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하얀거탑과 밀회의 PD답게
영상에 정말 많은 정성을 들인 것이 보이고, 정말 이쁩니다.
배역들 또한 캐릭터들에 맞게 잘 선택했으며,
그들 개개인들의 연기력도 아주 훌륭합니다.
줄거리 또한 아주 아기자기한 것이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 만큼이나 단점이 크게 부각되기에
재미있게 보는 만큼 아쉬움도 커지네요.
그래서 좀 뜬금없긴 합니다만 한 번 적어봅니다.
1.내신 4등급의 수재?
먼저 공부도 분명 재능입니다.
머리의 좋고 나쁨을 말하기에 앞서,
사람들이 잘 하는 것은 대부분 그것이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관심을 갖다보니 잘 하게 되고,
잘 하게 되니 좋아하게 되거든요.
그런면에서 보았을 때 공부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관심을 갖는만큼 사랑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공부에 대해 흥미도 있고, 집중력도 좋고,
머리도 좋은 데 성적은 나오지 않는다?
아,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예외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 예외는 무시되어야만 합니다.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과외를 받지 않으면 성적이 나오지 않는 공교육의 현주소?
공부를 잘 하고, 열심히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잘못 된 교육과정?
이 드라마의 주제는 사회 고위층의 허례 허식입니다.
지금도 처음 광고할 때와 같다면 말이죠.
주제와 맞지 않는 설정.
그로인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불명확하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이해가 어려워지고, 흥미를 잃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설정을 한 이유는 알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시험을 볼 수 있을만큼 공부를 잘 해도
번번히 물을 먹고 미끄러져 밤에는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해야하는 언니.
반면 공부도 별로였고, 한 순간의 실수로 아이까지 낳게 되었지만
돈의 힘으로 양질의 공부를 하면서 사법고시까지 노리는 동생.
이러한 극명한 대비를 통해
누군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가진 능력이 이상으로 누릴 수 있으나,
또 어떤 누군가는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안 되는 현실을 꼬집을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하여도 처음의 주제와 벗어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여주인공의 설정은 오히려 공부를 잘 하는 우등생이 되는 것이 나았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주제와 벗어나는 설정이 될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게 함으로 공부를 잘 하고, 생활도 바른 우등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자퇴당해야 하는 현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되는 우연.
반전의 장치로만 보아도 전자보다 후자가 낫습니다.
2.가식 VS 속물근성.
앞의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부유층의 허세와 허례입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부유층의 허세와 허례가 풍자의 대상이 맞나요?
오히려 철없는 아들 부부의 행동과 속물근성을 보여주는
사돈에 대한 대응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부유층의 모습은
풍자의 대상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유약하고 또, 착합니다.
더구나 사이 사이에 나오는 부유층을 향한 변명,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서민의 모습.
그리고 그 상류문화에 금새 젖어 들어 더 독해지는 서민.
드라마의 주제가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입니다.
3. 출연자는 단 3명.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모든 스토리가 3명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나머지는 속된 말로 다 병풍입니다.
간간히 몇몇 에피소드들을 통해 등장하고 있지만,
드라마상에서 보여지는 건 단 3명 뿐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상황이 바뀔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상류문화와 하위문화의 충돌.
그 유일한 접합점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부모, 단 하나이기에
모든 줄거리가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변 인물들이 어떤 변화를 겪든, 어떤 성장을 하든
결국 모든 촛점은 그들을 향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이 드라마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두 가지 뿐입니다.
주제를 지키고 단조로운 줄거리를 유지하던가
아니면 주제를 버리고 보다 다채로움을 선택하던가 말이죠.
이제 중간쯤 전개된 줄거리.
앞으로 전개될 줄거리는 분명 여주인공이 겪게 될 속물근성과 그로 인한 혼란.
결말을 어떻게 이어갈 지는 모르겠으나
당장의 전개와 주제의 벗어남은 어쩔 수 없어보입니다.
듣기로 당초 이 드라마를 계획할 때는 여주인공의 성장기를 하려고 했다가
사회풍자극으로 바꾸었다고 하던데,
아마 그 과정에서 소재와 주제가 비틀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여주인공의 성장기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첫댓글 저는 그냥 재미 자체가 없어서.. 상황설정 자체는 재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드라마를 보면서 웃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가끔 터지는 실소 한 두번 정도? 이 드라마의 장르가 '코미디'라고 하는 것부터 도통 공감이 가지 않는달까요...
장르가 코미디였던가요? 이건 생각도 못 했던 거네요. 하긴 풍자극이니 코미디라고 하면 코미디가 맞긴 하겠군요.
@OverTheHill 블랙 코미디라고 하는 거 같더라구요..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제가 이해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ㅠ
우선 1번은 주인공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어떤 설정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수포자입니다. 수학포기자. 주변에 자극제가 없을 경우 극심한 수포자면 4등급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주인공이 보여주는 언어 영역과 사회과학 영역 능력을 봤을 때면 못해도 3등급은 할텐데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죠.
그리고 이 드라마를 소설로 치자면 관찰자 시점입니다. 말씀하신 병풍들이 화자로 나서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는 거죠. 이 드라마가 양반전이라 불리는 이유들 중 하나가 화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되는 대상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라 봅니다. 1 회에 택시 기사로부터 시작해서 주인공 가족 집안의 집사 가정부 비서 과외선생에
이르기까지 저들이 바라보고 있을 때 이야기가 풀어져 나간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거죠.
그리고 제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주동인물들과 반동인물들이 한국 드라마의 교본대로 극악과 극선의 대립이 아니라 좋아합니다. 일반적인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도덕과 정의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신선한 거죠. 현실을 투영하는 것 같아서요. 풍자와 해학이 이끄는 코미디는 대상이 치밀하고 억셀 경우 힘을 낼 수가 없어요. 덕분에 좀 너무 순해지는 역효과가 나긴 하죠. 이건 좀 아쉬운 대목이긴 해요.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준상이 맡고 있는 인물에 너무 빈 구석이 많아져 버렸죠. 말빨 최고라 하는 한국 최고의 로펌 대표가. 이건 글쓰는 사람이 글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때때로 무리수를 두는 그런 현상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