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10월 30일 "(투표시간을 2시간) 늘리는데 1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걸 공휴일로 정하고, 또 그럴 (투표시간을 연장할)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박근혜 후보가 국민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00억원이라는 수치의 근거도 잘못된 것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공보단장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제안한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환수법안'을 받아들여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선거보조금 152억원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후보의 이러한 제안은 새누리당에서 요구한 내용을 전격 수용한 것이라 새누리당으로서는 할말이 없게 생겼다. (문재인 후보가 152억원 포기선언을 하자 새누리당은 말을 바꿔 "당 공식 입장이 아니라 이정현 공보단장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투표시간 연장 반대가 정말 새누리당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아끼려는 충정인가,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들이 불리해지기 때문인가.
새누리당은 22조원이 넘게 들어간 4대강 사업이 국민의 혈세를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토건세력을 위해 사용했는지 알고 있다.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한 100억원에 대해서는 그럴 가치가 있느냐고 거품을 무는 이들이 4대강 사업비 22조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도 관대했던 걸까? 현재 22조원 뿐 아니라 4대강 사업 이후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얼마나 더 많은 국민의 혈세가 더 들어가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 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혼자 한 것인가? 새누리당의 지지가 없었다면, 4대강 사업은 가능하지 않았을 터이다. 많은 국민과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반대를 할 때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현행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새누리당은 근거도 없이 대선투표일을 공휴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실언을 하는 것도 모자라,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근무를 해도 현행 투표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거기다 세금 낭비까지 덧붙여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선거에 참석할 수 있는데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현행 대선이나 총선 등 주요선거 투표일은 임시공휴일이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공기업 그리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정상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6시부터 투표시간이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투표하고 출근할 수도 있지만 직장인들에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퇴근 시간을 앞당겨 6시까지 투표장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투표시간을 2-3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이고, 현재의 임시공휴일을 법정공휴일(유급휴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투표시간이 2-3시간 연장되면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더 많은 국민의 의견이 수렴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으며, 더 많은 국민의사가 반영돼 선출된 대통령은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100억원이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100억원도 중안선거관리위원회와 새누리당의 주장(투표소 근무자 2교대를 통해 현재보다 2배의 수당 지급을 근거로 한 것)일 뿐, 야당은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치 2시간 연장에 따른 추가 근무수당을 반영해 추가비용이 36억원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부자정당 새누리당이 국민 혈세 100억원 운운하며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 밖에도 새누리당은 말로는 정책선거를 이야기하고,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정책을 선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도 구태에 머물면서 색깔론에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 역사에 대해서도 어물쩍 넘어가며 국민대통합을 이야기한다. 사실 국민대통합도 뜯어보면 보수대연합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대통합을 내세운 정치는 독재로 흘렀다. 독일의 히틀러도, 이탈리아의 무소리니도, 일본의 군국주의자들도, 박정희 대통령도 국민대통합을 앞세워 독재를 했다.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 쇄신"이라고 말했다. 만일 박 후보가 독재자의 딸이 아니었다면, 가난도 경험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보고 자식 교육도 시켜보고 남편 뒷바라지도 해보고 가정살림도 해 보았다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나라를 세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여성이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한국정치가 쇄신됐다고 볼까?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우선 조건은 결혼을 해 자식 낳고 그야말로 지지고 볶으며 살아보고 수시로 돈에 찌들려 본 이력도 있는, 그래서 서민 가정들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몸으로 잘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이다. 여성 대통령으로 비교적 성공한 필리핀의 아로요, 인도의 인디라 간디, 핀란드의 할로넨, 아르젠티나의 페르난데스, 독일의 메르겔 총리, 영국의 대처 수상 등은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았고 실패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호주의 길라드, 아리젠티나의 이사벨페론 등은 미혼이거나 독재자의 딸이었다.
투표시간 연장 논란, 새누리당으로서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투표시간 연장 반대는 절대로 새누리당에 유리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제 정치는 소통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당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여당과 야당이 소통해야 하고,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소통하지 못하는 대선후보, 소통하지 못하는 정당이야말로 구태의 전형이기에 대통령이 될 자격도 없고 집권을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