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노무현을 죽였다고? 趙甲濟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과거 소급형 수사로 감옥에 보낸 것은 문재인 세력 중에 '노무현을 죽인 이는 이명박'이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사실과 다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것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죽이려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5월14일 인천 계양구에서 열린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이런 거짓말을 했다. 윤 위원장은 "이 후보가 계양에 출마하니 여당과 정권 주변에서 "방탄" 운운하며 난리가 났다"며 "이 사람들이 온갖 수를 다 내서 이재명을 죽여 보려 했는데, 어렵게 되자 심통을 부리는 얘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실 비서관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다수 발탁된 것을 비판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개소식에서 "민생에만 신경을 써도 대통령이 잠잘 시간이 없는데, 수사와 구속에 자신 있다고 대선에서 1천600만 표를 얻은 민주당 대선후보를 수사 대상으로 삼으면 어떻게 대한민국이 발전하겠나. 국정의 1%밖에 안 되는 범죄 수사, 구속만 하던 사람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끌고 가려 한다.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 (윤 대통령 모교인) 충암고 선후배들이 대검 부속실 마인드로 어떻게 경제를 이끌겠나"라고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을 과연 이명박이 죽이려 했나. 노무현 자살 직후인 2009년 6월12일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 검사장)가 발표한 수사결과는 이렇다. <1. 혐의 요지 ○ 노무현 前 대통령 : 2006. 9 ~ 2008. 2. 박연차로부터 4회에 걸쳐 미화 합계 640만 달러 등 뇌물수수 2. 수사 진행 경과 ○ 2008. 12. 중순. 홍콩 계좌의 송금지시서 및 박 연차 진술에 의해 노건호(*노무현 아들), 연철호(*노무현 형 노건평 맏사위)의 5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관련 계좌 확인을 위한 형사사법 공조요청 ○ 2009. 2. 美貨 환전 자료 및 관련자 진술 등에 의해 1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 2009. 3. 중순 ~ 4. 초순. 형사사법 공조요청 회신 도착 및 분석, 연철호가 500만 달러 수수 계좌의 개설자임을 확인 ○ 2009. 4. 7. 노무현 前 대통령, 정상문 체포 직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권양숙 여사의 100만 달러 수수 사실 및 연철호의 500만 달러 수수 사실 시인 ○ 2009. 4. 10 ~ 4. 26. 연철호, 노건호 및 동업자 정○○, 정상문 등 상대로 600만 달러의 수수 주체, 성격, 자금 사용처 등 조사 ○ 2009. 4. 11. 권양숙 여사 소환 조사 ○ 2009. 4. 30. 노무현 前 대통령 소환 조사 ※ 노 前 대통령, 돈의 사용처에 대한 진술서 제출 의사를 밝히고 청와대 내의 통화내역 보관 여부 확인 요청 ○ 2009. 5. 7. 권양숙 여사, 100만 달러 사용처 관련 진술서 제출 ○ 2009. 5. 9 ~ 5. 11. 국제공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박연차가 노정연에게 40만 달러 송금 사실 확인 ○ 2009. 5. 12. 청와대 경호처, 보존기간 경과로 노 前 대통령이 요청한 통화내역 확인 불가 회신 ○ 2009. 5. 10 ~ 5. 18. 미국 주택 계약내용, 대금 지급 여부 등 조사 ○ 2009. 5. 20. 미국 및 홍콩에 미국 주택 계약 관련 형사사법 공조요청 3. 처리결과 ○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하여는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6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통상적으로 죽인다는 것은 없는 죄를 만든다는 뜻인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2009년 6월1일자 《한겨레》의 문재인 인터뷰 기사는 권양숙 책임론에 가깝다. <대통령에게 큰 실수를 하게 된 권 여사님은 우리들에게 너무 면목없어 했습니다. 우리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에야 어쩔 수 없이 동석하셨지만, 그게 아니면 대통령과 같은 공간에 있는 걸 피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다가도 대통령이 오시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 여사에게) 우리 앞에서는 큰소리 한 번 안 치셨습니다. 나는 그게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정 비서관이 받았다는 3억원과 100만 달러의 성격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 돈이 그냥 빚 갚는 데 쓰인 게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집 사는 데 쓰인 것을 알고 충격이 굉장히 크셨습니다. 그런데도 홈페이지에는 수사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글들이 올라오니까 ‘그건 아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문재인씨는 이 인터뷰에서 노무현 수사가 정치적 음모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자신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글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는 것이다. 2009년 봄 수사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면, 노무현씨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는 전술을 펴다가 검찰의 수사에 의해 코너로 몰려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연합뉴스》는 “노 전 대통령이 거듭 ‘몰랐다’고 배수진을 치더라도 박 전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도덕적 타격을 피할 수 없고, 같은 해명이 반복되면 신빙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썼다. 이 통신은 <100만 달러 의혹이 불거진 4월 초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권양숙 여사를 ‘집’이라 지칭하면서 자신 모르게 권 여사가 빚을 갚기 위해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며칠 뒤 다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하다”며 민망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의 한 수사 관계자는, 노무현씨의 ‘나는 몰랐다’는 주장이 검찰 수사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자살한 뒤 친노세력은 그를 희생양으로 윤색하기 시작하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씨처럼 권 여사에게 책임을 전가, 노무현의 무고함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식사 자리에서 권 여사가 박연차씨에게 ‘아이들 집’ 마련 운운할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곁에서 듣고 있었고, 나중에 ‘고맙다’는 전화를 박 회장에게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노무현 자살의 1차적인 책임자는 권양숙씨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씨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 ‘모든 게 내 책임이다’고 나왔어야 하는데 ‘나는 몰랐다. 집사람 책임이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스스로 퇴로(退路)를 끊은 셈이란 주장이었다. 중앙수사부장으로서 노무현 관련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변호사도 2011년에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나와 미국에서 집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바로 그날 오후 5시경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에서 주택을 구입했음을 의심할 만한 미국 당국의 조회 결과가 한국 검찰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진실을 알고 있던 노무현씨는 검찰에서도 다른 진술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윤호중 씨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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