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 이어지다 맹추위 예고… 올겨울 ‘날씨 변덕’ 심한 까닭은
20도 안팎 봄 같은 날씨 이어지다 내일 기온 뚝 떨어지며 한파 예상
올해 유난히 활발한 엘니뇨 현상… 겨울까지 장기화하며 고온 유발
한반도, 중위권에 위치해 영향권
북극 해빙으로 인한 제트 기류… 남쪽으로 이동 땐 한파 몰고 와
북극에서 눈과 얼음이 녹고 있는 모습. 북극 해빙의 융해는 이상기후의 원인인 ‘제트 기류’를 일으킨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올겨울 날씨가 예년과 달리 종잡을 수 없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때늦은 가을 더위에 이어 12월 중순까지 영상 20도를 넘나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를 보였다가 16일 주말부터 맹추위가 예고됐다. 16일 낮부터 기온이 급강하하며 열흘간 예상 기온은 아침 영하 16도에서 영상 8도, 낮 영하 6도에서 영상 9도 사이로 예측됐다. 11일에는 기록이 확인되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12월 중 강원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전문가들은 여느 때보다 활발했던 엘니뇨를 올겨울 한반도 이상 기상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구 온난화와 겨울철 이상 기상의 연관성 또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널뛰는 날씨 원인은 강력해진 ‘엘니뇨’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높아지는 현상이다. 중위도 지역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적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팽창하게 된다. 한국은 엘니뇨가 온도를 높이는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다.
올해는 엘니뇨가 유독 기승을 부리는 해로 꼽힌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6월에 시작된 엘니뇨가 겨울까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5월에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0도 이상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가 찾아올 것이란 예측을 발표하기도 했다. 엘니뇨가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강도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이상 기상도 더욱 극심해졌다는 설명이다.
● 지구 온난화 탓으로 속단하기엔 일러
올겨울 이례적인 한반도 고온과 앞으로 찾아올 극한 한파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지구 온난화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지구 온난화로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엘니뇨 등 기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학계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폭우나 폭설 등 단기적인 이상 기상의 원인으로 추정될 수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수증기 형태로 증발하는 양이 많아진다. 해수면 온도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바닷물이 증발해 대기 중에 쌓이는 수증기 양이 많아진다. 이 수증기가 눈과 비로 바뀌면서 폭우나 폭설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린 북극대륙의 얼음도 이상 기상의 원인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대기 상층의 빠른 바람인 ‘제트 기류’는 기본적으로 동에서 서로 진행하는 형태이지만 북극 지역의 얼음이 녹게 되면 제트 기류가 동서남북으로 움직이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이상기후 현상의 중요한 요인인 ‘블로킹’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블로킹은 기류가 한곳에 오래 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길게 움직이면 북쪽의 찬 기운도 함께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고 블로킹되면서 한파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지구 온난화가 겨울철 이상 기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김 교수는 “여름철 이상 기상과 지구 온난화의 인과관계는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겨울철 이상 기상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최근에야 연구 자료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각도에서 겨울철 이상 기상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빈번한 이상 한파의 원인으로 중위도 해양전선에 열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현상을 지목했다. 지구 기후시스템의 일시적인 자연변동성이 해양전선의 열 축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를 이끈 성미경 KIST 선임연구원은 “해양전선의 영향을 지구온난화 기후모델에 적용하면 앞으로 10년 기후변화 전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