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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가지 주인놈 시중들기! ※※- 제 2일 -
서린이의 어이없는 발언에 내 뇌는 회전하기를 거부했다.
노예팅이라니, 도대체 그게 뭐냐고!!!
"청운상고 학생회랑 우리학교 학생회랑 같이 준비한 특별 이벤트지!!
두 학교 합의 하에 우리학굔 여학교니까 여학생 대표 11명,
청운상고는 남학생 대표 11명으로 했나봐.
근데 우리학굔 2학년이 딱 11반이니까 그냥 반대표를 뽑아서 내보내자 뭐 이렇게 된 거지.
너 진짜 이 유명한 소식을 몰랐어?"
"난 그런데 관심 없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쯧쯧. 앞으론 관심 쫌 가져. 이런데 관심을 안 가지니까 지금 같은 불상사가 생기는 거야."
노예팅.. 노예팅..노예제도가 없어진지가 언젠데 노예팅이라니.
"근데 넌 노예팅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가는 거야?? 거기다 너 엄청 즐거워 보이는데??"
"당근이지!! 난 거기서 주인할꺼거덩!!"
"주인??"
"응!! 청운상고 대표면 엄청엄청 잘생겼을 텐데,
그 중에 하나를 내 노예로∼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잖아!!"
"그러다 주인이 못되면?"
"그래도 괜찮아!! 잘생긴 주인 모시는 것도 재밌을 꺼 같은데??"
정말 기쁨에 벅찬 표정을 지어보이는 서린이.
"제정신이 아냐.=_="
진짜 제정신들이 아냐.
노예팅이 도대체 뭐냐고!!! 미친 것들.=_=;
연수은 이것도 걸리면 죽었어!!!
"아! 지금쯤 담탱이 왔겠다. 연우야 그럼, 수은이 살려만 줘?"
"에,에이∼ 서,설마 내가 죽이겠니."
"풋, 그럼 난 갈게."
풋이라는 상큼하지만 달갑지 않은 웃음을 날리곤 팔랑팔랑 날아서
사라지시는 은서린양.
서린이 가끔 보면 관심법을 터득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학급회가 끝나는 종이 치고, 2교시 시작종이 치자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선
슬그머니 내 옆에 앉는 연수은.
"연수은, 너 날 이상한 노예팅 같은데 팔아먹고 맘 좋게 지금까지 살았던 거야?"
"야야, 팔아먹다니..그리고 나 맘 편하겐 안 살았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데, 어떻게 맘 편히 사냐."
"아휴― 이걸 그냥!"
입은 살아서 또박또박 말은 잘하는 수은일 한 대 때려줄까 해서
손을 딱 들자 우리 예리한 영어선생님 바로 뒤로 돌며 학생들을 훑으신다.
놀란 마음에 손을 후다닥 내려놓고 영어 책에 얼굴을 박아 놓고 있는데,
"어쭈!! 누가 이 심오한 영어시간에 한글로 잡담을 하는 거지?
잡담을 하려면 영어로해! 그러면 용서해 줄 테니까."
이런 말씀을 영어선생님이 하신다.
선생님 저의 이 분노는 한글로도 표현이 안돼서 무력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영어로 표현하시라니요!
"헤에―, 영어로 하라는데?"
"넌 조용히해! 정말 한 대 맞기 전에.."
"진짜 미안해. 왠지 재밌을꺼 같아서.."
재밌을꺼 같아서라니, 너무하잖아!!
"그럼 니가 나갔으면 됐잖아. 왜 애꿎은 날 팔아먹냐구!"
"나보단 니가 왠지 더 어울릴 거 같아서.."
"그런 말이 어딨어! 나 올려다 놓고 구경하려고 그런거면서.."
"어떻게 알았냐? 헤헤."
"너 진짜!!!!"
탕―!!
"도연우, 연수은!!! 너네 둘!! 내가 영어로 잡담하라고 했지!!
그리고 도연우 넌 이제 대 놓고 목소리를 높여!!둘 다 복도로 나가!!"
결국은 또 이렇게 쫓겨나는 구나.
"역시 억지 영어시간엔 복도가 편해!"
복도로 쫓겨난 걸 즐기기라도 하듯 수은인 저렇게 말하며
창가 쪽에 기대선다.
하긴...나도 영어로 잡담을 해야하는 그런 영어시간엔 복도가 더 편하긴 하다.
복도에선 순수 우리말로 잡담을 할 수 있으니..
"도연우, 아직도 스팀이 올라와?"
"조금. 근데 연수은 그 노예팅이라는 거 그냥 니가 대신 나가라. 엉?"
"하하, 나도 내가 대신 나가주고 싶지만-_-, 우리반 얘들이 가만둘까?
솔직히 청운상고 얘들이랑 인물 맞추려면, 우리학교에선 엄청 이쁜 얘들만 뽑아야 된다구."
"너도 이쁘잖아. 너의 그 인기는 어디다 써먹을려고."
"내가 이쁜거랑 연우 니가 이쁜거랑은 틀리지. 우리반 얘들 살인자 만들지 말자."
"말은 잘하지!!"
진짜 입만 살았어 연수은.
"연우야아∼ 화 풀고 오늘 자습도 없는데, 우리 같이 시내 나가자. 응?"
"싫어! 집으로 갈꺼야!!"
"같이 옷 골라주면 내가 오늘 크게 한 턱 쏠게. 응??"
"크게?"
그냥 쏘는거면 한 번쯤 튕겨라도 보겠지만,
이건 크게라고 하니 튕길수도 없고..
"응! 크게!! 같이 나갈꺼지?"
"휴, 그럼 그러지 뭐. 대신 제대로 안 쏘면 넌 진짜 친구도 아니다?"
"그럼,그럼!!"
내 말에 수은이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그런 수은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이 나와 버리는 나이다.
역시 수은이의 이런 모습 때문에 미워 할 수가 없다니까.
어느새 지루한 정규 수업시간은 모두 끝이나고,
다시 보충수업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2학년 3반아이들..이 아니지.=_=
반은 벌써 다 가방을 챙겨들고 교실문을 나서고 있다.
역시 우리반 보충시간은 그냥 없애는 편이 더 나을 꺼 같애.
"도연우∼!!!"
"어? 매점 갔다왔냐?"
"응응!! 자자 여기 요미얌 포도맛!!"
"호오!! 땡큐!! 근데 너 설마 이걸로 때우려는 건??"
"으그, 이건 그냥 사주는거야!!"
"크크, 잘 먹을게!!"
그냥 사주는 거라니 잘 먹어드리지!
난 요미얌을 조심스레 따서 입에 덥썩 물었다.
역시 요미얌은 포도맛이 제일이라니까!
"아 맞다. 연우야 우리 오늘 그냥 보충째고 시내 나가자!
아무래도 옷 살 때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애."
"그어지 머."
"그만 먹고 종치기 전에 나가야 하니까 빨리 짐 싸."
"오케오케."
수은인 벌써 가방을 다 챙긴 듯 날 재촉하고,
난 요미얌을 다 먹은 뒤 휴지통에 골인-_-은 못시키고
대충 옆에다 흘려놓고선 챙길 것도 없으니 대충 가방만 달랑 들고,
언제 갔는지, 교실 문 앞에 서있는 수은이 옆에 서 신발을 신었다.
"반장, 우리 병원간다."
수은이가 반장에게 미리 바리케이드를 치려고 저런 변명을 외치는데,
반장이 아닌 어떤 아이의 말.
"반장 미팅갔어!!"
역시 우리반은 반장부터가 글러 먹었어.=_=;
"그럼 니가 대신 전해줘. 나 배아파서 병원에 실려갔다구."
"수은아, 다른 핑계로 부탁해. 그래야 말하는 나도 안 혼나지.
지금 우리 반 완전 병자집단이라구, 이유가 죄다 병원이야."
"그냥 대충 때워줘. 부탁해!!"
저렇게 말하며 내 손을 끌고 복도 끝으로 뛰어가는 수은이 때문에
신발을 채 다 신지도 못하고 끌려가고 있는 나였다.=_=;
"야!! 연수은!! 도연우!!! 난 다 걸려도 모른다!!!"
"응!!!!!"
정말 걱정된다는 듯 교실 문앞까지 뛰어나온 아이의 걱정스러운 말투완 반대로
매우 발랄하게 대답하는 수은이.
결국은 그렇게 학교를 벗어나는 우리였다.=_=;
쳐봤자 걸릴 바리게이트는 도대체 왜 치는건지.
수은일 비롯한 우리반 아이들 영악한 척해도 심히 단순하다니까.
"호, 새로운 옷들이 너무 많은데?? 앙― 맘 같아선 다 사고싶다. ㅠㅠ"
어느 옷 집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어선 저렇게 말하는 수은이.
옷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수은이의 행동에 적잖이 놀란 듯 싶다.
하지만, 우리의 연수은 꿋꿋이 그 집 유리창에서 떨어지지 않고,
이상한 한탄만 하고 있다.=_=;
아―… 내가 미쳤다고 수은이랑 같이 나왔지.
완전 옆에 있는 내가 더 쪽팔린다니까.ㅠ^ㅠ
"수은아, 그만 보고 딴 집 가보자. 너 이런 스타일 그냥 보는 것만 좋아하지 안 살꺼잖아."
"그래서 보기만 하잖아."
"그냥 가자구!!!"
결국은 힘으로 유리창에서 떨어지지 않는 수은일 떼어낸 나였다.=_=;
"치―! 연우 넌 넘 냉정해!!"
딴에는 앙증맞은 표정으로 내게 애교를 부리는 수은이지만,
이렇게 힘을 다 빠지게 만들어 놓고,
저런 표정을 지으면 없는 힘도 다 끌어내서 콱! 하고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따름이다.
"시끄러, 딱 니가 사고 싶은 거만 구경하란 말야! 입지도 않을 꺼 욕심내면서 구경하지 말구!!"
"치사해!!"
"아후, 힘 빠져. 이봐, 니가 계속 딴 길로 새니까 너랑 시내만 나오면 내가 녹초가 되잖아."
"흥이다 뭐!! 어?? 저거 건우아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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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체리맛푸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