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꽃들의 환영인사로 시작되는 천혜의 하루는 늘 향기롭습니다.
빨갛게 물오른 수국과 담벼락을 가득 메운 초록빛 담쟁이,
샛노란 달맞이꽃의 조화가 어찌 그리 신비로운지
흐음~
웬만한 카페는 저리 가라죠.^^;;
그 날 아침도 그랬습니다.
"자, 받어!"
룰루랄라~고모 여사님이 전해주던 시집을 읽기 전까지는요.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대충 접혀 있는 57p 시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살아갈 이유
너를 생각하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힘이 솟는다
너를 생각하면 세상 살
용기가 생기고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인다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따뜻해지고
너의 목소리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즐거워진다
그래, 눈 한 번 질끈 감고
하나님께 죄 한 번 짓자!
이것이 이 봄에 또 살아갈 이유다.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눈으로 읽어 내려간 싯구였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따뜻해지고
너의 목소리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즐거워진다'
너무나 좋아하는 말이라 되물을 수 밖에 없었죠.
"나한테 왜요......?"
"그냥, 좋잖아. 내용이......"
평소 여걸 이미지 풀풀 풍기던 그녀의 수줍은 고백이
눈물샘을 건드렸나 봅니다.
아침부터 엉엉!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능력자인 줄은 알았지만,
감수성까지 풍부하신 줄은...ㅋㅋ
시 제목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다면
한번쯤은 누군가를 위해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은 생각...
좋은 책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 감사드려요.
Thank you~^^
그 날 오후, 언어치료 프로그램 시간!
시집을 들고 생활실을 찾았습니다.
아는 언니(?)에게 선물받은 책이라 소개해 드리고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끄덕끄덕!
"참 좋소. 어떻게 그렇게 맞는 말만 한다요?"
(제 말이 아니고 책에 써 있는 말이예요.ㅋㅋ)
"딱 내 말이네."
(아, 네...)
"쪼까 더 읽어주쑈."
(어르신들의 호응에 힘입어 소녀는 부끄러움을 참아봅니다.^^;;)
꽃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두 편으로 끝맺음하려 하였으나
'내친 김에 더 읽어주라'고 하시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 외 여러 편을 읊어드리게 되었습니다.
책 장을 넘길 때마다 몰입하며 공감하는 어르신들을 뵈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글이 있음을 경험합니다.
듣는 이가 울컥하자 낭송하는 이도 울컥.
뜨거운 심장을 선물받은 우리...
그 순간만큼은 진정으로 행복했습니다.
( 좋은 글 써 주신 나태주님, 감사드립니다. 쵝오예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첫댓글 커페직이님! 고맙고, 감사해요, 좋은시을 낭송해주고 천혜원에 풍경들과 그시에 어울림 ~~오늘 하루도 좋은일만 생기고 행복한 날되시고 천해 가족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감사가 넘치는 하루되세요
시와 꽃과 푸르름이 어우러져 넘 아름답네요 .그네에 앉아 차한잔 마시고 싶네요 이모든 결과물은 사랑과 정성과 아름다운 마음들의 결정체 이겠죠 행복함을 누릴수있게해주어 감사합니다 서점에 달려가 시집 한권 사야겠어요 ㅋ
그 시를 쓴 작가님은 정말로 맛진 사람이십니다. 나도 그러고 싶네요.
감동적이네요
네가 너이기 때문에.....
좋은 시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