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시거(Alan Seeger, 1888-1916)는 미국 출신의 시인으로 프랑스에 살던 중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하여 참전하던 중 28세 때인 1916년 프랑스의 솜(Somme) 전투에서 꽃다운 나이로 전사하고 말았다는구만. 워낙 젊은 나이로 일찍 죽는 바람에 시인으로서 명성을 얻을 수 없었으나, 전사하기 얼마 전 전장에서 쓴 이 시가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네.
이 시는 이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의 애송시가 되었을 뿐 아니라, 몇 해 전 프랑스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의회연설을 할 때 이 시를 인용하기도 해서리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는구만 글쎄. 뭐 우연의 일치인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모윤숙 선생의 시「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분위기와도 상당히 비슷한 걸 느낄 수 있는데...물론 전자의 시가 개인의 감정을 주로 한 서정성이 드러나는 데 반해, 후자의 시는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교훈적 성격이 강하다는 데서 차이는 꽤나 있다고 하겠다.
에공! 우리 동문이자 영문학 실력 출중한 세월회 회장님의 번역본을 찾아보다 결국 찾을 길 막막하매 블로그 이날저날(https://blog.naver.com/yoonphy/)에 게재된 차일피일님의 번역을 빌어 앨런 시거(Alan Seeger)의 시「난 죽음과 만나기로 했네(I have a rendezvous with Death)」를 감상해 본다.
I have a rendezvous with Death
난 죽음과 만나기로 했네
I have a rendezvous with Death
At some disputed barricade,
When Spring comes back with rustling shade
And apple-blossoms fill the air -
I have a rendezvous with Death
When Spring brings back blue days and fair.
난 죽음과 만나기로 했네
어느 전선의 바리케이드에서,
살랑이는 그늘과 함께 봄이 돌아오고
사과 꽃이 피어날 때 -
난 죽음과 만나기로 했네
푸르고 화창한 봄날이 돌아올 때.
It may be he shall take my hand
And lead me into his dark land
And close my eyes and quench my breath -
It may be I shall pass him still.
I have a rendezvous with Death
On some scarred slope of battered hill,
When Spring comes round again this year
And the first meadow-flowers appear.
그는 아마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어두운 나라로 날 데려가,
내 눈을 감기고 내 숨결을 끊으리라 -
아니면 아직은 난 그를 지나쳐 갈 수도 있으리라.
난 죽음과 만나기로 했네
전투가 치열했던 산등성의 상흔 많은 어느 비탈에서,
봄이 올해 다시 찾아오고
초원에 첫 꽃들이 피어날 때.
God knows 'twere better to be deep
Pillowed in silk and scented down,
Where love throbs out in blissful sleep,
Pulse nigh to pulse, and breath to breath,
Where hushed awakenings are dear ...
But I've a rendezvous with Death
At midnight in some flaming town,
When Spring trips north again this year,
And I to my pledged word am true,
I shall not fail that rendezvous.
비단 베개와 향기로운 솜털 침상에
누워 있는 것이 나으리라,
더없이 행복한 잠 속에 사랑이 숨 쉬고,
가까이 서로의 맥박과 숨결이 느껴지며,
조용한 깨어남이 소중한 그곳에서 ...
하나 난 죽음과 만나기로 했네
한밤중에 어느 불타는 마을에서,
봄이 올해 이 북녘땅에 다시 올 때,
난 충실히 내가 한 약속을 지키리라,
난 결코 그 약속을 어기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