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水湖誌) - 57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7편 원앙루의 석양녘 27-1
그때 시은은 쾌활림에서 무송이 구속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크게 놀라 아버지와
그 일을 의논했다.노관영은 그 말을 듣고 한탄하며 말했다.
“이것은 장단련이란 놈이 장문신의 원수를 갚으려고 장도감을 매수해 생긴 일이 틀림없다.
아마 뇌물을 많이 썼을 것이다.하지만 무송이 설혹 뭘 훔쳤다고 해서 죽이기야 하겠느냐.
어서 고급 관리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무송을 빼낼 방법을 찾아야겠다.”
시은은 2백냥의 은자를 마련하여 곧바로 자기가 잘 아는 관리 강철급을 찾아갔다.
그러자 강철급이 사실을 털어놓았다.“내가 실정을 그대로 말하겠소. 이번 일은 장도감과
장단련이 꾸민 일입니다. 두 사람은 본래 의형제지요.
장문신은 지금 장단련의 집에 숨어서 당청 관원들에게 뇌물을 써가며 무송의 목숨을
노리고 있소만 당청관 중에서 섭공목(葉孔目)이라는 충직한 분이 반대해서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오.옥살이는 편안하게 지내도록 할것이니 형씨는 섭공에게
청을 넣어 잘 설득시키면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거요.”시은은 1백 냥 은자를 강절급에게
주었다.강철급은 사양하다가 마침내 그 돈을 받았다.
시은은 즉시 잘 아는 사람을 통해 섭공목에게 은자 1백 냥을 다시 전달하는 한편
그 이튿날 음식을 갖고 옥에 갇힌 무송을 면회했다.
무송은 강철급의 호의로 족쇄며 형틀도 없이 갇혀 있었다.
시은은 은자 수십 냥을 옥졸들에게 나누어주고 무송에게 은밀히 말했다.
“이번 일은 장도감이 장문신의 원수를 갚아 주려고 형님을 죄인으로 몰았습니다.
하나 제가 섭공목에게 잘 부탁해놨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시은은 무송을 위로했다.
그가 그렇게 서너 차례 감옥에 드나들자 그 소문이 장단련과 장도감의 귀에 들어갔다.
장도감은 옥졸들에게 시은의 면회를 엄중히 금지시켰다.
무송이 옥에 갇힌 지 두 달이 되자 무송을 맡고 있는 섭공목은 장도감이 장문신의
뇌물을 받고 장단련과 짜고 흉계를 꾸며 무송을 음해하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은 저희들이 받아먹고 애꿎은 나를 시켜서 무송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구나.’
마침내 60여 일이 되자 섭공목은 무송의 칼을 벗기고 곤장 20대를 때리고, 장물은
주인에게 돌려준 후 은주의 노성으로 유배형을 내리고 말았다.
따라서 무송은 다시 호송관 두 명과 함께 귀양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무송이 성문을 나서서 한 오 리쯤 갔을 때 주점에서 기다리던 시은이 달려 나와 만났다.
“형님.”무송이 보니 시은은 머리와 손목을 베로 싸매고 있었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무송이 까닭을 물었다.“장문신이 군사를 몰고 주막에 와서 나를 이렇게 패고
형님이 찾아주었던 주막도 다시 놈에게 빼앗겼습니다. 오늘 형님이 은주로
가신단 말을 듣고 부랴부랴 이렇게 뵈러 나온 것입니다.”
시은은 두 호송관에게 잠깐 주점으로 들어가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호송관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시은은 은자 10냥을 그들의 손에
쥐어주었지만 받지도 않고 무송의 등을 치며 독촉이 성화같았다.
“형님, 봇짐 속에 솜옷 두 벌, 신발 두 컬레, 돈 10냥을 넣었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시은은 무송과 작별하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무송 일행이 다시 10여리쯤 걸어서 어느 어촌에 도착했다.
포구에는 다리가 놓여 있고 사방이 모두 하구로 둘러싸여 있었다.
다리 위의 간판에는 비운포(飛雲浦)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여기가 어디요?”무송이 물었다.
- 58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