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61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8편 송강과 무송의 재회 28-2
그러자 사내는 무송의 팔을 힘껏 낚아채면서 무송을 쓰러뜨렸다.
무송은 다시 일어나서 괴력을 발휘하여 사내의 몸을 안았다가 뒤로 밀어붙이자
사내는 마치 갓난아이처럼 나가떨어졌다.
사내의 졸개들은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무송은 사내를 발로 밟고 억센 주먹으로 그의 머리를 마구 쳤다.
무송은 곤죽이 된 사내를 잡아 일으켜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주막 앞에 있는 개천에 내던졌다.
졸개들이 일제히 앞을 다투어 개천 속으로 뛰어 들어가 사내를 구해 도망쳤다.
무송이 다시 주막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은 안으로 피해 버렸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청화옹주와 닭고기, 쇠고기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무송이 배가 불러서 주막을 나섰을 때 갑자기 북풍이 불었다.
그가 취해서 비틀비틀 걸어갈 때 갑자기 길가의 담장 안에서 누런 개 한 마리가
그를 보고 몹시 짖었다.무송은 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질러 개를 쫓았다.
그러나 누렁이는 달아나지 않고 더욱 기가 나서 짖었다.무송은 화가 나서 허리에서
칼을 빼들고 개를 향해 내리쳤다.그러나 취중이어서 칼은 허공만 긋고, 그는 몸의 중심을
잃고 그만 개천 속에 거꾸로 빠지고 말았다.추운 겨울이어서 시냇물이 말라붙어
물은 겨우 한두 자 깊이 밖에 안 되었지만, 그는 물에 빠지자 취한 탓인지 일어날 줄을 몰랐다.
바로 그때 언덕 위 토담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앞장선 사내는 머리에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그 뒤로 10여 명의 장정들이 각각 각목과 곤장을 들고 따라왔다.
사내가 무송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저놈이 바로 행자 그녀석이냐?”
“그렇습니다.”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조금 전 무송에게 얻어맞은 사내가 다시 옷을
말쑥하게 갈아입고 손에 칼을 들고 달려왔다.그 뒤로는 수십 여 명의 졸개들이 따라왔다.
그들은 모두가 장왕삼(長王三), 왜리사(矮李四), 급삼천(急三千), 만팔백(漫八百),
파상분(芭上糞), 시리저, 미중충(米中蟲), 반내비, 조상자(鳥上刺), 사소생(沙小生),
목반가(木伴哥), 우근(牛筋) 등 패걸들이었다.그들도 모두 손에는 창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그때 두루마기를 입은 사내가 말했다.“저놈을 집으로 잡아가서 단단히 버릇을 가르쳐 줘라.”
졸개들이 달려들어 무송을 물속에서 꺼내어 묶어 장원으로 끌고 갔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싼 장원은 버드나무와 소나무가 꽉 들어차 있었다.
그들은 무송의 보따리를 빼앗고 옷을 벗겨 커다란 버드나무에 묶고 회초리로.
매질을 시작했다.그때 무송은 술이 깨었지만 묶인 채 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안채에서 한 남자가 나오면서 물었다.“웬 사람을 잡아다 패는가?”
졸개들이 주막집에서 행패를 부린 사연을 그에게 자세히 보고했다.
“이놈이 행자 행색을 하지만 진짜 출가자는 아닌 듯싶습니다. 이마에 금인이 있는 것을
감추려고 앞뒤 머리를 자른 것입니다.”
남자는 흐트러진 무송의 앞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올려 보다가 놀라 소리쳤다.
“아니! 이게 무이랑이 아닌가?”무송은 여지껏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깜짝 놀라 외쳤다.
“아니! 형님 아니세요?”
남자는 무송을 황망히 풀어준 다음 새 옷을 입히고 초당 안으로 데려왔다.
그러자 무송이 남자 앞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그가 다름아닌 바로 운성현의 송강이었다.
무송이 송강에게 말했다.“저는 형님께서 지금도 시대관인(柴大官人) 장상에 계신 줄
알았는데, 여긴 웬일이신가요? 내가 혹시 꿈속에서 형님을 만나 뵙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62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