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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저임금, 10% 올려야 국제평균
2015-04-10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OECD 25개국 중 14위, 프랑스의 절반
빈곤 탈피 보장하려면 50% 인상 필요
최저임금을 상당 수준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4월 임시 국회를 계기로 정치권의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할 걸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지난 9일 1차 전원회의를 여는 등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어느 정도를 적정선으로 보는지는 처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고용주들은 한푼이라도 덜 올리려고 하고, 노동계는 현재의 두배에 가까운 시간당 1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지만,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수준을 도출하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국제 비교를 통해 적정선을 검토해본다.
■ 최저임금은 얼마나 올랐나?
위의 그래프는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최저임금 현황이다. 법정 최저임금 시행 첫해인 88년 시간당 462.5원(1그룹), 487.5원(2그룹)이던 것이 올해는 5580원이 됐으니, 연평균 상승률은 대략 9.6%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상당한 상승률 같지만, 이건 큰 의미가 없다. 물가 등을 고려한 실질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나라들의 실질 최저임금 변화를 보여준다.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2013년 미국 달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보면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200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5.24%)은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보다는 완연히 높다. (선의 기울기가 증감률이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보듯,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들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2013년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4860원)은 미국 달러로는 5.3달러이고, 이는 25개 회원국 가운데 이스라엘과 함께 14번째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나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고, 일본보다도 20% 이상 낮다. 회원국 중에서 최저임금 제도의 필요성조차 못느낀다는 북유럽 국가 등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수준은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부자 나라들과 비교해 최저임금이 낮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공정하게 비교하려면 각국의 실질(구매력 기준) 국민소득도 따져봐야 한다. 아래 그래프는 25개 나라의 2013년 평균 국민소득과 개별 국가의 국민소득(실질 1인당 국내총생산)을 비교하고, 평균 최저임금과 개별 국가의 최저임금을 비교한 뒤 둘 가운데 어느쪽이 상대적으로 높은지 본 것이다. 그래프 위쪽의 나라들은 전체 평균과 비교할 때 최저임금이 국민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다. 이런 나라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상대적으로 더 배려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가 단연 돋보인다. 아래쪽에 있는 나라들은 최저임금이 국민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평균치의 국민”보다 경제적으로 더 소외당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25개 나라 평균치의 94%인 반면 최저임금은 평균의 85%다. 최저임금이 국민소득에 비해 10%쯤 낮은 셈이다. 2013년 최저임금이 10% 더 높았어야, 다시 말해 시간당 4860원이 아니라 5346원이었어야,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에 맞췄을 거라는 말이다. (여기에 2014년, 2015년의 실제 최저임금 상승률을 산술적으로 대입하면 2015년에는 6138원이 된다. 2015년 실제 최저임금은 이보다 558원 낮은 5580원이다.) 결국 2013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10% 인상이 저소득 노동자들을 국제 평균 수준으로 보호하는 최저선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 최저임금은 평균 임금의 몇퍼센트나 될까?
국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에 맞추는 것은 최소한의 조처다. 저소득층의 고통을 줄여주는 가장 적극적인 대책은, 최저임금으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저임금 기준은 중위 임금(전체 임금 소득자의 중간값)의 3분의 2다. 이보다 낮으면 저임금층으로 본다.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말하면, 50%는 넘어야 한다. 아래 그래프는 각국의 최저임금을 상용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 중위 임금과 비교한 것이다. 2000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평균 임금의 22%였고, 2013년에는 32.6%다. 또 중위 임금 기준으로는 2000년 25.6%에서 2013년 40.1%로 늘었다. 이 수치는 최고였던 2011년 41.3%에서 조금 떨어진 것이다. 어느 쪽으로 보나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수준이다. 2013년 최저임금이 평균 임금의 50%를 넘는 나라는 프랑스와 뉴질랜드뿐이다. 중위 임금의 3분의 2를 넘는 나라는 터키(69.4%)와 칠레(67.8%)가 있다. 실질 최저임금이 최고 수준인 프랑스조차 62.8%밖에 안된다. 한국이 최저임금을 평균 임금의 절반으로 맞추려면, 2013년 기준으로 53%(시간당 최저임금 7454원)를 올려야 한다. 중위 임금의 3분의 2가 되려면 상승률은 66%다.
(바로 아래 인터랙티브 그래프가 보이지 않는 경우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로 가면 볼 수 있다.)
■ 최저임금 인상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려면 고용 창출 능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국제 비교만으로 볼 때 아무리 못해도 10% 미만은 곤란해 보인다. 이는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지 않게 해주는 최소치다. 또 이상적인 목표치라면 평균 임금의 절반이 될 때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게 할 대책도 세워야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걸 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현재 227만명(전체의 12.1%)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011년부터 4년째 큰 차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 지도로 보는 각국의 최저임금 변화
아래 지도는 국제노동기구가 1996년부터 2013년까지 집계한 전세계 각국의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명목 상승률)을 표시한 것이다. (물가 상승이나 화폐 가치 변화 등을 고려한 실질 상승률은 아니다. 지도를 누르면 국가별 상승률을 볼 수 있다. 지도가 보이지 않는 경우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