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능선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섬, 비금도
하누넘해수욕장, 원평해수욕장 유명
그림산-선왕산 종주산행 약 3시간 소요
비금도(飛禽島)는 새가 날아오르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해안의 절경은 물론 내륙의 산들도 바위능선이 매우 아름다운 섬이다. 비금도는 도초도와의 사이에 서남문대교로 연결되어 있어 비금도 가산선착장이나 도초도 화도선착장 어느 곳에서 내리더라도 한 섬처럼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
서남문대교는 우리나라 서남단 쪽에서 들어오는 첫 관문의 교량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가 아치형으로 가늘게 뻗은 다리가 우아하고 아름답다. 다리 길이는 937m로 섬과 섬 사이를 잇는 연도교(連島橋)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이다. 다리 아래 해안에는 갯벌이 길게 뻗어있고 그 뒤로 염전들이 바둑판처럼 즐비하다.
도초도에서 서남문대교를 거쳐 비금도로 넘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그림산이다. 비금도 중심부에는 그림산과 선왕산이 구비쳐 흐르고 있어 마치 공룡 등뼈와 같은 모양을 보이고 있다. 비금도 그림산-선왕산은 사량도 지리산처럼 주로 바위능선으로 되어 있어 오르내리는 데 스릴이 있을 뿐 아니라 사방으로 경관이 아름다워 산행의 어려움을 잊게 해준다. 두 산 종주는 약 3시간 정도로 가능하다.
비금도는 도초도와는 달리 섬이 긴 1자형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고 동서는 좁으며 중앙에 그림산과 선왕산이 동서를 가르고 있다. 서남문대교에서 서남단에 위치한 '하누넘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보면 돌담이 아름다운 '내촌마을'을 지난다. 섬 지방의 가옥은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지붕은 낮고 돌담은 높게 쌓는게 특징이다. 이곳 돌담은 제주도 돌담처럼 자연스럽게 돌을 쌓아놓은 게 아니라 마치 칼로 자른 듯이 반듯하게 쌓은 게 특이하다. 내촌마을 뒤로는 선왕산 바위능선이 병풍처럼 막고 있다.
내촌마을을 지나 하누넘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내월리마을 고갯마루에는 긴 돌담이 쌓여있다. 이 돌담 이름은 '내월우실'. 우실은 '마을 울타리'라는 뜻이다.
매년 내월리 마을에는 하누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를 '재낸기바람'이라 부른다)으로 농사를 망치곤 하여 이곳에 돌로 담을 쌓고 바람을 막아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고 마을의 재앙도 막았다고 한다. 이 우실은 길이 40m, 높이 3m, 폭 1.5m로 자연석을 이용하여 쌓았으며, 선왕산 정상 쪽으로 뻗어 있다.
하누넘해수욕장 도착. 비금도 서남쪽 해안,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하누넘해수욕장은 해변이 하트모양을 닮아 '하트해수욕장'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KBS드라마 '봄의 왈쯔'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누넘'이라는 이름은 '고개를 넘어가니 보이는 건 하늘과 바다 뿐이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하트 모양 때문에 연인들과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하누넘해수욕장 앞바다에는 등대섬인 '칠발도'가 있는 데 이 섬은 부산의 오륙도처럼 보는 방향이나 시간에 따라 일곱개로도 보이고 여덟개로도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속칭 '일고바리'라고도 불린다. 해발 104m에 불과하여 밀물 때는 일곱개, 썰물 때는 여덟개로 보인다고 한다. 바다 가운데 돌출한 경사가 60도 이상이나 되는 가파른 등대섬이다. 섬 둘레에는 바위절벽이나 암석이 노출된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키가 1m나 되는 모락풀이 자라고 있다. 칠발도에는 2월부터 11월까지 바다제비, 바다쇠오리, 슴새 등 많은 희귀한 바다철새들이 집단으로 번식한다.
하누넘해수욕장 지나 해안길 언덕을 오르면 또 다른 전망이 나타난다. 멀리 흑산도도 보이고 바다위에는 이름모를 섬들이 여기 저기 누워있다. 하누넘해수욕장 좌측 작은 섬은 '구분사리'라는 섬이다. 바위섬 위에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마치 대머리 위에 심어져 있는 머리카락 같다. 이들 섬들은 흑산도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언덕모퉁이를 돌면 앞에 다시 하트모양의 해안이 나타나고 건너편에는 마치 바다를 향해 고개를 든 오리 모양의 낮은 산이 보인다. 이 산이름은 '용머리산'. 용머리산 좌측 해안 끝 오리 주둥이 부근에 바위 두개가 나란히 서 있다. 이들 바위기둥은 서로 키스하듯 붙어 있어 일명 ‘키스바위'라고도 부른다.
키스바위 해안을 돌면 작은 미니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가족단위로 오붓하게 쉬기에 좋은 해수욕장이다. 관광안내기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 작은 해수욕장은 해안이 좁기 때문에 밀물썰물을 이용, 그물을 쳐서 고기잡는데 자주 이용되는 해안이라고 한다. 해안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드라이브하는 맛이 꽤 좋다.
언덕모퉁이를 넘어서면 서산저수지가 보이고 저수지 건너 우측으로 선왕산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좌로 뻗은 능선 중간에는 두개의 바위기둥이 마주 서 있다. 이름은 '사랑바위'.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이 견우와 직녀처럼 남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바위는 선왕산 정상 직전에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다. 서산저수지는 수몰지구로서 주로 농사용으로 쓰여지지만 식수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사랑바위 능선 아래 쪽에는 '서산사'라는 절이 위치해 있다.
저수지를 지나면 곧 서산마을.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가 잠시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여 '서산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서산마을 역시 내촌마을처럼 여기저기 섬 특유의 돌담이 보인다.
서산마을에서 해안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 원평해수욕장에 이른다. 비금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진 원평해수욕장은 비금도 북쪽, 원평항의 동쪽에 있다. 백사장 길이가 4.3km, 폭 30m(간조 때는 100m)로 웬만큼 눈이 좋은 사람이 아니면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모래사장의 길이가 십리쯤 된다고 해서 일명 '명사십리'라고도 불리우며, 특히 이곳 모래는 고울 뿐 아니라 밟아도 발자국이 남지않을 정도로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비행기가 착륙하거나 자동차 운전연습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모래가 단단하다. 멀리 바다건너에는 자은도, 암태도가 보인다. 이곳 명사십리해수욕장의 풍력발전기는 바다건너 자은도 두봉산 정상에서도 볼 수 있다. 이곳 원평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도초도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천재바둑기사 이세돌 기념관도 만난다. 이세돌은 이곳 비금도 출신이다. 도초도와 마찬가지로 비금도도 여기저기에 염전이 보인다.
관광여행은 이 정도로 하고 필자 일행은 그림산-선왕산 종주산행에 나섰다.
그림산 산행 들머리는 상암마을 부근. 입구에는 그림산-선왕산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필자 일행은 차로 이곳 들머리에 도착했지만 도보로 올 경우에는 화도선착장에서 서남문대교를 건너 삼거리에서 우측 원평해수욕장 방향으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그림산-선왕산은 거의 대부분이 바위능선이다. 들머리 초입능선에 올라서면 그림산 정상 암봉이 우람한 자태로 다가온다. 상암마을 들머리에서 그림산 정상까지는 1.7km, 약 40분 소요. 정상 오르는 암릉이 아기자기하다.
도중에 우리나라 지도모양을 닮은 ‘지도바위’도 보이고 정상 직전에는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바위동굴인 ‘해산굴’도 통과해야 한다.
그림산 정상에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선왕산으로 가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투구봉도 그림같이 내려다보인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섬 산행은 이래서 좋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염전, 바다, 그리고 섬들.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상을 지나 40m 쯤 가면 우측으로 투구봉 입구 갈림길을 만난다. 투구봉은 그림산 정상능선과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데크계단으로 이어진 투구봉 모양이 참으로 우람하고 아름답다. 그림산-선왕산 최고의 비경(秘景)이다.
투구봉을 다녀온 후 계속 바위능선을 타고 선왕산 정상을 향한다. 좌우로 바다가 펼쳐지고 정면으로는 공룡능선과 흡사한 암릉이 웅장한 자태로 누워있다.
능선 곳곳에 ‘사모바위’, ‘사랑바위’ 등 기암괴석도 즐비하여 눈을 즐겁게 한다. 코스가 사량도 지리산 능선과 비슷하다. 그림산 226m, 선왕산 255m로 산 자체는 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기암괴석이 많은 능선 암릉과 수려한 조망으로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온다. 사방으로 보이는 섬과 바다 그리고 산 아래 그림같이 앉아 있는 마을과 염전들. 섬산행의 매력이 바로 이것이다.
그림산 정상에서 선왕산 정상까지는 다시 1시간 40분 정도 소요. 선왕산 정상 전망데크에 오르면 사방 비금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서산저수지, 원평해수욕장과 명사십리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오고, 좌측으로 어항처럼 둥글게 입을 벌리고 있는 하누넘해수욕장도 내려다 보인다. 또 뒤로는 선왕산 능선 끝에 우뚝 솟은 그림산 정상과 그 아래 저수지 등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선왕산 정상에서 조망을 즐긴 후 좌측 하누넘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면서 능선을 타고 계속 내려간다. 구비구비 바다를 향해 꼬리를 치듯 흘러내리는 산줄기. 이 능선은 하누넘해변 뒤 용머리해안에서 바다 속으로 잠긴다. 하산길 중간 쯤 내려오면 거대한 입석바위를 만난다. 하단은 가늘고 상단은 둥근 모양이다. 야구방망이같기도 하고 주먹같기도 하다. 산행 들머리에서 그림산 정상-선왕산 정상을 오른 후 하누넘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종주코스는 약 3시간 걸린다.
*비금도 가는 방법은...
2019년 4월부터는 압해도-암태도 간 천사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비금도 가산선착장까지 5시 50분부터 거의 매시간 총13회 운항한다. 18:30부터 22:00까지 3회 야간운항도 있다. 소요시간 40분. 또, 목포(북항)에서도 06:00, 08:40‘ 13:30, 18:25 등 4회 운항한다. 목포북항의 경우 차도선으로 도초비금도까지 약 2시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