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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지 않은 옷을 골랐는데 어떨까 밝은 내 모습을 기억하게 - ♬"
"응? 왜 예은아"
"- "재훈아.. 할말있는데"
"예은아 만나서 하자 만나서. 어디야? 어디서 만날까? 음 어디가 좋지. 어디서 만났으면 좋겠어?"
그래. 잘하고 있다 박재훈
"아~ 여름이였으면 시원하게 빙수라도 먹을텐데. 이제 제법 쌀쌀하지? 음 그러니까 어디가 좋을까"
- "..재훈아"
"난 더위를 타니까 상관없는데 넌 추위를 많이타니까! 내가 양보 할께 하하하 난 널 사랑하니까! 따뜻한 곳이 좋겠다"
- "...."
"그치? 역시. 한솔이 형이 일하는곳 알지? 그 카페에서 만나자. 또 한참 기다리게 하지 말고 곰탱아~ 끊는다! 사랑해!"
미친놈같아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나혼자 할 말만 해버렸다.
평소엔 그렇게 듣고 싶었던 예은이의 목소리였지만,
아직 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예은이. 너 여자친구 김예은! 내가 다른 남자 만나는거 봤다니까!'
'행복해 보이더라. 박재훈~ 너 옆에 있을때 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다고 이자식아!'
'원래 예은이 변덕 심한데, 1년정도면.... 그래도 오래 버틴거야'
윤지혜의 말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나 뒹구른다.
애교많던 목소리가 오늘따라 기운이 없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예은이의 기분이 어떤지, 예은이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건지.
제기랄.
믿지 않았는데
아니, 믿고 싶지 않았는데.
"어 한솔이형. 오늘 카페 노래 쫌 밝은 노래로 틀어주면 안될까?"
- "엥? 뭐야 갑자기. 노래는 왜? 무슨노래로?"
"아 막 그런거 있잖아. 우울할때 들으면 존나 기분 신나게 해주는거. 형이 더 잘 알잖아!"
- "오늘 무슨날이냐? 아~ 예은이 이벤트 해주려고?"
"이벤트? 응.. 이벤트"
- "힝. 아 나 진짜 솔로부대 서러워서 못살겟네. 알았다"
"고마워 형"
징징대는 목소리로 서럽다 호소하는 한솔이형과의 통화를 끊내고, 입고 있던 옷들은 모두 벗었다.
서둘러 옷장에 있는 옷들은 모두 꺼냈다.
뭘입어야 할지 고민끝에
이건 쫌 아니다 싶지만 미키마우스가 그려져있는 하얀 후드티와
이것저것 손을 휘두르다 떡 하니 잡힌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내 방 구석에 늠름히 자리잡고 있는 전신거울 앞에 우뚝 하니 서버렸다.
"이새끼. 누군지몰라도 겁나게 잘생겼는데? 너 여자친구 겁나 이쁘겠다? 그치? 내가 맞췄지?"
그럼 누구 여자친군데.
185cm정도 되보이는 훤칠한 키에 단정한 머리.
하석진을 연상시키는 뚜렷한 이목구비가 전신 거울에 비친다.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잘지내"
굳어버린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억지로 라도 웃음을 지어보려 진땀을 빼는중이다.
시간을 보니 예은이와 약속을 잡은지 30분이나 되어버렸다.
조금 늦었다 싶은 마음에 서둘러 집 밖을 나왔다.
카페는 우리집에서 고작 5분거리 밖에 되질 않는다.
예은이가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 할만큼 서둘러나왔지만,
막상 나와보니
예은이가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왠지..
왠지 서두르고 싶지 않다.
"딸랑 - "
"야~ 박재훈! 넌 여자를 기다리게하고. 그러고도 남자냐?"
"형 안녕!"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울소리가 날 반겨주었다.
그리고 뭔가 큰일이라도 해낸양 늠름한 표정으로 날 반겨주는 한솔이형. 우리 귀여운 한솔이형
그리고
날 향해 기쁘지않은 웃음을 짓고 있는
예은이
"왠일이냐? 곰탱이가 늦지 말란다고 진짜 안늦고! 하하! 너가 날 기다리는 날도 있구나!"
"..."
"너 어제 라면먹고잤어? 아니아니 원래 이렇게 퉁퉁 부었었나? 귀엽다 붕어 같아서. 뻐끔뻐끔"
"..재훈아"
한솔이 형이 특별히 신경써준 신나는 노래만큼이나 밝은 내 목소리와는 사뭇 대조되는 예은이의 낮은 목소리.
거울보고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 석고를 부어버린마냥 굳어버렸다. 예은이를 향해 지은 어색한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제기랄
쪽팔린다. 박재훈! 쪽팔린다 이새끼야!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예은이의 입이 벌어진다.
"우리 헤어지자"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다. 눈도, 코도, 입도, 머리도, 가슴도, 발가락도, 손가락도, 모든게 내려 앉아버린 기분이다.
누군가 내 머리를 망치로 통 하고 내려친것 같다.
"그래"
키는 160cm 정도 되는데, 몸은 정말 빼빼로만큼 많이 말라버려서 걱정된다 이 여자.
얼굴은 달걀형인데 모든게 다 이쁘지만!
특히 눈이 정말 예쁜, 그런 여자다.
이 여자 눈물이 정말 많다. 정말 바보 처럼 수도꼭지 만큼 눈물이 정말 많다.
그 이쁜 눈에서 눈물 나는게 싫어서, 그래서
일부러 카페 노래는 밝은 걸 부탁했고 유난히 밝은 옷을 입고 눈에 띄게 밝은 척 했는데.
이별 통보를 받은건 난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바보같은 여자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미안..미안.."
"그게 뭐냐, 볼륨없이 여자 몸이. 빼빼로잖아 빼빼로. 살 좀 찌워라"
"미안.... 미안...."
".. 잘있어"
그 바보같은 여자 우는 모습 보는게 죽기보다 싫어서.
헤어지는것보다 싫어서 먼저 뒤돌아 나와 버렸다.
한솔이 형이 날 향해 멍하니 짓고 있는 그 표정이 너무 슬퍼서. 울고있을 예은이 모습이 너무 슬퍼서.
카페를 나와 고개를 들어하늘을 봤다.
예쁘다.
김예은! 그 여자가 웃는 모습보다는 아니지만, 날 보며 웃어주던 그 웃음보단 훨씬 아니지만
하늘아
너도 꽤나 이쁘다. 내 여자친구할래? 너가 예은이 대신 내 여자친구 해줄래?
"행복해라. 사랑한다 김예은!"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365일 같은 31일이 지나갔다.
헤어진지 정확히 31일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아버지와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다짜고짜 사람들이 들어와
우리집을 덕지덕지
빨간 벽지로 도배를 해줬다. 고맙긴 한데 빨간색이 너무 칙칙하다.
그래
망했다 우리집
젊었을때부터 티끌모아 운영하던 울 아버지 회사가 망해버렸다. 부도다
"여보.."
거실 저 구석쯤에서 어머니 사진이 고이 들어있는 낡아빠진 액자를 부등켜 않고 우는 남자가 보인다.
내가 3살때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내 앞에서만큼은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던 양반이다.
그런데 그 독한 양반이
그런데 그 우리 아버지가
어린아이 처럼 어머니 사진을 부등켜 엉엉 울고계신다.
제기랄
"어둡지 않은 옷을 골랐는데 어떨까 밝은 내 모습을 기억하게 - ♬"
"뭐"
- "재훈아!"
"왜"
- "너희 아버지 회사~ 망했다며?"
"어"
- "내가~ 우리 아빠한테 말만 잘하면 되는데"
윤지혜다.
"그래서"
- "너네 아빠 회사. 내가 살려줄수 있다고 박재훈"
"내가 어떻게 했음 좋겠냐"
- "사귀자"
"...."
- "나랑 사귄다는 조건하에. 살려줄께 너네 아버지 회사"
"지켜라."
- "내꺼네? 천하의 박재훈이 이제 윤지혜 꺼네?"
종료 버튼을 눌렀다.
"돈만 많은년"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 내가 살려줄께
혼자서 어머니 아버지 노릇 다 하느라 고생했지, 내가 이제 아버지 살려드릴께
"아버지 살수있데"
윤지혜와 사귀게 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빨간 벽지는 모두 사라지고
회사는 한참 전성기때 처럼 왕성하게 돌아가고, 울 아버지 입가에서도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행복하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게 행복하다.
"아참 재훈아"
"어"
"내가 김예은~ 걔 남자 생겼다고 바람 핀다고 그랬었잖아"
"..어"
"그거~ 풋. 다 거짓말이야"
내 어깨에 기대 재미있었다는 듯 말하는 윤지혜.
윤지혜의 목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뻔뻔한 얼굴
재미있다는 얼굴
니가 뭘 어쩌겠냐는 얼굴
부르르 몸이 떨린다. 주먹이 움켜지고 눈물이 나려 한다. 참기 힘들다. 참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너가 김예은한테 가버리면~ 너희아버지 회사. 알지?"
"...시발"
"갖고싶더라~ 김예은 옆에서 웃고있는 너가 너무 갖고싶더라. 그냥 그렇게 갖고 싶더라"
"니가 사람이냐?"
"괜찮아. 사랑하게 될꺼야, 이런 내 모습을. 이런 내 당당함을"
쇼파에 머리를 기댔다. 부르르 들어갔던 몸에 있는 힘이 모두 빠져버렸다.
그렇게 쇼파에 축 늘어져 멍하니 앉아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예은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눈물이 고였던 눈
무언가 아직 다 말하지 못했단 듯이 날 지켜보던 그 눈
난 병신이다
눈을 감아 버리자 필름처럼 지나간다.
예은이의 얼굴이, 예은이와의 추억이, 예은이의 목소리가, 예은이의 모든것들이
"내가 병신이다!"
"쾅 - 쾅 - 쾅 -"
"누구세요"
"...바...박재.. 박재훈.."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야 아닐꺼야
한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 공중전화에서 수십번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게 만든 목소리
혹시라도 들을 수 있을까 문앞을 서성이게 만든 목소리
"무슨일이야?"
"응? 아.. 아냐 아무것도 아냐. 방에 들어가있어"
"박ㅈ...!"
"닥쳐"
확인하고 싶어서. 정말 예은이 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일부러 모른척 문 앞으로 다가갔다.
윤지혜가 애써 문 앞을 가러 막았지만
보인다
예은이가 보인다
"누군데 그래"
"아..."
"김예은이네. 안녕"
아무렇지 않은척. 그래 아무렇지 않은척.
"안녕.. 재훈아!"
"왜"
"사..랑해"
"김예은! 뭐야 너! 구질구질하게 왜이래! 재훈아 들어가있어"
헤어질때보다 더욱더 말라버린 몸. 건강하게 지내야 하는데. 행복해야 하는데
내가 조금더 빨리 알았어야 하는데
널 붙잡았어야하는데
너가 정말 다른 남자가 생겼더라도 널 잡았어야 하는건데
"재훈아, 너가 이말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 할지 모르겠는데 사실!"
"꺄아악!! 입닥쳐 김예은!!!"
"한달전에 윤지혜가 나 바람핀다고 했었다며! 그거 다 거짓말이야!"
알아 나도 알아.
"무슨소리야 김예은!! 아니야 재훈아 아니야"
"나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건, 지혜가... 지헤가 널 좋아해서!!"
"닥쳐!!!! 닥치라고!!!!!"
"그래서?"
"응?"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렸다. 당장이라도 바닥에 주저앉은 예은이를 들어 안아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아버지의 눈물은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
한평생 나와 회사만을 위해 살아온 그 독한 양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나오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
최선의 방법이야
최대한 잔인하게. 최대한 냉정하게. 날 잊어버릴 수 있게.
"어차피 너랑 나, 끝난사이잖아"
"...."
"지금와서 그런 말 하면 무슨 소용있어. 집어치워"
"박재훈"
"어"
"사랑해.. 미치도록 사랑해, 끝까지 너만 사랑해"
"그래. 잘가라"
"갈께.."
"다신.. 보지말자"
윤지혜의 손에의해 문이 닫히고, 입과 몸과 다르게 솔직한 내 눈은 끝까지 예은이를 쳐다봤다.
단 1분이라도. 아니 단 1초라도 널 보고싶다
문이 닫히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아 등을 문에 기댔다.
"사랑한다.. 김예은. 김예은. 김예은. 사랑한다. 사랑해. 영원히."
예은이 이름을 부르면서 한참을 울었다.
문틈사이로 세어 들어오는 예은이의 울음소리가 멈출때까지, 나도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정말 병신 같은 새끼다.
돈에 사랑을 팔아버린, 정말 병신같은 새끼다.
그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오랜만에 동창회가 있는 날이다.
내옆엔 윤지혜가 팔짱을 끼고 힘차게 카페 문을 열었다.
"..안녕"
"응 안녕 박재훈"
카페 문이 열리자 많은 애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여자가 있었다.
키는 160cm 정도 되는데, 몸은 정말 빼빼로만큼 많이 말라버려서 걱정된다 이 여자.
얼굴은 달걀형인데 모든게 다 이쁘지만!
특히 눈이 정말 예쁜, 그런 여자다.
이젠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돌아 갈 수 없겠지만, 이제 우린 정말 아닌거겠지만.
넌 이미 날 잊고 살겠지만
잊을 수 없었다.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다 줘버렸지만. 김예은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날 모두 다 줘버렸지만.
다 주고 다 버려도 다시 자라나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영원히 사랑 할 것이다.
다신 내 옆으로 돌아 올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영원히 사랑할것이다.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15년이 지나도
내 사랑은 끝이 없다.
아 이것또한 스코롤 압박인가요~
번외 기다린다는 분들 있으셨는데..... 실망작이 될까바 두렵네요 ㅠ.ㅠ
나름 열심히 썼는데
조금 지저분한 것같기도 하고....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당! 이번에도 역시 악플도 괜찮으니까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드려용~~
사랑해요 여러분
첫댓글 아..ㅠ.ㅠ한편더써주시면안대요??너무아쉬워요..둘이사랑하는사인데!!
음~~ 추가 번외는 아직 생각을 못해봤어요 >< 생각해볼께요! 다른 소설 올려도 꼭 읽어주세요 ♥
아아아.... 짧은 문체지만 강렬합니다~ 가슴이 시리는군요!
쫌 문체가 부드럽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ㅠㅠ... 감사합니다!
안타깝네요..
와~ 그렇게 느껴주셨다니 감사합니당 ^_^
둘이이어지게해주세요!!번외한편만더요
음.. 번외 꼭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당 ><
ㅠㅠㅠ지혜 아주....얄리얄리얄랑셩.나쁜 계집애ㅠㅠㅠ번외 써주실거라고 믿어용~
번외~~ 고려해 보겠숩니당 ><
이런.. 둘이 사랑하는데.......... 번외 기다릴께용........
번외~~ 꼭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_^
오옷!저것은티오의헤어지러가는길이아니던가!!제가좋아하는노랜데>,<악번외한편만더써주세요ㅠ잘보고갑니다!
알아주시는 분이 있어서 넘 좋아여 ><!!!!!!
ㅠㅠㅠ악 !!!!번외 기다렸는데 드디어 보네요!! 최고에요.
우와아앙 >< 감사합니당! 님 댓글도 최고예요
안타까워요 ㅠㅠ 사랑하면서도 가지 못한다는게 ㅜㅜ 번외 있었으면 해여~
저두 넘 안타까워요 ㅠㅠ........ 번외~~ 좋은쪽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_^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게 느껴주신다니~~ 넘 감사해여 ><
한편더 써주세여~~ 다시다시 기다릴께요~~??
~~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