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 낙서범, 1시간 넘게 스프레이 뿌리며 활개
영추문-서울경찰청 담장 등 53m
빨간-파란색 ‘영화 공짜’ 등 낙서
시민 신고로 경찰 출동… 검거 못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측 영추문 좌우측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점선 안)가 남아 있다. 경찰은 16일 새벽 경복궁과 서울경찰청 담장에 낙서를 남긴 용의자 2명을 추적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약 1시간에 걸쳐 경복궁 일대를 누비며 53m에 이르는 낙서를 남겼지만 붙잡히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와 경복궁 관리소 등에 따르면 전날(16일) 오전 2시 20분경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가 돼 있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경복궁 서쪽 영추문의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벼락에서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이 담긴 낙서를 발견했다.
경찰이 조사한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오전 1시 42분경 한 용의자가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추문 좌우측 담장 6.25m 구간에 낙서를 남기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 남성은 오전 1시 55분경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 38.1m 구간에도 낙서를 했다. 일부 글자는 높이가 2m가량이나 됐다. 경찰이 경복궁에 출동한 이후인 오전 2시 44분경, 이번에는 대담하게 경복궁 건너편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 9m가량의 낙서를 남겼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2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복궁 관리소 관계자는 “상황실 직원 2명이 경복궁 내외부에 설치된 422개의 CCTV를 보고 있었지만 낙서하는 모습은 못 잡아냈다”며 “직원 한 명이 CCTV 수백 대의 화면을 보면서 특이사항을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효자로 일대의 경우 지난 정부에선 청와대 경호 인력이 상시 배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경찰 인력과 순찰 빈도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현장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 전문가 20여 명을 동원해 약품 세척 및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은 또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범인이 체포될 경우 경찰과 협력해 엄벌할 방침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복궁 내에는 CCTV가 많지만 외곽에는 14대만 문을 중심으로 설치돼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며 “외곽 CCTV를 늘리고 감시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주현우 기자,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