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사를 아십니까?
전남 곡성에서 멀지않은 곳에 신라 경덕왕때 세워진 고찰 태안사가 있습니다.
그 절을 찾아 들어가는 1.8Km의 계곡에는 가을단풍이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어 가을 나그네를 유혹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느 가을날.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헌모자 눌러 쓰고 차에 올라 훌쩍 떠나기만 하면 우리들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부산을 출발하여 순천송광사 선암사를 보고 태안사 가까이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태안사를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계곡을 따라 걷는 기분은 참 상쾌했습니다.
한참을 콧노래를 부르며 올라가니 뿌연 안개 속에 희미하게 절이 나타났습니다.
신도는 아니지만 경건한 맘으로 대웅전을 향해 계단을 올랐습니다.
원래의 대웅전은 6.25때 불타서 없어지고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 인사 올리고 나와서 맛배지붕이니 몇칸이니 하는건 잘 모르니 단청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대웅전을 한바퀴 돌아 나왔습니다.
이때,
대웅전 옆 감나무 밑에 어른 주먹만한 감이 발갛게 홍시가 돼어 툭 떨어져 있지 뭡니까
그것도 세 개씩이나.
옳다꾸나,땡이로구나.
쏜살같이 달려가서 누가 보나 한번 휙 둘러본후 얼른 집어서 조심스레 호주머니에 넣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절을 내려왔습니다.
절 밖으로 나오자마자 호주머니에서 홍시를 꺼냈습니다.
말랑말랑한 둥시(부산 사투리-도오감)
화학약품으로 익힌 것이 아닌 자연산 홍시입니다.
한입 가득 넣고 우물거립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너무나 달콤한 이 맛.
단숨에 2개를 먹어치웠습니다.
남편은 나머지 한 개밖에 못먹었습니다.
아침밥은 먹지 않아도 든든했습니다.
기분 좋게 다음 목적지 화순 운주사로 떠났습니다.
한참후 어느날
친구들과 만나 지지배배하던 중 감 얘기가 나왔습니다.
난 자랑스럽게 태안사의 홍시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하는 말
'가시나야, 그것은 스님들 간식이다, 왜 그걸 먹었노.'
아뿔사, 그랬구나.
먹은 홍시는 오래전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없는데.... 어쩌나?!!!
스님. 이 탐욕스런 중생을 용서하소서.
너무 무지해서 그렇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여,
아무리 맛있어 보이고 보는 사람 없더라도 절마당에 떨어진 홍시는 절대로 집어먹지 마십시오.
스님네들 간식거리라네요.
하지만 태안사의 그 홍시맛은 영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ㅇ말 맛있더라.
첫댓글 고운님 여전하시죠 한 때 애교에 익살에 재치에 한귀염하셨겠습니다ㅎㅎㅎ 서해안 명사찰 두루 유람 하셨군요 11월 가기 전 번개든 정모든 얼굴 한 번 봅시다
태안사의 홍시감....나도 한번 그 맛을 보러 가야 겠습니다...고운님...즐거운 휴일 되세요.
고운님.... 점점 고운님의 아름다우신 모습이 드러 나십니다.ㅎㅎㅎ 날로 젊어가시는 모습뵈니 저랑 제 어머니도 함께 행복해 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공연장 백댄서로 고운님, 강물님, 휘닉스이모님, 제 어머니까지....저문강님을 꼭 가운데에 모시고...아~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고운님..참말로 맛났겠는걸요.ㅎㅎ모습이 눈에 선합니다...너무 너무 뵙고싶은것 있지요..11월에 꼭 뵙수있겠지요..강물님과 함께요..
오늘 오전 다시 읽는데....홍시감을 몰래 먹는 고운님 생각 하니...하하하하하...웃음이....
ㅎㅎㅎㅎㅎ 언니랑은 안어울려요 몰래먹는모습 ㅋㅋ근데 원래 몰래 훔쳐먹는것이 더 맛나는거 아닌가요??맛깔스런 글입니다 언니...^^
ㅎㅎㅎ고운님 홍시 먹는 모습..재밌고 맛있게 읽고 갑니다
저의 이 못난 모습 읽어주시고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역시 안사랑이라 통하네요.빨강머리 앤은 아니고우리 카제 반가워.씩씩하고 개성 있는 모습, 그게 젊음이라카제.이뻐...ㅎㅎㅎ
너 혼자서 도우감 먹으면 배탈 난다. 휴일이 멀다하고 산을 찾아 헤메더니 이젠 스님 몫 감 까지?
홍시 마이 묵으면 *눌 때 고생 하지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