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관음봉-쌀개봉-천왕봉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둘째 주 금요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14:15) 널찍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동학사에 이른 다음 계곡 위에 설치되어 있는 향아교를 건너자 산길은 부드러운 흙길로 바뀐다. 돌이 많이 박혀있는 완만한 산길로 한동안 오르다가 오른쪽의 경사 급한 길을 올라간다. 곧이어 신선들이 숨어서 놀았을 만큼 아름다운 은선 폭포가 나타난다.(15:00)
은선 폭포는 높이 46m, 폭 10m, 경사 60도 정도의 폭포인데 갈수기에는 낙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망대 시설이 설치돼 은선 폭포를 샅샅이 관찰할 수 있었다. 실낱처럼 가냘픈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내리고 있었지만 왼쪽의 병풍처럼 쳐있는 바위절벽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은선 폭포는 산수의 조화미가 워낙 뛰어나 은선 폭포 운무는 계룡산 7경으로 지정되어 있다.
관음봉 오르는 산길은 가파른 돌길의 연속이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뒤돌아보니 황적봉(664m)의 자태가 보기 좋고 동학사는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금남정맥의 정기가 흐르는 관음봉고개에 올라선 후 바로 관음봉(816m)을 밟는다.(15:40) 전망을 하니 가까이로는 문필봉, 연천봉, 쌀개봉, 천황봉이 위풍당당하고 자연성능은 접근할 수 없는 장벽같이 울타리를 이루고 있고 서쪽으로 부소산으로 뻗어나간 금남정맥 산줄기가 가물가물 이어진다. 관음봉바위에는 대전 교원 산악회가 세운 표지석이 있었다.
금남정맥 산줄기를 따라 쌀개봉으로 향한다.(15:50) 바위봉우리 사면에 나있는 길을 따라 나아가다가 암릉에 올라선 다음 험준한 암반에 매여 있는 줄을 타고 내려가 쌀개봉 두 바위봉우리 사이 움푹 패인 특이한 능선에 닿는다. 바위 절벽에는 밧줄이 달려있어 밧줄을 타고 올라가지만 여간 위험한 곳이 아니라 초보자는 반드시 우회로를 이용해야 한다.
계룡산 2봉인 쌀개봉(828m)에 올라선다.(16:15) 쌀개봉의 조망은 계룡산의 웅장한 산악미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어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제격이다. 장군봉부터 시작된 무수한 봉우리와 여러 군데의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대기가 흐려 멀리 있는 산들은 조망되지 않았지만 계룡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떠나가기가 싫었다. 시계를 보니 16시 30분이 돼 하산을 서두른다.
황적봉으로 뻗어나간 계룡지맥 능선을 타고 내리막길로 나아간다. 얼마 후 리본이 달려있는 하산 길이 왼쪽으로 나타나지만 천왕봉을 올라선다.(17:00) 천왕봉을 지난 능선 길은 내리막길이 돼 조금 내려서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곤두박질하듯 내려가는 가파른 길은 희미하고 낙엽까지 덮여있어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렵게 내려가 향아교 바로 위 길에 이르자 어둠이 찾아왔다. 간신히 하산 시각을 맞춘 셈이다. 이제는 편안한 발걸음으로 평평한 길을 따라 동학사 주차장으로 진행하여 산행을 마친다.(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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