 짤막한 말이 끝날때 즈음엔, 어지간한 카온도 상당히 놀란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한 번 더 설명을 원하나, 카온?"
"아무리 바보라도 그런 설명은 알아 듣는다고, 장관. 그 파즈다란 놈의 보스인가..."
GGG를 제외한 용자들을 전멸시킨 그 파즈다의.
"....그렇다. 그 이름은 기계 31원종. 기계문명의 중심이자, 삼중련태양계를 기계승화 시켰던, 지구외 지성체다."
"....기계 31원종..."
카온은 충격과 함께 중얼거렸다. 삼중련 태양계라면, 분명 기억에 남아있긴 했다. 분명, 그란로드 성단에서 들었던 단어 중에 하나.
'........에, 또, 뭐더라.........'
들어도, 기억을 못하면 무용. 이 바보스러움은 죽어도 못 고치나.
'...메인프레임의 데이터베이스에 있겠지. 뭐...'
그렇게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카온은 타이가 코타로 장관에게 말을 던졌다.
"그래서, 그 놈들이 쳐들어 온다는 거지?"
"그렇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기계 31원종에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기지로 가는 중이지."
"....비밀기지...?"
"아아. 그 이름하여 오비트 베이스...위성 궤도 기지로, 최전선에서 지구를 방위하는 성이네."
그런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응?"
[GGG의 비밀기지라니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느닷없이 말을 꺼낸 것은, 잠자코 있던 메인프레임이었다. 타이가 장관은 의아한 기색으로, 그러나 놀라지는 않으며 카온 앞의 핸들쪽에 시선을 돌렸다.
"....들어 본 적이 없는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비밀기지의 건조를 적에게 들킬 수야 없으니까."
[.....그런 것 입니까?]
".......그런 것 이라네."
그렇다면 그럴수도 있지만, 카온은 의아함을 느꼈다. 자신들이 모른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다른 조직들에게 보고 하지 않은 것도 기밀보호에 대한 대비로 볼 수도 있지만서도..
--타이밍이 너무 좋다.
'파즈다가 격퇴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게 난데 없이 튀어나오는 거지.'
카온은 그 오비트 베이스에 대한 것을 추가로 설명하는 타이가 장관을 곁눈질로 보면서, 내장회선을 사용해 메인프레임에게 말했다.
'어이, 메인프레임. 뭐 아는 거 있냐?'
'.....아니오. ARK에도 브레이브 베이스의 데이타 베이스에도 그런 것에 관한 것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만?'
'.......삼주일 전에, 국련 평의회 의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헤에?'
'새로운 인물이 뽑힌 것 같습니다. 이름이...'
'...아니, 그건 되었고. 이 기지에 대해 데이터를 뽑아봐.'
'국련최고평의회에 보고된 레포트가 있습니다. 오비트 베이스 건조계획.....과 또 하나.....'
'또 하나?'
'.....아마도 이 또 하나가, 주인님을 일부러 그 곳에 데려가려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국련 평의회 의장?"
썬더리온은 그 말을 되뇌이다가, 하마터면 국자를 놓칠뻔 했다.
"앗 뜨거--!?!"
"수련이 부족하군."
블레이드는 한가하게 중얼거리며, 칼을 놀려 감자의 껍질을 깎았다. 둘다, 블레이드의 옅은 붉은 빛의 머리칼과, 썬더리온의 은빛 머리칼을 삼각건으로 흘러내리는 걸 막고, 흰 에이프런을 둘러 마음껏 요리보조의 기분을 내고 있었다. 물론 호텔의 일류 요리가 아닌 난민캠프의 오천명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긴 했지만. 이래 가지고서야, 강철의 보디로 전장을 달리는 스파클 브레이브라고 할 수 있겠나.
"그런데, 의장이 뭘 어쨌는데?"
썬더리온이 되묻자, 블레이드는 감자를 깎던 칼을 잠시 놓았다. 사족이지만, 그의 칼을 취급하는 방식은 극강. 감자 하나의 껍질을 벗기는 5초도 채 안 걸린다. 뭔가 칼질을 많이 하지 않아 깎는 것 처럼 보이기야 하지만서도.
"무심코 류 중령이 유 박사하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말이야."
그 말을 들었을 때 썬더리온은 잠깐 고개를 갸우뚱 했다.
".......누구였더라?"
".......아니, 그러니까...확실히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 잊을 만큼은 아니지 않냐?"
"아니, 요즘 들어서 안보였잖아."
사족을 다시 달자면, 류천형 준령과 유찬영 박사라면 블루 베이스의 대장과 기술고문이다.
"...이름 따윈 아무래도 좋고, 의장이 뭘 어쨌는데?"
"파즈다가 나타나고 하루 후에 바뀌었다는데. 어떤 할머니에서 젊은 남자로 바뀌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구만..."
".........남자 이름 따위, 별 상관 없다는 거냐?"
".........모 조직 부대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거다."
".....꼴에 무슨. 그런데?"
"좀 신경쓰여서. 국련 의장이라면 GGG와 ARK의 최고책임자잖아. 책임을 지고 물러난건지는 모르지만, 이런 시기에 물러나다니."
책임을 질 거리라면 분명 있었다. 도쿄가 소멸 될 때까지, 국련은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게다가, 언뜻 생각하면 이런 때 물러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전쟁 후에 패전국 수뇌부가 숙청당하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좀 좋을까."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지..."
"에?"
".....아니, 변경의 도시 하나 없어졌다고 국련의 의장이 사퇴하는 것은 좀 이해가 안되서."
조용히 중얼거리는 블레이드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썬더리온은, 국이 부글부글 끓는 거대한 솥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실없는 소리가 늘었구만, 형씨."
".......아니, 지루해서."
"윗대가리들이 뭘 하던 신경 끄고, 빨리 감자나 깎아!!!! 다음 솥에 넣어야 된다고!!!!!"
"후, 과연, 또 하나의 실없는 소리의 끝은 이렇게 끝나는가."
"허무하지? 앞으로 100개다. 2분 주지. 다 못 깎으면 감자 대신에 널 처넣어 주지!!!!"
"어제 실제로 당할 뻔해서 농담처럼 안들리는 구만....."
블레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잽싸게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썬더리온과 블레이드가 나누던 실없는 이야기는, 센푸지 콘체른 산하의 아오베 공장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은 더할나위없이 긴장에 차 있었다. 비어있는 격납고가 답답할 정도로. 또는, 가을 밤의 쌀쌀한 바람이 칼날처럼 파고들 정도로.
".....확실합니까..?"
미츠히코 하마다는 떨리는 목소리를 숨길 생각도 못 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받은 마츠바라 이즈미 역시, 동요를 감추지 못하면서 대답했다.
"네, 확실해요. 새 국련 의장은 센푸지 콘체른에 대해 해체 명령을 내렸어요."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잇지 못하는 하마다를 대신해 화를 낸 것은 아오베 공장의 공장장, 오오사카 지로였다.
"센푸지 콘체른은 일본의 민영기업이잖나! 어째서 국련 의장이 그런 멋대로의 명령을 내리는 건가!"
".....확실히, 국련 의장에게 그런 강제권은 있을 리 없습니다. 이 명령이라는 것도, 권고라는 형태로, 현재 미국에 계신 센푸지 회장님에게로 들어온 것 이니까요."
의외의 말에 하마다와 오오사카 공장장은 움찔 했다. 센푸지 유우지로, 즉 센푸지 마이토의 할아버지이자 센푸지 콘체른의 회장으로, 현재 미국 유람을 하고 있을 터인 그 노인의 이름은 이 장소, 이 상황에서 의외의 일이었다.
".....설마, 회장님이 그런 권고를 받은 것은..."
".....의장이 선출되고 바로, 라는 군요."
".....회장님에게 압력이 계속되고 있었나....하지만, 지금까지 국련에 협력했는데, 어째서?"
오오사카 공장장의 말에, 하마다는 괴롭게 대답했다.
".....용자특급이 없어졌으니까 겠죠. 회장님으로서도 더 이상 견디기는 힘드셨을 겁니다."
그 단어는 자연스럽게 한 남자의 이름을 떠올렸다. 셋은 그 이름이 주는 허전함에, 잠시 가슴의 아픔을 견뎌내야 했다. 한참의 침묵후, 공장장이 말했다.
".....토사구팽...이란 건가...."
"애초에 사냥견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국제법에 기준하면, 훌륭할 정도의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무허가 무장 단체니까요. "
이즈미의 냉정한 말은 그 냉정함 만큼 이치에 맞는 말이기도 했다. 전 세계에 깔린 철도의 독점 자체로 밉보이기 십상인데, 용자로봇의 무단보유까지 겹친 상황은 센푸지 콘체른에게는 언제나 상당히 불리한 점으로 다가왔었다. 게다가 지금은 사장까지....
"....이럴때 마이토가 있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비참하고도 무력한 가정인지, 셋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국련 의장의 권고 없이도, 지금 콘체른의 상황은 절망적이에요. 주된 수입인 열차 운행과 운송이 완전히 정지되어 있으니까요. 정지만 되었으면 좋을텐데, 산하 기업들이 전부 흔들리는 모양이에요."
"국외에 위치한 지점도 말입니까?"
"그 쪽이 제일 절박해요."
"...회장님은 뭐라고 말씀하시나?"
"...그 권고명령을 힘없이 말하시고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으십니다. 회선을 끊어놓으신듯 합니다......."
답답한 기분에, 하마다는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활기가 넘쳐있던 그 거대한 공장은, 지금은 황량하게 비어, 사람만이 있을 뿐 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컸다.
".......마이토...."
돌아올리 없을 것 같은 이름을 되뇌이며, 하마다는 다시금 절망을 느꼈다.
같은 시각, 도쿄의 사막의 구조팀에 배속되어 있던 유우타와 세이지는, 날벼락을 맞은 듯 멍해 있었다.
".....겨, 경시청장님, 그 말씀은..."
".....들은 대로네, 유우타군. 현시각을 기해 브레이브 폴리스는 해산. 브레이브 폴리스가 가지고 있던 국외의 수사권은 전부 잉글랜드의 지부로 넘어갔네. 브레이브 베이스는 테미마이엘의 외부 엑세스 능력을 50% 다운시키고, 데이타베이스로서 잉글랜드 지부에 배치. 국련 데이타 베이스에 접속 금지 처분을 받았지."
사에지마 경시청장의 말에 유우타와 레지나는 물론, 세이지와 히카루, 얀차까지 충격을 받았다.
"덧붙여, 이 나도 지금부터는 경시청장이 아닐세."
"네!?"
"도쿄 경비의 허술을 추궁당해 좌천되었네. 내일 아침 일찍 북해도쪽으로 가게 되겠군."
"북해도요!?"
"...마지막으로, 유우타군. 자네의 경부자격도 박탈되었네. 오늘부터 자네는 민간인이야."
들을 때마다 얼굴이 굳어지는 유우타와 달리 세이지와 얀차는 점점 얼굴이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에지마 장관의 다음 말은 그 둘의 얼굴까지 무너뜨렸다.
"말도 안되요! 지금 ARK는 스파클 브레이브를 보유한, 지금 지구에서 거의 유일한 대로봇전투 대응가능의 조직입니다! 지금 ARK를 해체 시키면...!"
"알고 있지만, 국련 수뇌부의 움직임은 강경하네. 그 다카즈키 대좌가 거의 발언력을 얻지 못할 정도의 로비를 강행한 모양일세. 새 국련 의장은 스파클 브레이브의 안정성에 대해서 강력한 클레임을 건 모양이야."
"....아까부터 계속 이름이 나오는데, 그 국련 의장은 누구죠?"
간신히 침착을 찾은 레지나의 말에, 사에지마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잘 모르는 인물이네. 로버트 F 크로이츠라는 이름, 들어본적 있는가?"
"....가명 티가 풀풀 나는군요."
"내가 아는 것도 그게 전부일세.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조사를 할 만한 여력도, 시간도, 그리고 인원도 없네."
사에지마 장관의 묵묵한 말에, 텐트 안은 무겁게 가라 앉았다.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우주요새는, 카온에게는 별로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것보다, 의혹이 먼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만한 요새를 건조할 수 있으면서 왜 일본정부 밑에 있었던 거야? 아니, 그것보다, 왜 이걸 먼저 쓰지 않은거지?'
'....가동은 최근에 된 듯 합니다. 기동이 불가능 하기 때문 아닐까요.'
카온과 메인프레임은, 거대한 우주요새의 한켠으로 날아 들어가면서도, 폐쇄회선을 계속 썼다. 입을 열지 않은 것은, 지금 그들의 앞을 앞장서서 걷고 있는 타이가 장관과 레오 박사가 아닌, 이 요새라는 것 자체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그것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따라오게."
오비트 베이스에 들어선 후, 장관과 박사를 따라 카온과 메인 프레임은 넓직한 통로를 계속 걸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요?"
"중앙블록. 지금이야 아무것도 없지만, 원래대로라면 베이타워기지의 헥사곤이 위치할 곳이네."
"...헤에. 그럼 아무것도 없는곳인가?"
"그런 셈이지. 오비트 베이스의 건조를 위한 임시 지령실과, 그것을 건조하고 있는 곳이니까."
'그것'이라는 것에, 메인프레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레포트를 흝어본 그는 그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대략 알고 있었고, 그것을 그의 주인에게 전달할 수 없는 것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통신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기가 막힌 것 이었다.
"....자네는 가오가이가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말이 없던 레오박사에게 질문을 받은 카온은, 조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문명에서 온 갈레온의 데이타베이스에 남아있던 완전형을 완성해 전투용으로 활용하자...였던가."
".....난폭한 골자지만 대충 맞아 떨어지는 구만. 그렇네. 가오가이가 프로젝트는 그런 것이었지. 사고로 사이보그화 해야했던 가이의 G스톤과 갈레온의 G스톤을 공명시켜, 퓨전과 파이널 퓨전을 해, 대 존다로봇용의 궁극의 로봇을 만든다는 것."
"...헤에."
"그러나 알다시피, 궁극이라기엔 문제가 있었지. 애초에 이문명의 지혜와 인류의 기술이 융합하기엔 수준차이가 심각했어. 그래서 가오가이가의 완성도는 심각하게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이질적인 두 문명을 합친거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카온은, 그에게 등을 돌린 채 걷던 타이가 장관에게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가오가이가의 최초전투 후, 우리는 세계 각지의 GGG의 지부에 초기 전투 스펙을 보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전투의 성과와 데이터를 공유해 왔네. 그 결과로, 국련은 GGG 일본지부와 미국지부가 제출한, 오비트 베이스의 건조계획을 통과 시켰네."
"....아. 과연. 건조 자체는 최초의 대 존다 전투 직후부터 시작된건가?"
"그렇네. 그리고, GGG 영국지부에서 제출한 계획서도 같이 통과되었지. 다른 지부가 모르는 새에 말이야."
영국? 그 뜻밖의 단어에 카온과 메인프레임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영국지부는 처음부터 갈레온을 이용한 전투계획을 반대하고 있었네. 효과는 둘째치고 일단 안정성에서 의문이 간다는 것 이었지. 그래서 그 쪽은, 우리에게서 지급받은 한개의 G스톤을 가지고 독자적인 플랜을 제출했지.....갈레온이 가져온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지구의 기술을 첨가해서 완성시킨, 가오가이가 계획의 독자적인 플랜, '파이팅 가오가이가'를 말이야."
카온은 그 이름에서, 심각할 정도의 불쾌함을 받았다. 그 이름의 풍기는 의미는,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을 언짢게 했던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제일 먼저 브레이브 폴리스를 건조하고 운용한 전적도 있어서, 기술로는 더 없이 의심이 가지 않았지만, 역시 건조에는 시간이 걸렸네."
".......그 말은, 즉........영국은 새로운 가오가이가를 만들고 있었단 말인가? 여기서, 오비트 베이스의 건조와 동시에?"
[그리고, 플랜이 통과되었단 말은....]
"그 새로운 가오가이가는, 원래의 가오가이가와 동등, 혹은 그것을 능가하는 스펙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지."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넷의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통로를 울리고 있었다.
"....지금 완성은 막바지에 와 있네. 원래라면 완성은 내후년쯤이었지만, 갤럭티카 가오가이가의 구조해석등을 토대로 완성은 앞당겨 졌지. 그래서 가이에게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
이번엔 무거운, 그리고 슬픈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은, 그들의 길을 막은 철문의 앞에 까지 계속 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이야?"
엄중히 봉인된 게이트의 앞에서 그렇게 말한 카온이었지만, 그는 그가 해야할 일을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다.
새로운 가오가이가. 그리고 갈레온의 퓨전룸에는, 재에 뒤덮힌 G스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가오가이가를 움직일, 지상 최강의 사이보그는 재가 되어 버렸다.
"...........자네도 짐작하고 있겠지. 일단 직접 보게."
레오박사의 간단한 조작에, 게이트를 뒤엎은 프로텍트가 풀리고,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문의 안쪽에는, 철괴같은 것이 둥둥 떠나니고 있었다. 무중력인 것이다.
"...........!"
그리고 카온은 보았다. 그가 서 있던 곳으로 부터도 먼 곳, 비어있는 중앙블록의 중심에, 꼿꼿이 떠 있는 한 거인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