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공습]자동차·철강株↓vs내수株↑..전문가 "새 변수 아니나 낙폭 확대 우려"
엔/달러 환율이 4년 만에 100엔 선을 넘어서면서 대표적 수출주인 자동차와 전자업종의 대장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100엔 돌파'라는 상징적 의미가 몰고 온 우려감과 외국인의 매도세에 따른 것이다.
10일 코스피 시장에서 일본차와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 (189,000원 4500 -2.3%)는 4500원(2.3%) 하락한 18만9000원에, 기아차 (52,100원 1800 -3.3%)는 1800원(3.4%) 내린 5만21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계열 현대모비스 (255,000원 5000 -1.9%)도 5000원(1.9%) 떨어진 25만5000원에 마감했다.
이들 '자동차 3인방'의 매도 주문은 씨티그룹, CS,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씨티그룹 창구를 통해 현대차 8만3637주와 기아차 33만7923주의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자동차 관련 부품, 타이어업체 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현대위아 (142,000원 3000 -2.1%)는 2% 하락한 14만2000원을 기록했고, 타이어 대장주 한국타이어 (19,000원 750 -3.8%)와 금호타이어 (11,650원 350 -2.9%)는 각각 1.1%, 2.9% 떨어졌다.
삼성전자 (1,476,000원 39000 -2.6%), LG전자 (83,300원 900 -1.1%)와 같은 전기전자(IT) 업종도 약세였다. 삼성전자는 2.6%, LG전자는 1.07% 하락했다. 두 종목 모두 모간스탠리, CS,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가 매도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 전반이 일본과 상호 경쟁관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엔화 약세로 인한 자동차·기계, 소재(철강·화학), IT·자본재(조선) 업종에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김기배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8년 이후 엔화강세 환경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개선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엔화약세로 반전되면서 한일 간 자동차 업종 수익률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며 "제철, 항공주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철, 항공 관련주도 이날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대제철 (75,300원 2800 -3.6%)은 3.6% 내린 7만5300원에 거래됐고 대한항공 (35,950원 650 -1.8%)은 1.8% 떨어졌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5,320원 20 0.4%)은 0.4% 오르며 간신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엔저가 상존해 있던 변수라는 점에서, 이날 주가 하락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선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엔화 부채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지만 실제 주가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일본산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두산인프라코어 (13,500원 200 -1.5%)(-1.5%), 한국정밀기계 (10,550원 50 -0.5%)(-0.5%) 등은 하락 마감했고 엔화 부채 비중이 높은 롯데쇼핑 (375,000원 25000 -6.2%)도 6%대의 낙폭을 나타냈다. 이날 롯데쇼핑은 최근 5거래일 거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팔자세에 있다는 점이 관련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확실히 문제가 되는 측면이 있지만 현재 엔이나 원 둘 다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특정 수혜주나 피해주로 분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엔화약세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수출차종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비경쟁 세그먼트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엔약세의 타격은 국내보다 일본과 직접 경쟁을 벌이는 독일 업체가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엔화가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 국내 기업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 부장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서면서 시장에 엔저 위협을 리마인드시켜줬다"며 "엔저의 속도와 폭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설 경우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저로 수출주가 주춤한 틈을 타 KT (38,800원 400 1.0%), CJ (139,500원 1500 1.1%) 등 내수주는 상승세로 마감했다. KT는 1.0% 상승한 3만8800원에, CJ는 1.1% 오른 13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