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누른 옥천·양구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으뜸… 수준별 교육이 주효
"똑같이 가르치면 효과 없어"
3일 발표된 2009년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충북 옥천군과 강원 양구군 학생들의 성적이 단연 돋보였다. 두 곳 모두 농촌지역으로, 학원이나 사(私)교육 인프라가 많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옥천의 초등학교 6학년 '보통학력 이상'(교육 목표를 50% 이상 달성한 학생)의 비율은 국어 1위(95.7%), 수학 2위(95.5%), 영어 3위(94.2%)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양구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도 평가대상 5개 과목 중 사회 과목에서 단 한 명의 '기초학력 미달'(성취도 20% 미만) 학생이 나왔을 뿐이었다. 기적 같은 성과의 비결은 교장과 교사의 열정, 그리고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수준별 교육이었다.
옥천 초등학생의 과반수가 다니는 삼양초등학교의 정정우(61) 교장은 2008년 초 부임 뒤 고민에 빠졌다. 빈부격차가 심하지만 학부모 열의는 대도시 못지않은 이곳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공부로 이끌 것인가?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고학년 중에는 벌써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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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충북 옥천의 초등 6학년 성적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오자 옥천 삼양초등학교의 정정우 교장(가운데)과 6학년 학생들이 이 학교 도서관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옥천=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예전처럼 모두에게 똑같이 가르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 정 교장은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도입했다. 우선 주요 5개 과목을 수준별 로 진행했다. 과목마다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담임교사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가르친 것이다.
우수 학생들만 끌어올리고 나머지는 방치하려는 게 아니었다. 한 교실에서 같은 단원을 가르치면서도 그룹별로 다르게 지도했다.
잘하는 아이들에겐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주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겐 '왜 그런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6학년 허미은(38) 교사는 "영어 공부를 전혀 못 하던 아이가 친구와 함께 문장을 외워 가며 한 문제 두 문제씩 맞기 시작하더니 점점 공부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방학 중에는 학교 안에 '캠프'를 운영했다. 노는 듯 공부할 수 있게 유도하는 '학력 신장 캠프'와 원어민 교사 7~8명이 체험학습으로 가르치는 '영어캠프'였다. 많은 교사가 방학을 반납하고 '암기'가 아닌 '이해'를 가르치는 동안 풀죽어 있던 아이들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삼양초등학교만이 아니었다. 옥천교육청 조경애 장학사는 "지역 초등학교들이 일대일 맞춤식 지도와 체험교실, 틈새 시간을 활용한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보은(국어 2위, 영어 6위, 수학 8위)과 청주·충주·진천 등 충북의 다른 지역 역시 초등학교 교육에서 강세를 드러냈다.
강원도 양구의 비결 역시 '수준별 맞춤형 교육'에 있었다. 양구교육청 장기묘 장학사는 "학습학력관리카드를 통해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강·약점을 분석하고 개인 수준에 맞춰 지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 학급 학생 수가 20명 내외의 소규모라는 점이 여기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날 발표된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해 10월 전국 초등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1년 등 모두 193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으로, 결과를 공표한 것은 지난해(2008년 평가)에 이어 두 번째다.
평가결과 학생들 학력은 전년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은 2008년도 2.3%→2009년도 1.6%(초6), 10.2%→7.2%(중3), 8.9%→5.9%(고1)로 줄어든 반면, 보통 이상의 비율은 79.3%→82.5%(초6), 57.6%→63.7%(중3), 57.3%→63.0%(고1)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