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20)- 분당추모공원 <휴> & 안성답사(남사당공연장/금광호수)
1. 제천에 입원하고 있는 큰 형을 여동생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에 야외에서 즐기려 했던 계획은 취소되고 대신 점심식사 후에 ‘배론성지’ 앞에 있는 허름한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간단한 낭만을 보냈다. 장마같은 5월의 하루였다.
6월 1일은 작은 형의 네 번째 기일이다. 일 년에 한 번씩은 분당추모공원 <휴>에 방문하려고 하고 있다. 오늘은 조금 이른 날이지만 파주대신 천안에서 출발했다. 훨씬 시간도 거리도 짧다는 느낌을 주었다. 죽은 자의 흔적을 보관하는 일은 남아있는 가족에게는 중요한 의식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3대까지 기제사를 지냈는데, 과거 대가족 시대에는 선조들의 기억이 분명하게 남아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기억은 훨씬 축소되었다. 그렇기때문에 조상에 대한 제사가 필요하다면 조부모 단계까지만 행하고, 제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다른 형태의 기억을 보존하는 작업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제사의 의미는 조상숭배가 아닌 남아있는 자들이 살아가는 동안에 필요한 과거와의 추억과 연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2. 시간이 남아 ‘안성’의 가보지 않은 지역 몇 군데를 답사했다. <안성맞춤랜드>은 안성의 대표적인 상징인 ‘남사당 공연 극장’이 있는 곳이다. 매주 토, 일요일 상설공연이 있다고 한다. 공연장 이외에도 넓은 잔디와 산책길을 갖추고 있어 안성의 대표적인 가족공원일 듯싶었다. ‘바우덕이’이라 불리는 안성의 남사당 놀이는 이제 거리에서는 보기 어렵다. 과거의 전통적인 연희놀이는 대부분 무대를 통해서만 공연된다. 현장성을 빼앗긴 연희는 사실 원래의 흥과 의미를 잃어버린 불안전한 공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것은 보존조차 할 수 없다. ‘박제된 천재’가 아닌 ‘박제되어 가는 연희’가 전통의 미래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안성의 <금광호수>는 아름답다. 아쉬운 점은 호수 주변을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은 없다는 점이다. 호수의 전경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만 몇 군데 마련되어 있다. 주변에는 식당은 없고 카페만 있다. 분명 아름다운 장소이지만,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이동하면서 즐기기엔 무언가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연결의 단절 때문일 것이다.
첫댓글 - ".... 살아가는 동안에 필요한 과거와의 추억과 연대를 상징......."
- 자취와 흔적! 망각의 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