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8형 실전배치 성능 검증… 워싱턴-뉴욕 동시 타격 노려”
[北 ICBM 도발]
SRBM 10시간만에 ICBM 도발… 7월 2차 발사때처럼 고각 시험
고체연료, 명령과 동시에 발사 가능
내년 배치뒤 美에 협상 요구 전망
북한이 7월 신형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8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은 정상 각도가 아닌 6000km 이상 고각(高角)으로 발사됐다. 이러한 발사 방식은 물론이고 비행 패턴 역시 앞서 7월 12일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과 매우 유사하다. 군 소식통은 “정점고도(6000km 이상)와 비행거리(약 1000km)는 물론이고 단 분리 시간과 발사 초기 및 최종 비행 속도까지 거의 일치한다”고 했다. 북한이 5개월 만에 미 본토 전역을 때릴 수 있는 화성-18형을 다시 발사한 것으로 군이 판단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북한이 고체연료 ICBM 실전 배치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재진입 기술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 중 고체연료 ICBM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1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기습 ‘심야 도발’에 나선 북한은 10시간 만에 ICBM까지 쐈다. 앞서 한미는 북핵 공격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반영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위기 시 양국 정상이 24시간 소통할 수 있는 ‘핵 전용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북한은 이를 겨냥해 대남 핵 타격이 가능한 SRBM과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연쇄 발사해 한미가 모두 핵 사정권에 있다고 노골적인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 “화성-18형 실전 배치 위한 성능 검증”
북한은 올해 4월 13일 화성-18형을 처음으로 쐈다. 첫 시험 발사인 만큼 추력을 조절해 정점고도는 2000km대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7월 2차 발사에선 최대 추력으로 쏴 역대 최고고도(6648km), 최장 비행시간(74분 51초)을 기록했다. 비행거리는 1000km에 그쳤지만, 정상 각도로 쏘면 최대 1만5000km 이상을 날아가 미 본토 어디든 핵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발사 역시 7월 2차 발사 때와 거의 같은 궤도로 진행됐다.
군 소식통은 “화성-18형의 실전 배치에 앞서 고체연료 추진체의 비행 안정성과 기술적 신뢰성을 총체적으로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단기간에 잇따라 화성-18형 고각 발사에 성공한 북한은 향후 정상 각도 발사를 통한 재진입 기술 및 다탄두 능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자는 “러시아의 ‘야르스(RS-24)’에 버금가는 고체연료 ICBM을 실전 배치해 미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실증하는 게 최종 목표일 것”이라고 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18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 포럼 강연에서 “북한이 ICBM 정상 각도 발사에 성공한 뒤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벌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미 ‘핵보복 훈련’에 北 ‘핵맞불’ 위협
북한이 SRBM 도발 직후 ICBM까지 쏜 것은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핵으로 짓뭉개겠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인 ‘미주리함(SSN-780)’은 17일 입항했다. 이후 이날 밤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쏜 SRBM은 570여 km를 날아 동해상에 낙하했다. 평양 순안에서 미주리함이 입항한 해군작전사령부 부산 작전기지까지 거리는 약 550km다. 군 관계자는 “사실상 미주리함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10시간 뒤인 18일 고체연료 ICBM까지 쏜 것은 미국이 확장억제를 실행하면 미 본토가 바로 핵 공격을 당할 것임을 경고한 것으로 한미는 보고 있다.
특히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은 사전 연료 주입 절차 없이 지하기지에 숨어있다가 발사 명령 즉시 밖으로 나와 쏠 수 있다. 액체연료 탄도미사일보다 기습 효과가 월등히 크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북한의 SRBM과 화성-18형은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파괴력)에서 수십 kt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尹 “한미일 北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통해 즉시 압도적 대응”
[北 ICBM 도발]
긴급 NSC 상임위 참석해 지시
신원식 ‘김정은 참수작전 고려’ 언급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18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데 대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이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24시간 이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19일부터 3국 간 실시간 공유 시스템이 가동될 것임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어 “국제사회와 적극 연대해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활동을 규탄하고 저지해 나가라”며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과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한미의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조 실장은 이날 오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연달아 통화해 북한의 ICBM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임을 확인하고 3국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한미일은 공동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며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는 한미일 3자 간 긴밀하게 공유됐다”고 했다.
한미일 3국이 구축하는 실시간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시스템이 어떻게 가동될지 주목된다. 기존에는 감시정찰 정보를 한미, 미일 간 따로 공유해 왔지만 이제 한미일 3국이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 장관은 이날 MBN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참수작전 훈련이나 (미국) 전략자산 추가 전개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참수(작전 훈련)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두 가지 다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대 도발을 이어가면 한미가 적 수뇌부 제거 훈련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기자, 신규진 기자
北 JSA 재무장 맞서 유엔사도 권총 휴대
[北 ICBM 도발]
9·19 군사합의 파기에 대응 조치
유엔사 “北 합의 이행때 JSA 평화”
북한이 지난달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 직후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에 착수한 가운데 유엔군사령부(UNC)도 JSA 무장화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9·19합의에 따라 JSA 내 병력 무장이 전면 해제된 지 5년 1개월여 만에 남북이 다시 총구를 맞닥뜨린 상황이 조성된 것.
18일 유엔사는 “북한군의 현 무력 태세를 감안할 때 유엔사는 JSA의 훈련된 경비대원들이 민간인과 군 장병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재무장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차원에서 취해졌지만 유엔사는 비무장화된 JSA가 더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와 북한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유엔사와 북한군 합의사항을 이행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4년 JSA 경비 임무는 한국군으로 이양됐지만, JSA경비대대에 대한 지휘통제권은 유엔사가 관할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3일 국방성 명의로 9·19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이어 그 후속조치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와 JSA 비무장화 등 남북 합의 사항을 원상 복구했다. 당시 남북은 2018년 10월 25일부로 JSA 남북 초소, 병력, 화기를 모두 철수했다. JSA 내 북측 초소 5곳, 우리 측 초소 4곳이 철수했고 양측 병력과 권총, 소총(AK-47·K-2), 탄약 등의 화기도 JSA 밖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지난달 북측 경비요원들이 권총을 휴대하면서 우리 군의 요청에 따라 유엔사는 이달 초 우리 군 경비요원들의 권총 휴대 등 무장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와 별개로 JSA가 남북 간 대화와 긴장완화를 위한 중립 지대라는 입장을 유지하던 유엔사가 JSA 재무장화를 승인한 건 이례적인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통일부는 7월 미군 병사의 무단 월북으로 중단된 판문점 견학을 지난달 22일 재개했다가 북한의 JSA 재무장으로 다시 중단한 바 있다.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