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58)와 버치 윌모어(61)는 당초 여드레만 머무르려고 지난 6월 6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난 6일 지구로 돌아온 보잉 스타라이너 우주선으로 대기권에 재진입, 귀환하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탑승하지 못했다. 추진력 문제와 헬륨 가스 누출 위험 때문인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꼼짝 없이 보잉의 경쟁사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으로 귀환 길에 오를 내년 2월까지 반 년을 더 ISS에 머물러야 한다.
두 사람은 13일의 금요일 ISS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개월을 우주에서 체류하게 돼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덤으로 주어진 시간에 감사한다고 밝힌 뒤 그곳에 붙들린 시간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윌모어는 딸의 마지막 고교 1년을 아빠로서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윌리엄스는 보잉 스타라이너가 자신들을 태우지 않고 귀환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했으며 가족과 두 반려견이 보고 싶지만 새로운 우주선 스페이스X의 드래건을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윌모어는 또 우주에 있는 동안 관절 통증이 나아져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우주에 있어 좋은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무중력 상태라 뼈에 가해지는 압력이 덜해진 덕분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NASA와 보잉을 향해 나쁜 마음을 품은 적이 없으며 결국은 집에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곳에서 친구로 단합돼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우주에 머무르게 되면 "관점이 바뀐다"며 지상의 사람들이 왜 잘 어울려 지내지 못하는지 이유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시간 아주 평화롭다. 그곳(지상)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아 내 안을 들여다볼 시간이 거의 없다. 지상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지 못하는 이유를 상상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이 행성에서 우리 모두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 그곳이 우리가 있어야 할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ISS 모듈 안에서 두 사람이 둥둥 떠다니며 진행했다. 두 우주비행사 얼굴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일은 대단한 순간이었다고 BBC 기자는 평가했다. 두 사람 도무 행복하고 건강해 보였다. 그들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전문적이어서 한쪽우주비행사라도 자신들 소속인 NASA나 보잉과의 관계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가 나왔더라면 대단한 놀라움이 될 수 있다.
윌모어가 보잉 캡슐이 편안하지 않았다고 했을 때 둘의 의견은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시간이 충분하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윌모어는 매일 아침 4시 30분, 윌리엄스는 6시 30분 기상하는 등 일상 루틴을 지킨다고 했다. 2시간 이상 체력 훈련을 한다고 했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분투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자 투표를 신청했다고 했다.
BBC 기자는 두 사람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일을 해달라는 요청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보잉 우주선에 정말 어떤 잘못이 빚어졌는지, 보잉과 NASA가 강한 미래를 함께 갖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들려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