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춘순례(1) – 예봉산
1. 너도바람꽃
모진 세상풍파에
지쳐 쓰러진다 해도
그 바람마저도 감사히 받으며
당신이
꼭 찾아오시리라는
믿음 하나로
오늘도
차가운 시련 속에서
기다림의 꽃을 피우렵니다.
―― 배형준, 「너도바람꽃」
▶ 산행일시 : 2026년 3월 19일(목), 맑음, 미세먼지
▶ 산행코스 : 운길산역,세정사,율리봉 직전 안부,예봉산,전망대,팔당역
▶ 산행거리 : 도상 9.5km
▶ 산행시간 : 4시간 44분(09 : 36 ~ 14 : 20)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구간별 시간
09 : 36 – 운길산역, 산행시작
10 : 34 – 세정사 입구, 계곡 진입
10 : 46 – 세정사(世淨寺)
11 : 35 – 임도, 점심( ~ 11 : 55)
12 : 30 – 예봉산 주릉, 율리봉 직전 안부 쉼터, 예봉산 0.5km
12 : 48 – 예봉산(禮峰山, △683m), 휴식( ~ 13 : 58)
13 : 22 - 전망대
14 : 20 – 팔당역, 산행종료
2. 산행지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른 봄 야생화를 보러 예봉산 북쪽의 세정사 계곡을 찾아간다. 작년에는 목련이 만발하던 4월
18일에 갔다. 그때는 그 계곡이 온통 화원이었다. 피나물, 족두리풀, 앵초,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얼레지, 개감
수, 큰개별꽃, 나도개감체, 는쟁이냉이 등이 현란했고, 계류는 봄의 교향악을 쉼 없이 연주했다. 그 한 달 전인 오늘
은 과연 어떠할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간다.
운길산역에서 세정사까지 약 4km 정도 된다. 마을버스는 다니지 않는다. 걸어간다. 진중천을 옆에 끼고 간다. 농로
를 간다. 계분 냄새가 진동한다. 처음에는 계분 냄새가 악취였으나 얼마 간 지나니 농촌의 향기로 여기게 된다. 오가
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간혹 승용차가 지나간다. 히치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천천히 걸으며 논두렁 양지쪽에
풀꽃이 피었을까 살피기도 하고, 너무 일찍 가면 계곡 야생화들이 기침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다.
도로 옆 산자락에 있는, 세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거미 박물관인 주필거미박물관은 휴관중이다. 주필거미박물관
은 거미박사 1호인 김주필 교수가 평생 수집한 거미를 바탕으로 2004년에 설립하였으며, 그가 30여 년간 세계 100
여 개국을 돌며 수집한 약 5,000여 종, 40만 점에 달하는 방대한 거미 표본과 살아있는 거미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
고 한다.
세정사 입구 좁은 공터에 승용차 3대가 주차되어 있다. 출사객일까? 신도일까? 계곡이 조용하다. 곧바로 계곡에 들
어 인적 쫓는다. 땅바닥이 비교적 넓게 반질반질해진 주변을 자세히 살핀다. 어쩌다 꽃망울을 힘겹게 쳐들고 있는
바위틈과 나무 그루터기 옆에 꿩의바람꽃이 보인다. 피려면 아직 멀었다. 계류는 빙하다. 위쪽으로 끝 간 데를 모를
거대한 빙하다. 계곡 이끼 낀 너덜을 지나 세정사 절집을 들른다. 백구 한 마리가 멀뚱히 쳐다본다.
절이 적막하다. 세정사 본전은 ‘世淨寺’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5칸 집이라서 6개 기둥이다. 6개 기둥에 붙은 주련은
중국 당나라 때 선승인 방온거사(龐蘊居士, 740 ~ 808)의 게송이라고 한다. 다른 절의 주련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
운 게송이다. 7언 율시 중 앞 두 구는 뺐다.
但自無心於萬物 다만 스스로 만물에 무심할 수 있다면
何妨萬物常圍繞 만물이 항상 나를 에워싼들 무슨 방해가 되겠는가
鐵牛不怕獅子吼 쇠로 만든 소는 사자의 포효를 두려워하지 않고
恰似木人見花鳥 흡사 나무로 만든 사람이 꽃과 새를 보는 것과 같네
木人本體自無情 나무 사람의 본체는 원래 감정이 없으니
花鳥逢人亦不驚 꽃과 새가 그 사람을 만나도 또한 놀라지 않네
心境如如只遮是 마음과 경계가 여여하면 다만 이러할 뿐인데
何慮菩提道不成 어찌 깨달음을 이루지 못할까 걱정하랴
주) 심경여여(心境如如)는 주관적인 ‘마음’과 객관적인 ‘환경(경계)’이 둘이 아니며, 어떤 상황에서도 분별심 없이
평온함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3. 들판 길에서 바라본 청계산
4. 꿩의바람꽃
5. 너도바람꽃
11. 오른쪽 중간은 용마산
12. 앞은 예빈산 직녀봉과 견우봉, 멀리 왼쪽은 양자산, 맨 오른쪽은 무갑산
너도바람꽃이 내가 오기를 기다리다 지쳤나 보다. 대부분 시들었고, 그나마 새로이 핀 꽃은 아침 찬이슬을 맞아
파리한 모습이다. 두 사람의 출사객을 만난다. 서로 반갑다. 서로 야생화 정보를 교환한다. 계곡 끝나는 데는 복수초
와 노루귀가 피었다고 한다. 계곡을 오르는 든든한 배경이다. 드문 너도바람꽃 말고는 아무런 꽃도 보이지 않는다.
빙하 오른쪽으로 난 인적 쫓는다. 등산로이기도 하다.
막연히 복수초와 노루귀가 피었다는 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내 깐에는 너른 계곡을 종횡무진으로 누벼보지만
허탕이다. 지칠만하여 임도와 만난다. 그만 예봉산을 오르기로 한다. 임도는 빙 돌아 적갑산과 철문봉 사이를 오르
지만, 나는 오룩스맵에 표시된 등로를 따라 율리봉 직전의 안부를 겨냥하고 오른다. 낙엽 밑은 얼었다. 몇 번이나
엎어진다. 된통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 점심밥 먹는다.
경사가 점점 가팔라짐에 따라 비례하여 인적이 희미해진다. 잡목 숲을 헤치기도 한다. 주릉 170m, 고도차 100m.
인적은 사라졌다. 긴다. 4족 보행한다. 넙데데하고 곧추선 사면이다. 갈지자 그리며 오르기보다는 그중 도드라진
바위지대를 직등하는 편이 낫겠다. 붙잡을 만한 나무가 마땅하지 않다. 암벽등반 볼더링 흉내한다. 아이젠을 가져왔
더라면 좀 더 수월했겠다. 어렵사리 능선에 오른다. ┻자 갈림길 안부이다. 왼쪽은 율리봉 0.2km, 오른쪽은 예봉산
0.5km이다.
방금 골짜기를 오른 생고역을 생각하면 예봉산 가는 길은 비단 길이다. 내쳐간다. 금방 예봉산 정상이다. 서너 사람
이 이미 예봉산을 올랐다. 미세먼지가 심하여 원경이 흐릿하다. 데크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울이 그야말로 홍진이
다. 갑자기 목이 칼칼해진다. 강우관측소에 들어가 그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안천과 무갑산은 언제 보이도 가경
이다.
AI에게 예봉산(禮峰山, 683.2m)의 지명 유래를 물어보았다. 다음의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내가 과문(寡聞)한 탓으로 쉽사리 트집을 잡지 못하겠다.
1. 제사를 지내던 산 : ‘예를 갖추어 봉우리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인근 주민
들 사이에서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의 영산(靈山)으로도 불렸습니다.
2. 예빈산(禮賓山)의 변형 : 조선시대 문헌에는 임금이나 사신이 지나갈 때 예의를 갖추어 맞이한다는 뜻의 예빈산
(禮賓山)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지지자료』에 현재의 명칭인 예봉산(禮峰山)으로 기재
되면서 굳어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3. 지형적 유래 : 인근의 운길산과 함께 사랑산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예봉산을 ‘큰 사랑산’, 예빈산(소미산 방향)을
‘작은 사랑산’이라 칭하며 한강을 사이에 두고 검단산과 마주 보는 지형적 특성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
습니다.
팔당역을 향하여 예봉산을 내린다. 가파른 내리막이지만 등로를 잘 정비하였다. 곳곳에 데크계단과 핸드레일을
설치하였다.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든 데는 장의자 놓인 쉼터다. 예전의 전망 좋은 바위 슬랩에는 전망대를 설치하였
다. 발아래 한강 건너 우뚝 솟은 검단산이 준봉이다. 첩첩 산 멀리 청계산과 관악산을 바라보고 내린다. 쭉쭉 내린
다. 220m봉 직전 안부 ┳자 갈림길. 전에는 왼쪽으로 내렸고, 이정표도 그리로만 안내하는데 오른쪽도 등로가 잘났
다. 팔당역까지 거리는 양쪽이 비슷하다.
오늘은 오른쪽으로 내린다. 처음 가는 길이라 새롭다. 계곡 쪽에 인적이 있으면 무언가 풀꽃이 있어서일까, 따라
가본다. 그렇지만 번번이 빈 눈이다. 산자락은 생강나무 꽃이 한창이다. 마을 골목길에 들어서는 울타리에 산수유가
화사하다. 비로소 여기서 봄다운 봄을 본다.
13. 앞은 운길산 서쪽 능선, 그 뒤는 문안산, 그 뒤 오른쪽은 화야산, 왼쪽은 뾰루봉
14. 앞은 운길산 멀리 왼쪽은 화야산
15. 왼쪽 멀리는 용문산 백운봉
16. 멀리 왼쪽은 무갑산, 오른쪽 중간은 용마산
17. 검단산
18. 멀리 오른쪽은 청계산, 그 앞은 남한산 서쪽 능선, 그 앞은 객산
19. 멀리 오른쪽은 관악산
20. 생강나무
21. 산수유
첫댓글 첫번째 사진 너도바람꽃 예술사진입니다.
어두운 바위 틈과 나무 뿌리 사이에서 보았습니다.
생강나무 암꽃을 찾아보세요
꽃의 계절이 왔네요
암수 구별을 못하고, 여태 자웅동체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해던가 예봉산 골짜구니에서 찾았던 흰얼레지가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
그렇다면 얼레지 필 때 또 가야겠습니다.^^
역시 바람꽃입니다.
아름다워요...
예봉산 세정사 계곡은 북쪽이라 아직 한겨울입니다.
꽃들도 추위를 탑니다.
봄꽃의 향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좋겠습니다^^
너무 너무 바쁩니다.
좋다마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