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들, 수에즈운하 피습 공포에… 희망봉으로 빙 돌아가
중동전쟁 이후 최소 8척 공격당해
亞~유럽 잇는 수에즈운하 운항 포기
희망봉 항로 택하면 7~10일 더 걸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에서 서구 주요국의 민간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다. 후티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서방을 적대시한다. 이로 인해 주요 해운사 또한 홍해와 인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포기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는 것이다.
미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그룹 ‘CMA CGM’는 16일 수에즈 운하 항행을 일시 중단했다. 전날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 2위 덴마크 머스크, 5위 독일 하팍로이드 등이 먼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5일 밤 홍해 남단의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MSC 화물선 팔라티움 3호가 후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박은 화재 피해를 입고 운항을 중단했다. 최근 하팍로이드의 선박 또한 후티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전쟁 발발 후 홍해 일대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8척이다.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약 9000㎞ 늘어난다. 운행 시간 또한 7∼10일 추가되지만 선원들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다는 판단이 해운사들로 하여금 희망봉 경로를 택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티에 대한 서방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홍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카니’는 후티가 발사한 무인기 14대를 격추했다. 미국이 홍해 일대에서 한국, 일본 등 39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군 연합체 ‘연합해군사령부(CMF)’ 소속 함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