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랑
수박제!
늘 푸른 나의 동산
고향 산천을 베고 누우니
문전옥답이 나를 깨운다
백제의 남쪽마을 남산
봄이면 황 복어 입맛 돗구고
우여회에 막걸리 천년의 그 맛
여름 홍수 들녘을 덮기도 했지
가을이면 뜨락에 풍성한 오곡
농부들 풍물 소리 흥에 겨웠지
백제어가 쉬어가던 곳 황교
자취 세월에 지고
새개울 매운탕 달빛아래 끓는데
다들 어데 갔나......
흔적조차 없이 변한 터
소달구지 신작로 길 따라
돗단배 오가며 강을 건넜지
갈잎 욱어진 진흙탕 배 턱
장 마중 길도 아스라이 스쳐 오는데
아스팔트위로 자동차가 달리고
뜰에는 비닐하우스 바쁜 들녘
동네는 오가는 사람도 없네
이따금 개 짓는 소리에
낮선 객 이방인이 되었구나
검정 책보 둘러메고 뛰어 가던 길
방아간 발통기 소리도 들려오네
설날이 오면 신떡가레 뽑아 설맞이 하고
세배 다니던 이웃사촌들
눈 내린 언덕 산비탈
성결 교회 CHRISTMAS 새벽 송 돌던 곳!
입학식 날 버드나무 밑에서
이름표 달고 산토끼 춤추던
이제는 고목도 사라진 자취 영상에 남아 춤을 춘다
그리운 사람들아 다 어데 있느냐
황혼이 붉게 물든 산자락에
저녁연기 흩어지고
강변에 머문 길 손
고향 객이 되어 갈 곳 없구나
아침 안개 차오르며 종달새 높이 떠 지저귀고
수박제 뻐꾹새 울음
뜰에서 소 모는 소리 나직이 들려오는 환청
가고 오지 않는 님들이여......
운동회 날이면 몇 개 마을 만나
술잔치에 동네 힘겨루기도 있었지
이제는 뿔뿔히 흩어져
토해내는 그리움이여!
설움에 불러 보는 교가
잡풀만 무성한 남산 초등학교
도시는 젊음을 품어 텅 빈 시골 마을
폐교가 된 남산 초등학교 나의 모교여......
고목 은행나무가 나를 반기는데
두레박 우물터 목마름도 달랠 길 없네
녹슨 철조망 뛰 노는 참새 한가롭고
토끼 몰이하던 앞산은 구름 함께 노는데
길손은 갈 길이 멀고도 머 네
아 나는 어느새 고향 객이 되었구나
골압 논에는 풍성한 가을
겨울이면 썰매타고
보름 날 불길 활 활 타 오르는데
어느새 백발 인가!
동그락산 넘어 도투성
4계절 민물고기 입맛 돗구고
밀 보리 땅콩 구어 먹던 검은 입술들
미루나무 아래서 히죽이는데
따갑게 들리는 매미소리 들으며
여름이면 멱 감던 즐거운 터
구비치는 금강 유유히 흐르고
세월도 따라 흐른다.....
아 나도 떠나자 그리움 묻어두고
떠나온 곳으로 가야지
먼 훗날 늙어 이국 창가에 눕게 되면
이 무덤에 꽃이 피어나리
그 꽃 고향이려니
먼 길 떠날 때도 이 언덕에 들려
즐거웠노라고
그리웠노라고
사랑했노라고 말하리라
수박제여 남산이여 나의 둥지여......
2013년 7월 21일 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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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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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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