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월요일에 가을학기부터 아들이 다닐 대학에 다녀왔습니다.
메릴랜드 까지 먼 길이지만 아들이 다닐 학교인데다가,
신입생과 또 부모들의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시간을 쪼개어 다녀왔습니다.
서둘러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도 없이 펜실바니아 주에 있는 애미쉬 타운에 들렸습니다.
십여 년 전에 다녀온 그곳의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이 가슴 한 켠에 예쁜 사진 액자처럼 걸려 있어서
언젠가 다시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눈에 익지도 않은 길을 무작정 찾아 나선 겁니다.
예쁜 사진도 몇 장 찍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애미쉬 타운이란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아직도 전기나 TV 자동차 같은 문명을 멀리 하고
농사를 지으며 자기들만의 신앙을 고수하며 사는 곳입니다.
그런데 10년 전의 기억만으로 무작정 찾아 나서긴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림짐작으로 한 30분 정도 가면 나오리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한 시간이나 달렸음에도 아무런 사인도 없었습니다.
예전에 수월하게 찾아갔던 기억만으로 그곳을 찾는 건 좀 과장하면 모래사장에서 모래알 하나 찾는 격이었습니다. 잠잠 불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곳은 EXIT 하나가 20마일이 넘는 곳도 있었습니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 길을 떠나서 긴 시간을 운전한 탓에
눈도 스멀스멀 감기고 몸도 찌뿌둥한 상태였습니다.
인내심이 많이 부족한 전 이쯤해서 포기하고 돌아가자고 했는데
아내가 무슨 소리냐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곳에 가야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아서
마지못해 그러자고 했습니다.
겨우 찾아들어간 편의점에서 지도를 보니 우리가 있던 곳에서 20여분만 더 가면 되는데
하마트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고 허탕을 칠 뻔 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 사이로 난 길 사이로 자동차가 다니고
또 간간히 말이 끄는 마차를 탄 애미쉬,
그리고 아이들은 자전거처럼 생겼는데 발로 밀고 다니는 스쿠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린 아이의 정말 해맑은 미소도 만났습니다.
그날 옥수수 밭 사이로 드라이브를 하며 사진도 찍고
길 옆 좌판대에서 무인 판매하는 과일과 야채도 사며
옥수수 밭 위로 떨어지는 저녁햇살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젖기도 했습니다.
우리 삶의 한 페이지를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쯤해서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 '20분만 더'가면
아름답고 소중한 풍광이 우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며
고단한 삶을 헤쳐갈 수 있는 교훈을 그곳에서 배웠습니다.
(굿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