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2022. 11. 21. 월)
(마태 12,46-50)
“예수님께서 아직 군중에게 말씀하고 계시는데, 그분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분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가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께 말한
사람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6-50)”
여기서 예수님의 말씀은, 당신의 가족들이 찾아온 일을 계기로 삼아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구원을 받는 방법)”에 관해서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라는 말씀은,
“어떤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느냐?”,
또는 “어떻게 살아야 구원을 받을 수 있느냐?” 라는 뜻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서 사는 것은, 그 나라에서 예수님의
‘참 가족’이 되어서, 하느님, 예수님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구원’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면서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이들이 나의 ‘참 가족’이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이 말씀은 “이들처럼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 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제자들이 이미 하느님 나라에 들어갔다는 뜻도 아니고,
또 그들이 당신의 참 가족이 되는 일이 이미 이루어졌다는 뜻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가(신앙인이) 되어서 사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예수님의 참 가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그 일은 그 나라에 들어갈 때 완성됩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라는 말씀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고, 나의 참 가족이 될 수 있다.” 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다음 말씀들에 연결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마태 7,26).”
예수님과 ‘잘 아는 사이’라고 해도, 예수님과 ‘친한 사이’라고 해도,
또 예수님의 가족이라고 해도,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지 않고,
신앙인답게 살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지 못합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형제들은 그분을 믿지 않았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요한 7,5).
이쪽 세상에서 예수님의 가족이라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보장되어 있는 특권이 아닙니다.
이 말은 신자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세례대장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어도, 교회 공동체에 속해 있어도,
신앙인답게 살지 않으면, 그런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표현만 보고서, 예수님의 말씀을
‘교회 공동체를 강조하는 말씀’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너무나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정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는
따로 떨어져 있는 두 개의 공동체가 아닙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을 더 강조할 이유도 없고, 더 부각시킬 이유도 없습니다.
가정은 작은 교회이고, 교회는 큰 가정입니다.
두 공동체는 사실은 하나이고,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가정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공동체’입니다.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부부로 맺어주신 것은,
그리고 자녀를 많이 낳아서 번성하라고 축복하신 것은(창세 1,28),
가족이 함께 협력해서, 함께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고,
함께 구원받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창세 2,18).
따라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공동체’ 라는 말은,
교회의 신앙인 공동체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
가정 공동체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원래는 가정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일’은
가정 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은 교회 공동체를 부각시키거나 강조하는
말씀이 아니라, 신앙인이라면 가정에서나 교회에서나 사회에서나 변함없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습니다.
믿음과 실천에 관해서 말할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말이
‘야고보서’에 있는 다음 말들입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믿음이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도 보다시피, 사람은 믿음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의롭게 됩니다. 영이 없는 몸이 죽은 것이듯 실천이 없는 믿음도
죽은 것입니다(야고 2,14.24.26).”
여기서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라는 말은,
“실천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 라는 뜻입니다.
<성모님은 ‘믿음’의 모범이신 분이고, ‘실천’의 모범이신 분입니다.
이 말을 하나로 합해서 표현하면,
“성모님은 ‘실천하는 믿음’의 모범이신 분”입니다.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예수님의 어머니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천하는 믿음의 모범이신 분이기 때문에 공경합니다.
성모님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느님의 선택으로 메시아의 어머니가
되셨지만,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당신의 자유의지로 순종하셨고,
응답하셨고, 메시아의 어머니로 ‘사신’ 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을 공경하고 있고,
성모님의 ‘실천하는 믿음’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우리는 성모님을 공경하고 있고,
성모님의 ‘실천하는 믿음’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