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걱 '
낡은 현관문을 조용히 열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어두운과 적막함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 그래도 어떻게 그래... 인간이 할짓이 있지... "
집안의 어두움 만큼이나 가라앉은 수아의 목소리.
수아가 벌써 왔나?
보통 밤 10시가 넘어야 들어올 앤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냥 피곤해서
일찍 들어왔겠지 싶어 내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
" 그럼 어떡하니... 이젠 너무 힘들단다.
그리고 수인이는 이제 다 컸고.... "
내 이름.......
뭐지?
도저희 감을 잡을 수 없는 두 사람에 대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더 이상 듣기 싫어.....
누구의 목소리도.. 누구의 모습도...
그만 좀 괴롭혀..
눈을 꾹 감은 채 소리쳤다.
" 엄마! 나 왔어요!!! "
' 벌컥 '
" 어머, 수아 벌써왔니? 들어가있어.
엄마가 밥해줄께. "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한 엄마의 모습.
나한테 뭐 숨기는거 있죠...
나 또 아프게 하려는 거죠..
너 이제 더 이상 아프기 싫어요..
내 목 조르는 짓 이제 그만해요...
" 응.... "
아파도 참아야 했다.
아무리 짓밟아도.. 아무리 목졸라도...
참아야했다..
누가 내 아픔을 대신할 수 없기에.....
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벌떡 일어나
옷장 뒤쪽에 있는 전자피아노를 꺼냈다.
검은 천에 둘러쌓여 있는 전자 피아노를
천천히 꺼내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고 전기코드를 꽂았다.
아빠의 사업이 망하기 전까지
남부럽지 않게 먹고, 입고, 배운 나...
그중에서 피아노는 꽤 애착이 가는 것이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피아노의 하얀 건반을 누를 때 마다
느껴지는 감촉....
바닷바람을 맞는 시원한 느낌이랄까...
" 수인아, 밥먹어라 "
생각없이 피아노 건반을 동동 거리며
치다가 엄마의 목소리에
애써 밝은 척 하며 소리쳤다.
" 응 "
안방으로 건너가자 조그만
앉은뱅이 밥상에 아침에 끓여놓은
김치찌개와 김치가 전부인 밥상이 보였다.
조용히 밥상앞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데
엄마가 옆에서 조바심을 내며 물었다.
" 우리 수인이는 참 잘해. "
" 응? 뭘? "
" 김치찌개도 잘하고 밥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우리 수인이한테 엄마가 참 고마워.. "
뭔데?
뭐 때문에 또 왜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건데?
왜그렇는건데......
" 수아는 어디 갔어? "
" 아.. 친구집에 갔어.. "
엄마의 말을 끊으며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엄마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저.. 수인아.. "
" 그만 먹을래, 나 잠깐 나갔다올께 "
나 엄마 말 안들을래...
아니 못 듣겠어....
들으면 너무 ... 너무 아플것같아..
가슴에 멍이 들어서.. 그래서 지워지지 않을것 같아..
나 안들을래..
' 터벅터벅...'
땅바닥만 보며 애꿎은 나뭇잎과 모래만
툭툭차며 걷고 또 걸었다.
아마도.. 불행한 일이 생기기 전에 모든 걸 직감 하나봐..
이제 너무 익숙해서..
늘 있던 일이라서..
원하지 않아도 직감하는 것 같아...
" 에휴... "
" 땅 꺼지겠다.
니 한숨 때문에 대한민국 땅 무너지면 책임질래? "
가던길을 멈추다 깊게 한숨을 내쉬는데
뒤에서 장난끼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 보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행복해 질까..
나 분명히 너무 슬펐는데 니 목소리 들리니까
왜이렇게 좋아지니..
이렇다가 민망한 부분해서 털나겠다.. 하하
" 니 무서운 친구들은 어디다 내팽겨치고
너 혼자 싸돌아다니냐? "
" 전부 여자친구 만난다고 떠났지.
나쁜것들.. 친구를 내팽겨치고 여자나 만나고 있다니! "
여자를 만나러 간 친구들 때문에 분개하고 있는 영원이.
하하.. 귀여워요, 이자식..
그럼 너도 여자친구 만나면 되지, 임마
가까운데서 찾아 가까운데서 임마..
바로옆에 좋은여자 있잖냐..헤헤
" 근데 우리 지금 어디가는거야? "
만나서부터 천천히 앞을향해 걷기만하는 우리.
나야 이렇게 둘이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지만 뭐.. 헤헤헤
" 그거야 당연히....... "
영원이는 어느 카페앞으로 폴짝 뛰어가더니
귀엽게 소리쳤다.
" 너한테 저녁 얻어먹으려는 거지! "
그리곤 그 카페 안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다..
이 노옴아!!!!!!!!!
니 놈이 지금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이냐!!!!!!!!!
얼굴이 일그러져 분개를 하고 있는데
그 카페에 초록색 간판을 보니..
'zoom'
' 딸랑 '
" 어서오세요 "
' zoom' 으로 들어가 영원이가 앉아있는
창문가쪽 자리로 가서 영원이를 마주보고 앉아
조용히 말했다.
" 야, 나 진짜 돈 없어 "
" 아 몰라몰라! 난 얻어먹어야되.
여기요!"
" 야 지영원!! "
예쁜 종업원언니가 오자
영원이는 싱글벌글 웃으며
이것저것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웃지마라..
종업원 언니 좋아하는거 안보이냐...
" 음.. 스파게티 2개하구요.. 너도 스파게티 먹을꺼지?
참치김밥하고, 오렌지주스 2잔 주세요.
후식으로 파르페하고 초코케잌이랑 핫초코 2잔 주세요. "
" 네. "
묻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주문하는 영원이와
그대로 받아적는 예쁜 종업원언니.
뭐가 좋아서 그렇게 씽긋씽긋 웃나요..
저는 짜증이나서 울고만 싶답니다.
알바비에서 깎아달라고 해야하나..
" 어? 아까 왔던 언니네?
언니도 여기서 알바하지 않아요? "
다 적고 날 힐끔 한번 보더니 아는척을 하는
예쁜 종업원 언니.
나보고 언니라니 쳇...
" 아.. 네.. 저도 여기서 알바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 17살이에요 "
다시 씽긋 웃으며 말하는 예쁜 언니..
아니 친구..
같은 고1이구나...
" 저도 고 1이에요. "
" 아 그래요? 남자친구가 참 잘생겼어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
남자친구.. 풉...
이렇게 듣기좋은 말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하하!!!!!!!!
" 너 여기서 알바해? "
종업원이 우리 둘 사이를 연인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영원이.
" 응... "
" 쟤처럼 서빙하는거? "
" 아니, 저기서 피아노 치는거 "
내 손가락이 향해있는 곳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이내 무대에서 눈길이 머무는 영원이.
그리곤 눈동자가 커지면서 물었다.
" 저기서 피아노 닦는거 아니고 치는거? "
" 응 "
" 저기서 피아노 옮기는거 아니고 치는거? "
" 응 "
" 우와...."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놀라운지 작은 감탄사를 내뱉는 영원이.
근데...
왜이렇게 기분이 나쁜거지?
날 도대체 뭘로 보길래 피아노 좀
친다니까 그렇게 놀래니?
내가 돌쇠, 우뢰맨 따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거니?
" 올라가서 쳐봐, 응?
한번 쳐봐 "
음식이 나오고도 계속 피아노를 한번
쳐달라고 졸라대는 영원이.
니말이면 다 들어주겠는데 그건
못들어주겠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혼자
쌩뚱맞게 올라가서 피아노를 치니..
" 안돼.. 다음에 쳐줄께. 얼른 밥먹어. 응? "
" 쳇.. 다음에 언제.. "
이런 앙큼한 녀석..
이젠 삐지기까지 하다니..
" 음... 그래! 이번주 목요일날 공연있는데
니 무서운 친구들하고 와서 봐라! "
" 지금 보고 싶지만 니가 저녁까지 사주니까
너그럽게 이해해줄께 "
아.. 또 다시 마음이 무거워 진다.
난 진짜 돈이 없는데.. 제기랄!!
너무 좋다...
내 앞에 니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니가 날보며 웃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그러니까..
이꿈에서 안깨어나게 해줘..
나 안깨어나도 좋으니까 영원히 이꿈꾸게 해줘..
내 아픈 현실 못느끼게...
이 꿈에서 내 아픈 현실 느껴지지 않도록
절대깨지않게 해줘...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미운오리새끼※[11]
행운아♣
추천 0
조회 178
05.01.29 20:4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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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원이 너무 좋아요♡물론 세진이오빠도 >_<♡
다음편 궁금함 ㅜㅜ
세진오빠눈 내꺼임♡♡♡ㅋㅋ
제밌어요^^!! 담편 기대기대 왕기대 해요!!
재밌네요 ^ㅇ^
ㅋㅋㅋ 재밌어요 ㅎ 난 영원이가 좋던데 ...
ㅜ,ㅜ;넘흐 좋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