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적폐수사'에 분노한 文…20년전 민정수석 땐 "DJ도 수사"
중앙일보 입력 2022.02.11 14:36 업데이트 2022.02.11 19:22
김다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전(前) 정권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과거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이던 시절 전 정부에 대한 원칙적 수사를 강조했던 인터뷰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윤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또한 과거 "적페와 불의를 청산하는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후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직접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1일 김경율 회계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 신분이었던 문 대통령이 월간지 '신동아'와 진행한 인터뷰 기사를 링크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최대 현안이었던 김대중 정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불법이 드러나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2003년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이던 시절 신동아와 진행한 인터뷰 기사. 사진=신동아 캡처
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어느 선에서 (수사 혹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남북 관계를 위해 일했다 하더라도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성한 여러 가지 행위나 거래가 잘못된 것일 경우 이를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된다"며 "유감스럽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관여한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김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기호 전 경제수석,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수감됐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적폐 수사 관련 발언도 조명되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님, 헌정사상 처음 정치보복을 공언한 대선후보는 바로 당신"이라며 과거 이 후보의 발언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이 후보가 2017년 '이재명의 사이다'라는 제목으로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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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해당 발언은 문재인 정부 3개월차인 2017년 7월18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한 비공개 문건들을 폭로한 청와대와 문 대통령에게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전 정권 비리캐기 수사는 이 정권도 예외는 아닌듯하다"며 "반복되는 정치보복쇼"라고 비판하자 반박하면서 나왔다.
당시 경기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도둑 잡는게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홍 대표님, 제가 보기엔 보복이 아니라 정의와 상식의 구현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이 후보는 "대선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은 처음"이라며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사진=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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