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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pink sugar
-달콤한 분홍색 설탕-
나무로 따지자면 푸릇푸릇 초록잎이 돋아나는 여름의 버드나무
꽃으로 따지자면 이제막 '폭'하고 꽃잎을 틔울듯한 촉촉한 이슬머금은 새벽의 채송화
사랑으로 따지자면 서서히 달콤한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오렌지빛 사랑
by.초록빛 그들이 핑크색 사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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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찰칵'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겨울과 봄.
딱 그 중간에 끼인 , 어제까지만 해도 꽁꽁얼어붙어 손을 쓸쑤도 없었던
큰 양동이에 담긴 물 웅덩이가 오늘은 얇은 얼음막만을 띄운채 반짝. 하고 빛나는 계절.
책이 수북히 덮인 이 15평남짓한 서점에서 갈색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베이지색 담요를 무릎위에 덮어두곤 구수한 원두커피의 냄새가 풍기는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빼어 한손에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두꺼운 책을 펴내들며 창밖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큼 좋은것은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이 작은 서점.
가끔 70이 다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혹은 젊디젊은 고등학생들이오는 이곳은
옛날 철없던 시절, 그토록 촌스럽다며 물려받기를 거부했던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만큼
너무나 편하다.
은은한 커피냄새를 맡으며 안락의자에 살짝 몸을 기울이고있으면 고등학생시절.
친구들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보물단지 어루듯이 관리하던 내 긴 머리카락이
슬며시 내 어깨를 감싸온다.
25살.
참으로 애매한나이.
20대와 30대의 중반에 서서 어찌보면 청춘이요. 또 어찌보면 늙어가는것인데
이나이에 연인도,가족도, 곁에 있어줄 무엇도 없다는사실에 또 가슴한켠이 아려온다
지금의 나는
중학교때의 순수함도
고등학교때의 풋풋한 사랑도
대학교때의 아련함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딸랑'
서점의 문이 열렸다.
오늘 처음으로 방문하는 손님인듯했다.
커피를 내려두고 인사를 하기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서오ㅅ..."
어서오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그 첫 손님을 보는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오랜만이야?"
여전히 변함없는 미소로, 여전히 변함없는 목소리로..
또 여전히 내마음을 두근대게 하는 이 사람.
"한..신유?"
"응.진짜 오랜만이다 이 연."
두근댄다..미치도록 두근댄다.
내 고등학교시절을 다 휘어잡았다해도 무리가 아닌사람.
처음 사랑의 달콤함과 쓴맛을 보여준 사람.
한 신 유
* I. <봄. 그것은 설레는 핑크색 계절>
벚꽃이 휘날리는 계절이었다.
쌀쌀한 바람이 온몸을 휘어잡는듯했지만 그 바람속에도 어딘가 향긋한 꽃내음이 나는것같아
좋기만했다.
18살
고등학교 2학년.
그해 봄의 나는 후배가 생길거라는 이유만으로 혼자 한껏 설렘을 안고있었다.
"야 이제 나도 선배야??? "
"응~~!! 후배 후배 후배다!!!!!!!"
"흐흐흐"
친구와 한껏 설렌마음을 안고 수다를 떨며 복도를 거닐고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의 그1년.
후배로써 했던 그 수많은 잔신부름들과 잔소리들.
이제는 돌려줄 차례라는거라 생각하니 깨를 한웅큼 씹는것처럼 고소해졌다.
분명 1년전까지만 해도 절대 저런 선배는 되지말자라고 다짐해왔었는데 말이다.
"연아연아 너도 좋나부다~~ 매일 그런거 신경 안쓴다고하던애가"
나의 단짝친구 초 승 희.
승희는 발갛게 달아오른 내 두뺨을 보며 말했다.
"야야~~ 그러지마. 난 쟤가 왜저러는지 알거같으니까~ 흐흐"
"초승희!!!"
다른친구의 물음에 입을 한껏 위로올리며 웃는 승희가 나를 살짝 째려봤다.
"뭔데 뭔데 응??"
"아가는 몰라도된다. 연이쟤는..신비주의니까"
"야~~뭔데"
"큭. 너무 잘알려진 신비주의"
‘딩동댕동’
커다란 스피커에서 굵은 목소리가 울려댄다.
그와 동시에 2학년 학생들은 전부 화장을 고치던 손을 거두곤 얼굴을 헤벌쭉-하게 한뒤
스피커를 바라보았다.
“아아 마이크테스트. 마이크테스트”
언제봐도 촌스러운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시작했다.
“아아 지금 당장..어..전교 학생들은 강당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개학식이 시작됩니다.
아아 다시말씀드립니다 지금 전교 학생드...“
“꺄악~~~~~~~~”
한 여자아이의 짧은 비명과함께 누가먼저랄것도 없이 모두가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지금 여자아이들의 머릿속에는 1학년 꽃돌이를 만날생각에 행복에 겨울것이며
남자아이들은 풋풋한 영계 여학생을 만나기위한 설렘으로 가득찰것이다.
-강당-
강 당 이라는 글씨가 굵게 박힌 큰 곳에 수많은 학생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었다.
승희는 내 옆에서 어느 프로그램에서 언젠가 보았던 ‘들소여인’을 상상케했다.
“야 이것들아!!! 비켜!!!!”
“초승희”
“아악~~~밀지마 이것들아!!”
승희에게 두려움에 떨고있는 신입생들은 안보이니..라고 말하고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그냥...왠지 두려웠다.
저런 악바리에게 걸리면....
"아아 마이크테스트. 학생들!! 거기!! 조용히하고 이리와 줄서"
뭐..다행히도 교장선생님의 말로 수그러 들었지만..
"자 지금부터 개학식및 신입생들의 소개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교장의 말 한마디에 학생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동요하는듯했다.
그리고..참으로 오랜만에 내 심장도 조금씩 쿵쿵대기 시작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승희는 소리를 지르다말고 나를 힐끔쳐다보더니 풋 하고 웃음을 흘렸다.
"풉...자.. 우리 연이 님이 언제 나올려나~~"
"초승희!! 하지마~~"
"부끄러워하긴"
"어이!! 거기 조용히해"
수다를 떨고있자 담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네!!!!"
"네!!!"
그리고 한순간 똑같이 대답한 우리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풉"
"큭"
웃고말았다.
"자자 2학년 학생회장 나와"
"야야 니님나오신다"
"야!!!"
얼굴이 한순간에 달아올랐다
가슴이 쿵쿵댔다
교복옷깃을 꼭 잡으로 땀에쩐 손을 슥슥 문질렀다.
긴 생머리가 처음으로 귀찮게 느껴졌다.
땀에 붙어 자꾸 목언저리에서 떨어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2학년 학생회장 한신유입니다"
가슴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신유...
벌써 1년을 짝사랑한 사람..
그의 모든 것이 좋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도,
"신입생분들게 몇마디 하겠습니다"
큰키와 그의 보드라운 얼굴도,
"이 한정 고등학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항상 달콤한 설탕이 느껴지는 그의 향기도,
"그리고.."
그의 개구진 성격도,
"신입생분들이 모두 예뻐서 2년간 침침한 눈이 정화되는것같습니다."
그의...미치도록 설레는 웃음도..
'야..나 이고등학교에 온거 디게 잘한것같아'
'야..이쁜이래..완전 멋있다'
신입생들의 신유를 평가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훗"
'두근'
"연아? 왜그래? 어디아파?"
"..."
한순간 모든게 멈춘듯했다.
마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것처럼..
귓가에는 두근두근거리는 내 심장소리가 가득 매어왔고
창문밖의 커다란 버드나무로 전해오는 바람은 달콤한 향기를 타고 내게 다가왔다.
두근.
두근.
두근.
언제들어도 기분좋은소리..
그래,
분명히...
그가..날보고 웃었다.
"ㅇ...연아!! "
"어..어?..아 미안"
"왜그래? 진짜아픈건가?"
"아,.아냐"
그렇게 아침조회, 아니 하루종일 나는 멍-해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 II. < 폭풍의 언덕에 내려앉은 버드나무가지 >
"대출이요"
"네. 번호가 몇 번이..!!!!!"
그당시.
나는 도서..그것에대해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가졌던걸로 기억된다.
물론 책을 읽고 조용한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긴 했지만 매일같이 나를 조여오는
아빠의 낡은 서점을 물려받으라는소리에 지쳐 그런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원치않던 도서부일을 떠안고 기분이 상해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더 많은 사람들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날...
그리고 그순간..
"한신유?"
내게는 기적이 일어났다.
"왜?"
단 한번도..
단 한번도 도서실에는 찾아오지않아 혹시나 하던 내 기대를 무참히 져버렸었는데
..
지금..
내눈 앞에..그가있다.
내가 무척이나 설레어하는 미소를 한가득 품고선.
"아..아니. 그냥..신기해서"
"뭐가? 나 이런데 오니깐 이상해? 역시..안어울리는건가?"
"아..아니야!! 그런뜻으로한거"
잔뜩 붉어진 얼굴로 혹시나 그가 화나진 않았을까 하고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를보며 '피식' 하고 짧은 웃음을 보였다.
"큭...풉...크하하하하하"
".....?"
그의 작은 웃음소리는 점점커지더니 어느새 아주 큰 웃음으로 변했다.
"왜..왜웃어?"
"큭..너 의외로 되게 소심하다. 나는 너 꽤 시원시원할줄 알았는데"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얼굴은 또다시한번 달아올랐다.
그의 '소심하다' 라는 말때문이 아니다.
그가 나를...
나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으니깐.
"힛."
작은 웃음소리가 그아이와 나 사이에서 피어올랐다.
"큭"
"풉.."
"하하하하하하"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하나도 웃기지 않았지만.
진지하디 진지한 도서관 안이었지만.
우리의 눈동자가 서로를 향해 마주본순간.
창밖의 커다란 버드나무의 잎 사이로 흘러나오는 바람결이 코끝을
간질이는것조차 웃는 이유가되어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한참을 웃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
"이연!!!!"
"어? 한신유!!!"
승희와 함께 선생님의 신부름으로 양손 한가득 무거운 책들을
들고서는 낑낑대며 가고있는데 운동장쪽에서 축구를 한듯 남자아이들과함께
물을 마시고 있던 신유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선 내게 다가왔다.
도서관에서 정식적인 첫만남후.
급격하게 친해져 이제는 '친구' 사이로까지 발전하게된 우리였다.
아직 친해진지는 2달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서로 잘맞고
서로를 잘 이해하던 신유와 나였다.
"치. 열부나셨네.열부나셨어"
옆에서 토라진듯한 승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승희.열부가 아니라 열친이라고하는거야"
"뭔소리래"
"열렬한 친구다-이말이지"
신유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승희는 신유를보며 짜증난다는듯한 표정을 마구 발산했다.
"이연. 이거 뭐야?"
"아..이거? 선생님이 가져다 놓으래서"
"무거워보이는데 니가 어떻게 가져가냐. 기다려. 내가 가져다줄게"
"아...아니, 괜찮은데,,"
"내 마음이네요 이연양. 나는 멋진 남자라서 이런거보면 가만히 못있거든?"
신유는 내손에들린 책들을 자신의 팔로 옮겨들었다.
아까까지만해도 묵직했던 팔이 가벼워지는게 느껴졌다.
"야!! 그렇게 매너있다는놈이 나는 안보이냐? 나두 여자거든?"
우리를 매우 띠꺼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승희가 자신의 손에들린 책들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야 초승달. 니 팔뚝하고 내 팔뚝을 비교해봐. 니가 내 두배다"
"야!!!!! 너 내가 초승달이라고 하지 말랬지 !!"
신유는 한번 씩- 웃으며 멀리 운동장에있는 자신의 친구를 불러 승희의 책을
덜어주었다.
한손에 책을 가득든채 한손으로 위태위태 내게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신유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이런거 들지마라~ 나같은 듬직한 친구가 있는데.."
"그래~~ 안드마"
"초승달. 너말고."
"야!! 한번만 더하면 진짜 죽인다??"
"그래~~"
신유가 뒷모습을 보이며 힘차게 뛰어갔다,
"알았어.이제 초승달이라고 안할게 초승달~~~"
"야!!!!!! 아오, 저 미친새끼. 진짜 저딴게 어떻게 학생회장이 된거야!!!"
옆에서 승희가 툴툴거렸지만 나는 지금 신유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친구라도 좋아.
니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만큼. 딱 그만큼 니가 좋아, 신유야.
우연인지,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유가 내게 처음 빌려간 책인 '폭풍의 언덕'위로 버드나무 잎이 살랑거리며 떨어졌다.
* III. < 립스틱은 용감하다 >
"하아..."
요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게도 '고민'이 생긴것이다.
"이연, 너 진짜 왜그러냐~~ 무슨일인지 언니한테 말해봐."
"그런거 아냐"
"야!! 말하라니까~? 요즘에 한신유도 너 분위기 이래서 얼마나 걱정하는줄 아냐?"
"승희야."
"응?"
나는 우울한 표정을 짓고 승희를 바라보았다.
"잊어버렸어."
"뭘?"
"냥이."
"냐..뭐?"
"냥이. 신유가 선물해준 냥이. 목걸이~ 내 고양이 목걸이"
"뭐야. 너 그럼 그깟거 잃어버렸다고 그런거야?"
내게는 그깟것이 아니었다.
1주일전.
신유가 선물받았다며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줬다.
'야 이연. 이게뭔줄알아?'
'뭔데?'
'이게 이름이 냥인데, 영원한 우정이라는 뜻의 목걸이다'
'치, 그런게 어딨어'
'어? 이거 특별히 너 줄려고했는데, 싫음 말고.'
'야..야!! 안싫어.줘'
'치. 자. 너이거 꼭 간직해야돼. 이거 없어지면. 우리우정 끝이다?'
그렇게 소중한 물건인데..
항상 소중히 갖고다니던 것인데..
이틀전. 체육시간, 교실에 냥이를 잘 모셔두고 나갔다온 그 다음 바로 없어진것이다.
승희는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쿡쿡대기만 했다.
얄미워 죽겠어.
"야!! 그거 잃어버렸다니까 그게 그렇게 좋아?"
"크..큭큭.. 아, 진짜 귀여워서 어쩌냐"
"뭐..뭐가?"
"큭. 아가는 몰라도 됩니다.하하하"
"야!! 남의 속은 뒤집어지는데..나 한번더 찾으러 나갔다올게"
"큭..응"
얼굴이 벌게진채 나가는 연을 뒤로하고 승희는 여전히 쿡쿡대기만 했다.
'쾅'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노는 교실, 연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승희는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아,진짜. 한신유. 왤케 귀엽냐고. 크큭. 눈치없는 이연 때문에 속깨나 썩겠네"
얼마전 체육시간, 배가아파 화장실로 돌아오던중 보았던 장면이 스쳐지나가는 승희다.
"아,진짜. 귀여워 죽겠다 그냥, 하하하하"
******
"이씨..대체 어딧는거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목걸이를 찾기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벌써 버드나무 언덕 꼭대기에 와 있었다.
다리가 풀려 버드나무에 등을기대고 편히 앉았다.
온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다.
"하아...하아..여기도 없나?"
내 귓가로 들리는 목소리.
그. 신유의 목소리였다.
내가 앉은 쪽 반대편에 앉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있는 신유는 왠지 소중한 무언가를
찾고있는것 같았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신유의 뒤로 다가갔다.
"신유야?"
"아!! 깜짝이야!!! ...이연?"
"엄마야!! 야! 내가 더 깜짝 놀랐다.여기서 뭐해?"
내 물음에도 답을 안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던 신유가 한숨을 토해냈다.
"초승달이 너 나갔다길래. 할말있어서"
"승희가? 흠..무슨할말?"
신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손을 잡앗다.
'쿵. 쿵. 쿵'
심장이 미치도록 뛰어댔다.
"잠깐. 이것좀 빼고말해"
너무 떨려서..그 떨림이 혹여 신유에게 전해지진 않을까 해서 손을 황급히 빼냇다.
"너..나한테 뭐 화난거있어?"
"어..어?"
"왜 요즘 자꾸 나 피해?"
머릿속에 지금까지 목걸이에 한눈팔려 말도 잘 하지 않던 신유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래, 지금 이 아이는 내가 자신에게 화난줄 알고 점심시간 내내 나를 찾아다닌것이다.
"아. 그게 아니라.."
"아니라?"
"실은..잃어버렸어"
잃어버렸다는 말을 하는 내내 나도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왔다.
마치 교정선생님이 마이크테스트를 외치는 모습과 흡사하게.
신유는 고개를 푹 숙인채 땅을 바라보았다.
화난걸까?
"잃어버렸어?"
"으..응?"
분명 기분 나쁜 표정을 하고있을거란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고개를 들어올린 신유의 표정은
아주 시원하고 해맑아보였다.
뭐가 그리 좋은지 ....
"흠.. 이거 어쩌지? 그 목걸이는 다시 못사주는데.."
"어..어? 아니. 안사줘도 돼..그..그러니까"
"대신. 찾아줄게"
"응?"
신유의 말에 나는 숙이고잇던고개를 살며시 올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신유는 환히 웃으며 쥐고있던 손을 쫙 피더니 내앞에 펼쳐보였다.
"시..신유야"
"아까 길에 떨어져있더라. 자."
신유는 은색 아기자기한 목걸이를 내게 내밀었다.
그런데 이건...
"냥이가 아니잖아?"
분홍색 앙증맞고 요염한 고양이가 달랑거리던 분홍색 냥이가 아니었다.
달이 달랑거리는 은색 몰걸이..
"응? 아냐. 이거 냥이야. 냥이가 니가없는동안에 진화를 했더라구.
그래서 내가 주워왔지"
"치. 그게 뭐야"
"근데 이연. 이거알아?"
"응?"
신유는 환히웃던 얼굴을 살짝 굳히고 매우 긴장되고..하지만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
다.
"저번에 나눠준 냥이는 우정을 뜻했던거지만.."
"...."
"진화한 냥이는말이지.."
"..."
신유가 그 말을 하는데 괜시리 가슴이 설레어왔다,
'두근, 두근' 눈치없는 심장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신유의 빨간 입술이 조심스레 열렸다.
"찐한사랑을 나타내는거더라구"
"신유야.."
"어쩔수없잖아? 냥이는 내 마음인데...냥이가 진화해버린것처럼
내마음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나보지 뭐-"
'쿵 쿵 쿵 ' 내 가슴에서 기분좋게 울리던 심장소리는 더욱더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내 머리칼을 스쳐갔지만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고백... 그토록 바라던 그의 고백..
"무지무지하게 좋아해 이연. "
신유는 나를향해 씩-웃었다.
"냥이 잘보관해. 이제 좀있으면..또 진화할것같으니깐..
그때되면 즉시말해. 그때는.. "
".."
"더더더 찐~~하게 사랑해줄게"
오늘 바꿔보았던 연분홍 립스틱때문일까?
하얀 도화지처럼 텅텅 비었던 내 머릿속에서..
시원한 바람소리조차 들을수 없을만큼 쿵쾅대던 내심장을 뒤로하고..
나는 당당하게..
'응' 이라 대답해버렸다.
그래, 학교 정자 가운데 50년전통을 자랑하는 커다란 버드나무아래서..
사랑을 시작했다.
****
연이 교실로 돌아간후, 신유는 주머니에서 손을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조그마한 분홍색 고양이가 달랑거리는-- 그래, 그녀가 그토록 찾던 '냥이'였다,
신유는 나무에 몸을 기대고선 다행이라는듯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 이거 꺼내려고 죽는줄 알았네. "
며칠전, 겨우 빼내온 냥이를 생각하는 신유이다.
'문자왔어요~문자오..'
문자가 왔다는 소리에 핸드폰 폴더를 여는 신유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진다.
-어이. 냥이도둑. 이제 초승희님한테 잘해라. 안그러면 그 고양이 다 불어버릴거다.
ㅋㅋㅋ-
"제길. 초승달진짜.. 의리없게"
입으로는 험한말을 내뱉는 그지만 그의 얼굴에는 알게모르게 미소가 슬그머니 피어오른다.
"기분 좋아서 봐준다 초승달."
탁탁탁- 답장을 보내는 그의 손이 성급하다.
---
'지이이잉-'
"아나 뭐야!! 초승희님 취침시간에 문자보내는 이 상큼한 새끼는?"
승희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 슬라이드를 밀었다.
-초승달. 그건 너와 나만의 비밀. 알라뷰 승달이~♥-
문자를 보는 승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쯥.. 고양이도둑, 성공했나보네? 큭"
웃으면서 슬라이드를 닫으려던 그녀의 표정이 다시금 굳어진다.
그리곤 옆에잇던 공책을 손으로 움켜쥔다.
"아, 이 새끼, 끝까지 초승달이야. 젠장. 이새끼를 학생회장으로 뽑은
이 웬수같은 손가락이 문제지.."
분노에 치를 떠는 승희의 눈에서 불이 화르륵-타고있는것이 보인다.
* IIII. < 달콤한 사랑, 아련한 추억 >
"음흐흐흐흐"
이른 아침부터 빈 교실에 가득찬 웃음소리.
그래, 내것이라고는 부정하지 못하겠다,
승희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못말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를 '콩' 하고 때렸다.
"참내, 그렇게 좋으냐?"
"히...응!!"
내 대답에 승희는 피식 웃고는 다시 내 머리를 때린다.
"아! 왜때려!!"
"분명 내가 너보다 섹시하고 샤방한데 왜 니기 먼저 남자친구를 사귀는거냐?"
"이씨.."
"그거야 초승달 니가 성격이 드러워서지"
승희와 내가 담소(?) 를 즐기고 있을때 교실로 신유와 신유의 친구들이 들어왔다.
모두 다 낮익은 얼굴들이다,
"야!! 한신유 이 개자식!!"
"봐봐. 이러니까 남자가 안생기지."
"작년에 아무것도 모르고 널 찍은 이 손가락이 원망스럽다."
"작년에 아무것도 모르고 니가 착한줄만 알던 내 눈이 미치게~원망스럽다"
신유와 승희의 싸움에 신유의 친구들과 내가 큭큭댔다.
"야 불회랑 그의 친구들은 왠일이냐?"
승희가 신유뒤의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불회?
"불회? 그게 뭐야?"
"불.량.학.생.회.장."
"풉..큭..와~ 그럼우린 불회친구들이야? 불친이다 불친!!"
모두가 다 합쳐 웃고 떠들고 있는 내 손에 갑작스레 따뜻한 체온이 스르르 감겨왔다.
"어..어?"
"왜? 뭔일 있어?"
당황한 나에게 승희가 물어왔다.
"어? 아..아니"
하지만 난 결코 승희에게 이 사실을 말할수 없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쉿!! 승달이 알면 또 뭐라그런다"
하며 내 손을 잡는 신유였기에..
"아~ 찌꺼기들만 없으면 완벽할텐데. 그치?"
신유의 말에 나는 얼굴을 붉히며
"응"
이라 조심스레 대답했다.
신유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종이 평생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말에 잠잠하던 내 심장이 또한번 쿵쿵대기 시작했다.
신유야..나도그래..나도...
***
"아~ 나도 수능이란걸 보긴 보는구나"
"응..."
"근데 넌 요즘 왜이렇게 풀이죽었냐? 대학 붙었잖아"
"응?..아니"
차가운 바람이 장갑까지 낀 내손에 구멍을 찾아 송송 들어오던 추운 겨울이었다.
이제 다음달에는 20세 성인이 되는 우리.
하지만 대학까지 붙은, 고민없는 시기여야할 나는 겨울 내내 마음이 울적했다.
"한신유 때문에 그러는거면 걱정마. 이 언니가 더 쌔끈한 남자들로 줄을 세워놓을테니"
"그..그런거 아냐!!"
승희는 내 맘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짜증나게시리..
"휴.."
벌써 세달째.
요즘들어 행복하기만 할것같던 우리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있는걸 느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제외한 신유만,,
내게 점점 무심해지고 차가워지는 신유를 보며 그저 잠시 오는 권태기겠지..
했지만 이건 너무 지나치다.
어떻게 전화가 뚝!! 끊긴거냐구!!
"한신유 그자식 아직도 먼저 전화 안해?"
"그렇지 뭐"
귀여운 흔들의자에 앉아 한숨만 쉬고있는 내게 승희가 햄버거가 든 쟁반을 가져오며 물었다.
"이제 때가온건가보다.."
"때라니?"
"1년 가까이 지겹도록 봐온 얼굴..아무리좋아도 질릴때가됬지"
"한승희!!!"
승희의 말에 반문은 했지만 왠지 틀린말이 아닌것 같다.
정말...
지금이 '때'일까??
괜히 죄없는 빨대를 휙휙 저었다.
거무스름한 콜라에 기포가 올라오는것이 보였다.
"어? 저거...한신유아냐?"
"..응?"
콜라를 휘젓던 나는 승희의 놀란듯한말에 굳어버릴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리창너머를 본순간..
나는 몇주째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남자를 드디어 만날수있었다.
내가 그토록 보고파했던 웃는얼굴로 볼수가 있었다.
'탁'
"여..연아!!! 내가 저새끼를 진짜!!"
"승희야.하지마"
흥분해 나가려는 승희를 붙잡았다.
"뭐? 이연!! 니 남자친구가 바람피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하지만..
"아니야"
"뭐?"
"쟤...신유아냐. 그냥 닮은사람이야"
"이연!!"
"아냐!! 신유아니야!! 너보다 내가 더 잘알아!!!!"
저 헤어스타일도..
저 옷도..
저 키도..
저 얼굴도..
저 미소도..
신유랑 빼다 박은것같지만... 신유가 아냐..
신유는...
내가 아는 한신유는...
"내가 없으면 한신유가 아니랬으니깐.."
"연아.."
그랬으니깐..
그랬으니깐..
분명히..
'니가 아니면. 나도 아니야'
'응?'
'만약에 아주아주 시간이 흘러 내가 다른여자랑 쪼금이라도 붙어있는거 보면
아..쟤는 한신유아니구나..하고생각해'
'뭐야. 바람피는거 두고보라는거야?'
'아니. 넌 그냥 확인만하면돼. 다른여자앞에서는 너처럼 팔짱도 안끼구.
웃지도 않고 목석같이 있을거니깐..그냥 구경만하면돼.나는..이연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내게 약속했으니깐..
내가 옆에있지 않는 너는 니가아니라고 했으니깐..
근데..
근데 신유야..
너는 왜 그여자 옆에서 팔짱을 끼고있고
너는 왜 그여자 옆에서 미소를 짓고있고
너는 왜 그여자 옆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지?
"연아..괜찮아?"
"...아니"
"연아"
"승희야. 나 이상해. 흡..신유가 아닌데..
저 애는 신유아닌데...
그냥 닮은앤데도.. 막..막 여기가 아퍼.
심장이 아파서.. 미치겠어 승희야.바보같이...
다른남자앞에서 이러면 안됀다고 신유가 그랬는데..
내가 약속을 못지켰다.."
눈감아줄테니까...
제발 내눈앞에 있어줘..
****
'♩ ♪ ♬ ♪ '
늦은 밤, 잠을 자던 도중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잠을 깨었다.
시계를 쳐다보니 AM.2:00.
"씨, 뭐야, 새벽부터.."
잠결에 짜증을 내며 폴더를 열었다.
그리고..
"여보세요?"
"..."
"..여보세요? 말을 하세요"
"..."
아무말도 하지 않는 그 사람에게 나는 왜..
나는 왜...
"..신유야?"
숨소리만으로도 한신유라는걸 알아버린걸까...
"신유..맞지?"
"..."
"대답을 해야지. 얼마만에 전화한줄이나 알아?"
괜히 쓰리는 가슴을 손으로 툭툭 치며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목소리가 듣고싶어..
그래서 다 알고싶어..
'..솨아아-'
핸드폰 너머로 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흐..흐으윽.."
처음 듣는 누군가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괜히 내 마음까지 울적해졌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내 방 베란다로 향했다.
그리고 역시..
밝게 비춘 가로등 아래 주저앉아 울고있는 신유가 보였다.
"흐..으으..흡.."
'톡'
어느샌가 내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거친 숨소리를 가다듬고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신유야..."
"흐으으..읍"
"사랑해.."
"흐으윽.."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입이 그때만큼 원망스러웠던적이 없다.
어쩌면 다 알고있을지도 모르는데..
"나좀..."
오랜 시간이 흐른뒤..그제야 신유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좀...잡아줘.."
"신유야.."
"연아...나좀..흔들리지 않게.. 꽉 붙잡아줘."
"흐으읍..신유야"
"이상해. 나 미쳤나봐"
"흐으읍.."
"자꾸만..다른 여자 앞에서 심장이 뛰어.."
".."
"술을 마시고. 화를 내봐도. 안없어져. 없어지질 않아"
".."
"나좀..붙잡아줘 연아..그래줘..응?"
신유의 그말에..대답할 수가 없었다,
알고있었다. 그의 마음이 이제는 내것이 아니라는것을.
사람 마음이 자기마음대로 되는것이 아닌걸 아니깐..
이 착한 바보가.. 남들처럼 이별얘기 쉽게 꺼내지도 못하고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놔줘야하는데..
그래야하는데..
'띠 띠 띠--'
"흐..흡..흑...미안..미안해..흐으.."
놔줄수가 없더라..
내 첫사랑인 널..
너무나 깊게 박힌널..
이기적인 나는.. 널 이대로 보내줄수가 없더라..
다른여자들처럼.. 쿨하지 못해 미안해.
그의 숨소리가...이렇게 아팠던적은 없다.
***
"미친년. 이렇게 청승떨고있으니 좋디?"
"왔어?"
학교 뒷문 벤치에 앉은 숭희가 욕부터 내뱉는다.
"어떻게 됐어?"
"뭐가?"
"몰라서 묻는거야? 한신유말야.."
걱정스럽다는듯이 나를 쳐다보는 승희를 보며 힘껏 웃어보였다.
"아~ 이래서 친구가 좋은건가부다.히힛"
"병신."
"보내주기로 했어"
"..!!!! 이연"
"그게.. 맞는거잖아."
그게 맞는거잖아..
그애에게도..나에게도..
"나는..되도록이면 이치에 맞게 살아가고싶거든?"
"바보야."
"바보여도 상관없어, 봐봐.우리아직 교복입었어.성인아냐"
"한달뒤면 스무살이야"
"아직은 아니잖아.."
",,,"
"고등학생이란 타이틀 벗기전에..정리하고 싶었어. 그냥 풋사랑으로, 고등학생때
진한 첫사랑으로 지우고싶었어,
어른이되면, 우리가 성인이되면... 그애.. 못놔줄것 같았으니까"
"후회안할 자신있어?"
"아니.없어. 그애없이 웃을 자신도. 그애없이 영화볼자신도없어.
근데. 아직 그런거지. 앞으로도 그럴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그거 하나 믿고있어,
아직은..아직은.. 이거 하나만,
"한신유한텐..말했어?"
"응"
"언제?"
"일주일전에"
"일주일전이면..한신유 바람핀거 들킬때?"
"큭..응"
다른 연인들처름 헤어지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지만..
그날.. 집앞에서 우리둘은.. 모두 알았을거라 믿어.
처음들어보는 신유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모두. 그날부로 끝이란걸 ..알고있으니까..
"이제 다신 만나지 않을거야"
"너흰 참..연애도 요란스레 한다"
승희의 핀잔섞인 말이 들려왔다.
그래, 나는 철없는 고등학생시절 누구나 하는 연애를..
첫사랑을 남들보다 조금더 요란하게.. 특별하게 보냈을 뿐이다.
"잘가.."
신유와 사랑을 주고받았던 버드나무 아래서 속삮였다.
만날순없어도, 말하지 않아도..
꼭,,꼭 행복하라고..
잘가, 한신유. 라고 나는. 버드나무 가지 사이의 숨겨진 바람에게
부탁했다.
사랑했었다는 말을 어딘가의 그에게 전해달라고..
우리는 그렇게...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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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후로 5년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정말 괜찮아졌고
대학에 들어가 니가 아닌 다른 남자와 연애도 해보았다.
그런데..
5년후의 니가..
다신 보지 못할것같던 니가,,
내눈앞에 서있어..
"오랜만..이야"
"응."
"잘지냈지?"
"그럭저럭 지냈어"
"왜..온거야?"
자질구레한 이야기만 잇다가 겨우겨우 본론을 꺼내는 내 말투엔
떨림이 가득했다.
"너를 찾아다녔어"
".."
"초승달..아니, 초승희 연락처도 겨우겨우 알아내서..부탁했어"
"아..응"
"꼭 다시한번 만나야할것같아서..한번도.. 잊은적 없으니까"
".."
"미안하다는말...꼭 하고싶었어"
"지나간일이야. 고등학생때.."
너와 내앞에 놓인 커피는 점점 식어가고만 있어.
"그래..그래도"
"니가 나한테 미안할 필욘 없어, 어렸잖아, 우리."
"너랑 다시만나서 하루종일 지나간 얘기를 하고싶었어."
"..응"
나는..
나는 널 다시한번 만나서,,
그럴일은 없겠지만 시간이 흘러 만나게된다면..
꼭 묻고싶었어
"잘지내지?"
나없이..너는 정말 한신유였냐고,
"응. 홈쇼핑쪽에서 일하고있어"
나없이도 행복하고..
나없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나없이도 외롭지 않았냐고..
"그래?"
역시..어른이 된걸 후회해.
그때처럼..어렸을적처럼..
용기를 낼수가 없잖아.
시간이 흘렀다.
붉으스름한 저녁노을이 창문을 비추고 다 식어버린 커피위로 번져갔다.
어른이 된 우리는...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왜그랬는지 모른다,
우리가 모른새에..너무 성숙해져버린걸까?
"니가 괜찮다면.."
신유의 말이 들려왔다.
실로 30분의 정적을깨 첫마디였다.
"응?"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렸다.
익숙한 감정이었다.
"니가 괜찮다면..냥이 진화한거 보여주려고.."
신유는 탁자위에 조심스레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
반짝이는 목걸이.
이것은..
"나도 모르는새에..이게 진화해버려서 어쩔수가 없었어"
"신유야"
"다시 시작해보자고, 말하러왔어"
'냥이 잘보관해. 이제 좀있으면..또 진화할것같으니깐..
그때되면 즉시말해. 그때는.. '
'..'
'더더더 찐~~하게 사랑해줄게'
눈물이 밀려왔다.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5년전과 다른 옷을 입고있었으며..
5년전과 다른 헤어스타일을 하고있고
5년전과 다른 모습을 하고
5년전보다 깊어진 감정으로 다시 만났다.
"니가 잡은거야"
".."
"난 놔줬는데..니가 잡은거야"
".."
"이젠..안놔줘,,그래도..내가 너한테 가길원해?"
신유의 표정이 밝아지고 내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5년전과는 다르다.
그래, 5년전보다 나는널..
"그래. 내가 원하던거야. 큭"
"흣.."
널 더.. 사랑하는것같으니깐..
우리의 사랑은 5년전보다 더 달콤해져..
분홍색 설탕과 같은맛으로 다시 내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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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아주 깁니다. ㅠ-ㅠ
첫댓글 어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잘 안보여요 ㅠㅠ
글이 길어서 글씨 크게 하면 용량초과가 되바려요!!ㅠ-ㅠ
왕 가슴 따뜻해지내용!!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헉!! 팬???? 아---완전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냥이... 감사합니다
우왕~넘 멋져요~~!!
저두 님 멋져요~>-< 감사합니다
아주~길어도 뭐어때영 재밌기만 한데영ㅋ 다음편도 기대 할게욤^^
아주~길은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편....<< 부담감 급증???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