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후기를 쓸때 또는 쓰고나서는 그대회에서의 문제점과 다음 대회의 보강할점을 고려하게 된다.(그렇다고 보강할점을 보강하지는 못했지만....)
그런데 이번후기는 뭘 보강해야하나....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라. 이게 정답인듯하다. 훈련은 훈련대로 못하고, 훈련량은 6:00페이스인데 의욕 벌써 5:00페이스로 달렸으니 몸에 무리가 온것은 당연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이스를 늦춰 그냥 완주만 하는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처음부터 5:00~5:10페이스를 맘먹고 대회에 임했다. 어차피 후반에는 퍼질거라는 생각은 있었고, 퍼지는것이 체력이 다된거냐? 부상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춘마에서 마라톤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둘째동서와 함께 집을나선다. 원래는 셋째처제도 같이가기로 되어있었는데 회사일로 불참이다. ITX를 타고 가며 밖을 내다보니 가평을 지나 안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두번의 춘마에서 출발전까지 늘 안개가 낀걸로 기억이난다. 오늘은 싱글렛대신 반팔을 입으리라 생각해본다. 남춘천역에 하차하여 대회장로 슬슬 걸어간다. 사람이 작년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 동서는 처음이라 뭘 어찌 해야할지 몰라 멍하기만 하다. 이 양반 야구장 이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운집되어있는걸 처음본단다. 옷을 갈아입고 몸을 좀 풀고 슬슬 출발점으로 향한다.
C그룹출발과 동시에 사람들에 밀려 앞으로 밀려나간다. 첫고개를 넘어서니 앞에 무인도님이 보이신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5:05페이스를 유지한다. 3킬로지점정도 갔는데 벌써 땀이 흐르기시작한다. 추울거라 예상하고 반팔을 입었는데 실수인듯싶다. 5킬로지점에서 울프님을 만나 동반주로 달린다. 울프님을 후반에 퍼지니 초반에 힘들 비축하라하신다. 페이는 5:10페이스다.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았다. 10킬로지점을 지나니 울프님이 슬슬 속도가 떨어짐을 느낀다. 아침을 드시고 오셨는데도 몇일 제대로 드시질 못해서 배가 고프시단다. 10킬로지점을 지나면서 저 앞에 3:40페메를 100미터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가라하신다. 본인은 좀 드시고 오신단다. 계속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15킬로지점에서 물을 먹고 앞을 봤는데 같이가던 무리는 있는데 페메가 없어졌다. 헐... 어디간겨? 뒤를 봐도 없다. 여기부터는 5:10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려 애쓴다. 하프를 지나 23킬로지점쯤에서 오른쪽 종아리가 따끔거리더니 살살 아파올라한다. 운동부족의 현실이 슬슬 다가온다. 왼쪽다리에 약간 치우치듯 힘을주고 달려본다. 25킬로에서 파워젤하나 먹고 물통을 하나받아 머리에 부어본다. 지난번 공주에서 달렸을때나 날씨가 별반차이가 없는듯 덥기만하다.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긴언덕을 흘깃처다보고 머리를 처박고 언덕을 올라간다. 도저히 저언덕을 고개를 처들고 올라갈수가 없어보인다.
27.5키로 스펀지를 지나는데 다시 오른다리에 통증이 오기시작한다. 일단 자리에 멈췄다. 전반기에 종아리부상으로 제대로 운동을 못했던걸 생각하며 잘못하다간 큰일나겠단 생각에 멈췄는데 종아리가 호전을 보이질않는다. 이렇게 낑낑거리고 있는데 울프님이 오신다. 여기부터 달려야하는데 여기서 퍼지면 어쩌냐면서 괜시리 미안해졌다. 책임감이 들기도하고 해서 일단 울프님을 출발시키고 뒤을 따라본다. 오른다리에 힘을 빼고 왼쪽다리에 힘을주고 달리는데 왼쪽다리에 만나지말아야할 것을 만난다. 이놈에 쥐.....
이리저리 달래도 안되더니 종아리에서 허벅지까지 단숨에타고 올라와 고관절주변까지 올라온다.
패트롤에게 긴급마시지를 받고 한동안 앉아있다가 다시 걸어본다. 1킬로 앞쯤에 앰브런스가 있으니 그리로 갈수있으면 가보란다. 1킬로쯤을 절름거리며 도착하니 경련으로는 앰브런스를 안태워준단다. 이많은 경련환자를 다 어떻게 태우냐는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그럼 어쩌냐고 물었더니 회수차량을 타란다 금방올거란다. 31-32킬로지점인데 반대 23킬로지점쯤을 보니 아직도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 아~ 언제오냐.... 30분정도를 더 앉아있는데도 회수차량이 안보이더니 한참만에 보는데 저 차가 여기까지 오려면 2시간은 걸리겠다 싶었는데 옆에 있던 또다른 경련환자가 그냥 차 다니는데까지 걷자고한다. 차량다니면 버스나 택시를 타자고 한다. 그렇게 102보충대 앞쯤오니 경련이 많이 풀리는게 아닌가...
여기까지 왔는데 나머지 그냥 뛰자생각이 든다. 그때부터 살살 달리기 시작한다. 이미 레이스를 포기한 사람들 사이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는 붙질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또 달리니까 달려진다. 참나원.. 33키로지점에서 휠체어를 밀고다리는 아저씨가 갑자기 떠올랐다. 주위분들이 화이팅을 외쳐주니 눈물을 보이신다. 감격해서가 아니라 다리에 자꾸 쥐가 난다는것이다. 앞에는 아들인듯 싶은데 20대는 훌쩍넘어보이는 아들이다. 아들앞에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고, 다리는 쥐가나고 .... 눈물이 나올만 하겠다 싶은 맘이든다. 그런분들 앞에서 혼자 달리면서 경련으로 빌빌거리는 내모습이 한없이 초라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잡생을 하다보니 어느덧 소양강 처녀가 보이질 않는가? 작년에는 소양강 처녀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반갑게 눈인사를 건내고 색소폰 동호회분들의 연주를 들으면 결승점으로 향한다. 결승점에 다다를 부렵 옆에서 누군가 부른다. 영일만님과 경춘선님이다. 왠지 반갑게 느껴진다. 이시간이면 모든분들이 돌아갔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5시간 32분만에 결승점으로 통과한다. 연습하나도 안하고 나갔던 첫풀도 5:35분에 뛰었는데...ㅋㅋ 들어오고나니까 앰블런스 못탄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이젠 밑바닥까지 떨어졌으니 올라가기만 하면 되질않겠는가... 이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이란 말인가... 만약 3:30분 초반대에 들어왔다면 330을 못해서 맘이 더 불편했을것이라는 강한 믿음을가지고 다음 대회를 위해 운동좀해야겠다... 제발 운동좀 하자 이눔아...
< 부록 >
춘천에 가족들과 동서식구를 만나서 닭갈비와 소맥을 겁나게 말아먹고 ITX를 탔다. 왠일인지 모르겠지만 입석으로 표가 있단다. 분명히 내가 예매하려할때는 없었는데, 집사람은 표를 사왔다. 아무생각없이 ITX를 타고 가평쯤오니 방송이 나온다. "이열차는 가평을 경유하여 청량리로 향하는 열차란다." 평내호평역을 안서는 열차다. ㅎㅎ 가평에서 내려 다음 전철을 탔는데 자전거칸에 타서 혼잡했다. 정신없이 아이들이탄 웨건을 자전거를 피해 이리저리 밀고 내려서 집으로 오는데 뭔가 허전하다. 앗!가방... 놓구내렸다. 감사하게도 경춘선님의 전화로 전화기는 뺐고, 동서가 결제한다는 밥값도 내가 결제한다고 지갑도 뺐다. 운이 나쁜건지 좋은건지... 이틀이지나 분실물전화하니 춘천역에 있다하고 택배로 보내준단다.
첫댓글 고생한 사람의 후기가 기다려지는 것은 무슨 심뽄지?ㅎ 당장 몸은 안되도 330을 향한 열의가 하늘을 찌르니 언젠간 이루어 지리라 생각되네요.못 먹어도 go~go~거북이님 힘!
쥐가날때는 멈추거나 앉지 말고 무조건 걸어가다보면 풀리는 건데~~!
아무튼 애 많이 썼다. 전화위복으로 삼고 다음대회에서 멋지게 달리길~~힘
무자게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회복 잘 하세요~ 거북이님 힘!~
애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거북이님 힘!!!
아 ..나 만날때만 해도 쌩쌩해서 다시 안보이길래 잘갔나 했는데 우짜 이런..
앞으론 주로에서 만나면 절대 먼저 가시지 말고 같이 갑시다
언른 회복하시고 다음을 기약합시당~화이팅!
거북님,거북이 처럼 천천히 달려보세요. 그럼 토끼를 이깁니다. 거북이 ~~~~~~힘
수고많았네~ 회복잘하고...
오래 뛰냐고 수고 많았네.
언능 회복하고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