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당선자는 2012년 3월부터 “들꽃처럼…”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이 블로그는 이번 재·보궐선거 유세 활동을 기록한 ‘이정현의 하루’와 이 당선자의 개인적인 내용을 담은 ‘진심이면 통합니다’, 표심을 호소하는 ‘정책공약’ 등의 메뉴로 구성돼있다. 그 중 이 당선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글을 발췌해 소개한다.
☞ 나의 약점
나는 내 스스로 짜증이 날 정도로 눈물을 잘 흘린다.
연속극 보다가도, 이미자 선생님 노래를 듣다가도,
남이 우는 것을 보기만 해도 눈물을 흘린다.
‘동행’이라는 TV프로를 보다가는 가끔씩 소리 내어 운다.
안 울려고 십자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화난 일을 생각하기도 하고, 살을 꼬집기도 한다.
사실 나는 엄청 부끄러움을 탄다.
내 발언 차례가 다가올 때면 지금도 입이 탄다.
안 믿겠지만 인사말 하라고 할 때가 가장 싫고 부담스럽다.
진짜 안 믿겠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색하고 망설여진다.
막상 하면 잘하면서도 차례가 다가오면 늘 떨린다.
난 나서길 싫어하는 성격이다.
의지가 성격보다 강해서 나서는 것이다.
나는 노래와 춤을 너무 못한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 몰래 학원을 좀 다닐까도 했다.
글씨가 악필이어서 지금도 방명록에 글을 안 남긴다.
엄청 잘 삐진다. 싫은 사람과는 말하기도 싫어한다.
특히 잘난 체 하는 사람 가만히 못 본다.
자연스러운 웃음을 잘 못 웃는다.
마음이 늘 여유롭지 못해서다. 열등의식도 강하다.
조금만 무시당하는 것 같으면 무안해 하고 기분이 나빠진다.
- '사실 엄청 부끄러움을 탄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정현 당선자의 블로그 사진
나는 우리 아버지를 최고로 존경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정방문 오신 담임선생님과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공부하는 애들이 돈을 알면 뜻을 크게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빚 얘기를 할 때는 애들을 밖으로 내보니다.”
나는 한참동안 정말 우리집이 엄청난 부자인 줄 알고 자랐다.
아버지는 “남자는 또박또박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일기쓰기를 직접 지도하셨고,
독선생님을 모셔다가 웅변을 가르치신 분이다.
두메산골에서 자란 어린 아들에게 ‘세상 보는 눈’을 가지게 하신다며
잡지를 두 권, 어린이 신문 한 부를 정기 구독시켜주신 분이다.
(어린이 자유, 어깨동무, 소년한국)
놀다가도 해질녘이면 저녁 먹기 전까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국어책을 읽으라고 하셨던 분도 우리 아버지셨다.
학생의 실수는 다 용서된다며 실패나 실수를 걱정하지 말고
과감하게 시도하고, 잘못되면 용서를 빌고, 다시 시도하라고 늘 말씀하셨다.
“은혜를 모르는 놈은 사람이 아니다” 라면서 아무리 작은 신세라도
꼭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忘恩 하지 말고 報恩 하라고 가르치셨다.
남자는 배포가 커야한다고 하셨고
길을 갈 때는 한 가운데로 걷고 고개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며
팔을 활발하게 휘두르라고 하셨다.
늘 남자는 용기와 배짱,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하루도 안 빼고 25년 넘게 매일 시골집에 전화를 드린다.
우리 아버지는 나의 트레이너고 나의 영원한 짱이다.
☞ 선생님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음날 9시에, 당선자로서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114로 전화해서 광주시 교육감실을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1968년도에 곡성군 목사동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던 양해진 선생님을 찾아달라고 했다.
금방 전화가 왔다. 광주 동아여고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는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했고 약 40여년 만에 그토록 하고 싶었던 보고를 했다.
“선생님, 저 정현입니다. 곡성군 목사동 초등학교 기억하십니까?
제가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뭐여? 정현이야? 워메 니가 우리 정현이여. 내가 국민교육헌장이라고 써 붙여 농께 급장이던 니가 와가지고는 ‘선생님, 헌장이 아니고 새장 아닙니까?’ 허든 그 정현이여? 아따 우리 정현이가 국회의원이 되부렀어야. 워메 영 장허다잉”
양해진 선생님은 최초로 나를 알아준 분이다. 글짓기를 가르쳐주셨고 신문과 어린이 잡지를 보도록 권유하셨다.
수업 후 냇가로 함께 멱 감으러 가고 살구나 복숭아 사먹으러 갈 때도 데리고 다니셨다.
가정방문 가실 때는 내가 따라다니면서 학부형들이 계란, 구론산, 아리랑 담배를 주면 들고 왔다.
내가 잘되면 선생님을 꼭 찾아보겠다고 다짐해온지 40년이 흘렀다. 지금은 정년퇴임 하셨지만 아직도 청년 같다.
종종 전화도 드리고 찾아뵙고 술도 한 잔씩 하고 노래방도 같이 가곤 한다. 나는 어떤 경우도 ‘선생’ 이란 말을 안 쓴다.
반드시 ‘선생님’이라고 한다. 어느 학교를 방문하든 절대로 교장 선생님 자리에 앉는 일이 없다.
후배 교사에게도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꼭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장군이든, 혁명가든, 기업가든, 정치인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처음은 스승으로부터 사람 되는 교육이 시작된다.
선생님은 가장 위대한 분들이다.
선생님을 공경할 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존경하지 않는다. 사귈 사람이 못 된다.
☞ 가난
나는 가난을 안다. 뼈가 저리게 안다.
나는 초, 중, 고, 대학까지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나는 노동의 고통을 안다.
종일토록 뼈 빠지게 일하고도 자신보다는
어린 자식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불도 안 켠 어두운 마루에 앉아
얻어온 밥을 떠먹이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나는 직접 보고 자랐다.
설날 아침 떡국을 못 끓이고 식구대로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다가
세배 온 동네 애들을 애써 물리치는 그 할머니의 슬픈 눈빛도 봤다.
내 친구들이고 내 고모들이고 우리 동네 할머니들, 아저씨들 이야기다.
동생들 진학으로 납부금이 늘면서 우리집에도 그런 일들이 닥쳤다.
사춘기 때 이모님 댁에서 얻어온 헌 옷을 입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결혼도 하기 전에 동거를 시작한 작은집 삼촌의 단칸방에서
고교시절을 시작한 나는 연탄가스 중독과 문간방살이의 애환을 다 겪었다.
서울에 올라온 뒤 겪은 기나긴 지하셋방과 옥탑방 생활은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래도 눈물이 난다.
난 지금 이런 나의 삶을 회고하는 것이 진짜 더없이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어떤 소설을 읽어도, 어떤 드라마를 보아도,
그 누가 어떤 애환을 이야기해도 난 그 내용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기분까지,
그리고 창피함과 오기, 분노, 또 포기하고 체념하고 싶었던
그 심정까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속속들이 다 안다.
<이정현 당선자의 투표 하루전 방송연설 발췌본>
위대한 순천시민 여러분, 저 이정현입니다.
내일은 이제 보궐선거 날입니다. 날씨도 많이 무덥고, 또 하시는 일 바쁘시지만 황금같이 소중한 한표 저 이정현에게 꼭 부탁드립니다. 저 이정현에게 이번에 기회한번 주십시오. 이렇게 미치도록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저 이정현, 한번 도와주십시오. 저 이정현 이 손 한번 잡아주십시오.
호남에서 세 번 울었고, 저 네번째 또 도전합니다. 저 이정현 호남외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그저 한번 해먹자고 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만큼은 저 이정현 꼭 일할 수 있도록 한번만 진짜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순 천 보 은 순 천 보 은. 저 이정현 가슴에 꼭 새기고 살아갈 단어입니다. 순천시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은혜를 갚겠습니다. 새누리당만 생각하면 표 주고 싶은 마음 없단 말씀 저 많이 듣고 있고 또 그 의미도 저 잘 압니다. 그래서 더 황송하고, 한표 한표가 저에겐 억만금 이상이라는 마음 자세, 그 빚을 갚아가겠습니다.
···
저 이정현이 당선되면 아마 온나라가 발칵 뒤집힐 것입니다. 그것은 위대한 순천시민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순천은 더 이상 전라남도 순천이 아닙니다. 순천은 대한민국 순천이 되는 것입니다. 온 국민이 순천 시민을 달리 볼 것입니다. 순천은 정치 1번지가 될 것이고 순천은 동서화합의 성지가 될 것입니다. 지역구도 타파에 시발지가 바로 순천이 될 것입니다. 순천 시민은 총성없이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정치혁명을 완수하게 될 것입니다.
순천 시민 전체가 정치드라마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제가 당선되면 저 이정현은 전국적인 인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저 이정현은 호남인재를 키우겠습니다. 저 이정현은 호남의 인재를 지키겠습니다. 사랑하는 순천 시민 여러분, 1년 10개월 임기의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 없다셈 치고 국회의원 없다셈 치고 저 이정현에게 기회 한번 주십시오.
민주당을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면 이번에는 회초리를 한번 들어주십시오. 회초리는 죽어라고 패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게는 정신차리게 회초리를 드시고 저 이정현에게는 미운놈 떡하나 주듯이 손을 잡아 한번 도와주십시오.
순천시민 여러분 저 이정현 일하고 싶습니다. 저 이정현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저 이정현 일하고 싶습니다. 저 이정현에게 이번에 꼭 기회 한번 주십시오. 저 이정현 이번에 일할 수 있도록 한번 도와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이웃집 사시는 아저씨 같습니다.
.
장합니다.
그마음 변치 마시길 ㅡ ㅡ
초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