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4통 목암마을 앞 한전 철탑 공사
주민들 “위치 이격해야”
송전탑 공사가 진행된 개명산 앞 공사현장. 인근 목암마을 주택과 불과 200m 남짓 떨어져 있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양신문] “어느 날 갑자기 마을 앞 산 능선에 철탑이 올라가는 거예요. 동네 주민들한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르고 해서 현장에 직접 올라가봤더니 송전탑을 세운다고 하더라고요. 공기 좋고 산세 좋은 동네에 갑자기 송전탑이 웬말입니까.”
지난 28일 고양동 벽제 4통과 양주시 장흥면 경계에 위치한 개명산 자락의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만난 김상용 어르신. 산 바로 아래 목암마을에 살고 있는 그는 불과 보름 전 이곳에 345kV송전탑이 세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번갈아가며 공사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확인 결과 목암마을 경계를 따라 세워지는 송전탑 수는 총 3기로, 가장 가까운 집은 직선으로 불과 200m 남짓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였다. 게다가 송전로가 지나는 구간은 평소 주민들뿐만 아니라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등산로였다.
김상용 어르신은 “이미 철탑 하나는 완공됐고 나머지 2기 또한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주민들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헬기까지 띄워가며 밤 11시까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사업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취재 결과 이곳 송전탑 공사는 ‘양주~동두천CC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으로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에서 장흥변전소까지 총 81기의 철탑을 설치하는 대규모 송배전 설비 사업이다(거리 34.258㎞, 총 사업비 943억원). 해당 사업은 지난 2013년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이 반영됐으며 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해 2018년 7월 본안 협의까지 완료돼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목암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설치 구간이 마을과 너무 인접해 있고 사업추진에 앞서 주민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철탑 위치 변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마을주민 장은진씨는 “이곳 목암마을에 70가구가 넘게 살고 있는데 송전탑 선로 구간과 불과 200~800m내에 있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철탑 위치는 조정해달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라고 전했다.
구글맵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75번-76번 사이 선로에서 주거지(도로명 127-27)까지 직선거리는 불과 225m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설명회 문제도 거론됐다. 목암마을 주민들은 “마을 코앞에 송전탑이 지어지는데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반면 한전 측은 고양시에서도 한차례 주민설명회를 진행했고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세부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양주시와 동두천시에서는 송전탑 선로 영향권 내에 위치한 지역의 마을회관, 면사무소 등에서 설명회를 진행한 반면 고양시의 경우 덕양구청 소회의실에서 한 차례 진행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목암마을이 속한 벽제 4통은 참석하지 못해 사실상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발과 공사현장 농성이 이어지자 한국전력 측은 지난 28일 목암마을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진행했으며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초안 당시 원안대로 철탑 위치와 선로를 목암마을에서 좀 더 이격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 측은 “이미 변경된 사업안이 확정된 상황”이라며 난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관계자는 “목암마을 주민들의 요구대로 철탑 위치를 조정하게 되면 반대 쪽의 양주 쪽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 아니냐. 일단 양주 지역 대책위 측에 의견을 묻고 있긴 하지만 자칫 지자체 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mygoyang.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