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복궁 낙서’ 순찰 강화했지만… 하루 만에 복원 현장 옆 모방 범죄
두번째 낙서범 영추문 낙서후 자수
범행 장면 CCTV 찍혔지만 못막아
18일 오전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복원 작업이 한창인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첫 범행 후 하루 만에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범행을 못 막은 걸 두고 ‘도심 치안 사각지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10시 24분경 마을버스 운전사(61)로부터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가 돼 있는데, 수상한 사람이 앞을 배회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마을버스 운전사는 “검은색 상하의에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낙서 앞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어 수상하게 생각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은 경복궁 서쪽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가수 이름과 앨범명이 담긴 길이 3m가량의 낙서를 발견했다. 16일 새벽 첫 범행이 발생해 천막으로 덮어놓은 곳 바로 옆이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17일 오후 10시 20분경 한 남성이 빨간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하는 모습을 확보했는데, 이 남성은 18일 오전 종로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했다.
경찰은 첫 번째 범행 직후 “문화재 주변 감시를 강화하겠다”며 범행 장소인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등에 순찰차를 동원해 순찰을 돌았다. 그런데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후속 범행을 막지 못한 것이다.
경복궁 관리소 역시 영추문에 설치된 CCTV로 범행이 벌어지는 모습이 중계됐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경복궁 관리소 관계자는 “상황실 직원 2명이 경복궁 내외부에 설치된 429대의 CCTV를 8대의 모니터로 지켜보다 보니 제대로 감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16일 첫 범행을 저지른 남녀 2명에 대해선 신원을 확인하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는 사실을 파악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범행 현장 인근에는 통의파출소가 있는데 올 2월부터 청운파출소와 통합돼 주간에만 운영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근무 인력이 2명 안팎이라 문을 열고 있을 때도 외부 순찰을 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인근에서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안모 씨(62)는 “과거에는 청와대가 주변에 있고 파출소와 경찰도 많아 항상 안전하다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방범용 CCTV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종로구 통합관제센터가 24시간 관리하는 CCTV는 효자로 일대에 총 7대 설치돼 있지만, 이 중 6대는 근린공원을 비추고 있고 나머지 1대는 주정차 단속용이라 영추문 앞 바닥만 촬영한다. 이도선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역에 파출소가 문을 열고 있거나 CCTV가 설치돼 있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도심 치안 사각지대를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최원영 기자
경찰, 경복궁 담장 낙서 용의자 나흘 만에 검거
사진출처=X (구 트위터)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피의자가 19일 붙잡혔다. 낙서 테러 후 도주한 지 나흘 만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지난 16일 발생한 경복궁 영추문 등 3개소 낙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7시 8분경 남성 피의자 1명을 경기 수원시 소재 주거지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의자 A 씨는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추문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벼락에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을 적었다. 훼손 구역은 가로 길이만 약 44m에 이른다. 경찰이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경복궁에 출동한 이후에도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 9m가량 낙서를 남겼다.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경복궁 인근에서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3.12.18. 뉴시스
최초 범행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모방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새로운 낙서가 발견됐다는 신고는 지난 17일 오후 10시 24분경 접수됐다. 이미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벼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을 남긴 것. 이튿날인 18일 오전 20대 남성 B 씨는 “내가 했다”며 자수했다. 이 남성은 종로서에서 6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최초 낙서범 A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공범, 배후 관련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자수한 두 번째 낙서범 B 씨와의 관계와 공모 여부 등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이들에게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A 씨가 서울청 외벽에 남긴 낙서에 대해서는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