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실업률 외에도 카드보드박스·립스틱 소비로 경기 흐름 가늠
캐나다 소비심리, 절약 모드 전환하며 경기 둔화 우려 커져
최근 법학·공공직 선호 증가…불확실성 피한 ‘불황 회피 전략’
캐나다 경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들이 일상 소비와 생활 방식 속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가 수치로 잡히기 전에 이미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흐름들이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무역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캐나다 경제가 최대 1년간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RBC, TD은행, 딜로이트 등의 금융기관도 경기성장률 하락과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며 부정적인 시그널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기 판단에는 GDP, 실업률, 소비 판매량, 채권 금리 차 등 이른바 '정량 지표'들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실제 시민들의 소비 패턴과 심리 변화를 반영한 신호들 역시 그에 못지않게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도, 작지만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소비에 집중하는 ‘립스틱 효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가 소비를 줄이는 대신 립스틱처럼 가격은 낮지만 기분 전환이 가능한 제품의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이다. 반대로 가장 보이지 않는 소비품목으로 여겨지는 남성 속옷 구매는 줄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남성들이 가장 늦게 바꾸는 소비 항목이라는 점에서, 속옷 판매량은 민감한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 지원자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군으로 여겨지는 만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당장 취업 대신 학업’이라는 선택지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침체기마다 학업을 통한 도피 심리나 공공 부문 중심의 안정志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곤 했다.
이와 함께 주목받는 지표 중 하나는 골판지 상자의 출하량이다. 포장재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소비재 생산과 물류가 줄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제조업 흐름이 둔화되는 초기 징후로 활용되는 것이다.
소비자 신뢰지수도 회복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하락했다. 5월 9일 기준 블룸버그-나노스 캐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48.59로 나타나 중립선인 50 아래에 머물렀다. 트뤼도 총리 체제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던 지수는, 무역 불확실성과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며 다시 꺾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분석가들은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실제 경제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실현적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침체를 예상한 소비 위축이 오히려 침체를 앞당기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스커트 길이로 경제 상황을 유추하는 ‘헴라인 이론’이나 초고층 건물 완공 이후 침체가 찾아온다는 ‘초고층 지수’ 등 일명 ‘시장 속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들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더라도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캐나다는 현재 소비·심리·진학·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기 둔화의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수치 외에도 체감적 흐름을 포착하는 다양한 신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향후 1~2년 경제 흐름을 판가름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