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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정리해서 올려 봅니다.)
2014년 한반도횡단울트라마라톤대회(308Km)를 마치고
한반도횡단울트라마라톤!
내게 횡단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할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못했다. 문경에 있을때 국토종단울트라(537Km : 부산태종대-임진각) 런너들이 문경지역을 통과할때 문경새재 1관문 주차장이 300Km CP 지점이라서 클럽차원에서 자원봉사를 두어번 하면서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라 생각만했지 내가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않았다.
1년에 한두번씩 100Km울트라마라톤에 참가 하다가 2011년 6월 장경인대염 부상을 안고 낙동강200Km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하였지만 50Km CP에서 통한의 눈물을 머금고 돌아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낙동강200Km울트라를 완주하면 종단, 횡단울트라를 완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컴프 회원들에게 들은적이 있어 얼마나 험한 코스이기에 그런가 다시한번 꼭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4월12일 청남대울트라마라톤대회를 다녀오면서 인희 아우님과 같이 참가하기로 약속은하고 차일피일 훈련도 제대로 하지못하고 참가하여 지옥문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겨우 완주를하고 돌아왔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정말로 그 코스는 다시한번 뛰고싶다는 생각이 없다. 그 대회를 완주하고 나오면서 인희 아우님과 횡단, 종단 이야기를 하다가 각 CP간 통과시간이 길며 가을이라 한번 도전 해볼만 하다는 이야기를 하게되어 은근히 마음에 들어왔는데 문제는 4일간이라는 시간을 비울 수 있느냐다. 24시편의점을 운영하다보니 야간시간을 비우기가 참으로 힘들다. 군에서 외박나온 아들녀석에게 자초지종 얘기를하고 그 기간에 휴가를나와 달라고 미리 얘기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찌감치 참가 접수를하고 인희 아우님과 영한 아우님에게도 참가의사를 밝혀 셋이서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약 2개월간 부족한 훈련량을 매꾸기 위해 몇 번의 풀코스와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훈련을 대신했다.
더디어 몇 개월동안 마음조리던 한반도횡단울트라마라톤대회 날이다.(2014년 9월 25일(목))
아들녀석은 내 대회에 맞춰 휴가를 나와줘서 대회동안 만큼은 가게일에 신경 안쓰고 달릴수 있어서 고맙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하고 가야하는데 역시나 밤을 지새우고 참가하게 되었다. 영한 아우님과 인희 아우님이 새벽차로 올라와 우리가게에서 합류하여 간단하게 아침을먹고 카페인음료 몇개와 파워젤 몇 개를 챙겨넣고 대회장으로 출발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도중에 경찰의 불심검문에 셋 모두 걸렸다. 얼굴도 검은데다가 큰 가방 하나씩 메고, 끌고 운동복차림으로 점촌 사투리로 시끄럽게 떠들며 가는데 어느 누가 안잡겠는가? 아마 조선족 또는 중국인으로 착각 했나보다. 어쨌던 통과, 서울역에 도착하여 옛서울역사 앞에서 셋이서 사진 한방 콱 찍고 강화로 가는 셔틀버스를 찾아 탑승후 대회장으로 출발했다. 대회출발은 밤 9시인데 오후1시에 출발, 너무 빠른것 같아 마음속으로는 대회장에 일찍 도착하면 한숨 자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대회장까지 가는도중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보니 강화인삼시장 식당가에 차를 세우며 점심을 해결하란다. 셋이서 비빔밥 한그릇씩을 비우고 셔틀버스를 타고 대회장에 도착하니 주최측에서는 아직 준비중이고 한쪽에서는 해양심층수가 울트라런너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실험하는 코너가 진행중이다. 우리 셋도 참가신청을 해놓은터라(대회 종료후 화장품, 미네랄워터 등 22만원상당의 물품을 준다기에) 배번을 지급받고 순서를 기다려 혈액 채취와 몸무게, 심박측정을하고 출발선 아치와 출발지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도하고 어슬렁거리다보니 오후5시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저녁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정말 목에 넘길수 없을정도의 맛이다. 그래도 달리기 위해서는 먹어둬야했기에 꾸역 꾸역 한그릇을 비웠다. 이제 출발전 남은시간은 3시간정도, 잠이 걱정되어 탈의실에서 눈을 감고 한잠 청해보지만 참가자들의 떠더는 소리와 주최측의 스피커소리에 잠은 못자고 소변만 보러 들락거리다가 훌쩍 3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밤 9시 출발 직전 모두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하고 출발아치 앞에 섰지만 마음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아마 혼자였으면 긴장되기도 했겠지만 아우님들이 함께해서 긴장감, 부담감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밤9시 출발 신호와 함께 모두들 308Km 대장정에 올랐다. 영한 아우님, 인희 아우님, 경남에서 온 박차종씨와 같이 1Km정도를 달리며 초반 오버페이를 말자고 서로 약속을하며 달렸건만 2Km를 채 가지못해 영한 아우님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3.3Km창후리 삼거리를 지나는데 박차종씨도 사라졌다. 인희 아우님과 둘이서 오버페이스를 막기위해 후미에서 몇 번째로 1CP 도착시간을 계산하면서 달렸다. 강화대교를 건너 45Km지점인 감미옥설렁탕집 앞에 도착하니 배가고프다. 인희 아우님과 둘이서 설렁탕 한그릇씩 하고 가려고 멈췄다. 일부 선두주자들은 벌써 한그릇씩 하고 나오고 일부는 설렁탕집안에서 떠더는 소리가 난다. 들어가려고 하니 주최측 진행요원들이 막는다. 지금 들어가면 주문하고 먹고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1CP 도착시간이 어려울것 같으니 가다가 편의점에 들러 해결하라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대로 주로를 달렸다. 1.5Km정도를 지나니 우측에 편의점이 있어 둘이서 삼각김밥과 음료수 하나씩을 사서 먹고 다시 1CP 지점을 향해 달린다. 다시 1Km쯤 가니 김포마라톤동호회에서 나와 수박과 찰떡을 자봉한다. 맛있게 먹고 화장실 볼일도 보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앞에 인천에서온 김미순씨부부 일행이 달려간다. 김미순씨 부부는 인간극장에도 “여보 내손을 잡아요”로 출연한적이 있다. 앞을 볼 수 없지만 풀코스 100회와 622Km 국토종단 울트라도 완주한 부부다. 청남대울트라대회때에도 주로에서 같이 뛰어보았다. 페이스가 그리 빠르지 않으니 저 부부 뒤만 따라가도 완주할수 있다고 인희 아우님과 얘기하고 그들을 따라붙어 달린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밑을 통과하고 김포아라대교를 지날쯤 그들도 사라지고 없다.
49.8Km 1CP에 도착하니 3시42분 제한시간 보다 1시간 10여분 여유가 있다.
그런데 먹거리제공은 달랑 물밖에 없다. 해양심층수 실험코너에서 제공하는 물 1병씩을 챙겨넣고 아라뱃길 김포갑문을 지나 한강 자전거도로로 접어들었다. 인희 아우님의 스피드가 점점 떨어진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보니 스피드를 늦추는것 같아 물어보니 컨디션이 많이 안좋단다. 김미순씨 일행이 어디서 있다가 오는지 뒤에 따라온다. 뒤에 붙어서 가자고하니 힘들다고 한다. 스피드가 느려지니 나도 몹시 힘들어진다. 내가 힘들어 하는것을 눈치채고 나한테 먼저 가라고한다. 지금 스피드로는 2CP도착(하남시청)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것 같아 내 스피드로 갈 수 있는 거리까지 한번 가본다고 얘기 하고 먼저 스피드를 올렸다. 행주대교 아래를 지나 방화대교아래(54Km)를 통과하니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이 선두그룹이 가양대교를 통과했단다. 나와의 거리는 약 4.5km, 공항철교, 가양대교, 염창교, 성산대교 밑을 지나고 나니 여기서부터는 여의나루에서 마라톤대회가 있을때 자주 뛰어보던 주로다. 한강공원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 한캔을 마신뒤 주로에 들어서니 구미의 울트라 고수 신외식씨가 달려온다. 울트라대회때마다 주로에서 만나는 분이다. 아침 햇살이 더워지기전에 이 한강 주로를 벗어나야 된다. 햇빛이 뜨거워지면 이 한강주로는 지루하고 힘들다는것을 안다. 동작대교 아래에 오니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 집에서 한강주로에 거리주를 나올때면 항상 나오는 곳이다. 하지만 뛰어야 한다. 이 대회 때문에 휴가를 나와 준 아들녀석 때문이라도 꼭 완주를 해야한다. 인희 아우님이 걱정이다. 잘 따라오고 있는지? 잠실대교, 올림픽대교 밑을 지나니 저 앞에 천호대교가 눈앞에 들어온다. 주최측 자봉요원이 사진 찍는다고 자건거를 타고 앞으로 뒤로 왔다리 갔다리 정신이 없다. 폼 잡아주기도 참 힘들다. 천호대교남단 밑에 도착하니 강동마라톤클럽에서 자원봉사를 나와 죽과 수박을 제공해주고 발맛사지까지 해준다. 너무나 고맙다. 막상 내가 주자가 되고 보니 537Km 종단 주자들이 문경새재를 통과할때 물과 식사 자봉만 할 줄 알았지 왜 발맛사지 까지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맘속으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큰일 났다. 다음 코스가 천호대교 남단에서 하남시청 까지다. 내가 서울에 올라와 산지 어언 2년이 되어가지만 천호동쪽에는 와본적이 없어 지리를 모른다. 지도를 꺼냈다. 그런데 강동클럽회원들이 지도보며 혼자가면서 헤매지 말고 기다리다가 뒷 주자들과 함께 가란다. 지리를 모를땐 그 방법이 제일이다. 10여분 기다리니 다음주자가 들어오는데 울트라 고수 한철호씨다. 이분도 그랜드슬램까지 하신분이다. 뒤따라 붙었다. 시내 횡단보도를 건너고 건너가던 도중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 잠깐 다녀온 사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찾아야한다. 죽기살기로 얼마를 달렸는지 모른다.
저 앞 신호등을 막 건너고 있다. 거리는 100여미터, 그런데 그앞이 바로 하남시청 2CP(97Km)다. 도착하니 오전 10시18(13시간 18분)이다. 제한시간보다 2시간40분정도 여유가 있다. 해양심층수 연구회에서 측정하는 몸무게, 심박측정을 잰 후 가랑이 쏠림방지 크림을 바르고, 종아리 압박스타킹도 벗었다. 배가 고프다. 밥을 먹어야하는데 하남시청에서 팔당대교 자전거길까지 가는 길을 모른다. 일단 팔당대교 자전거길에 접어들면 밥을 먹기로하고 주최측에서 제공한 오이 반개를 입에 물고 다른 주자들 뒤를 따랐다. 팔당대교를 건너 자건거길에 들어서니 간간히 매점은 보이는데 밥을 먹을만한 식당이 안보인다. 배가 너무 고프다. 간이매점이 보인다. 들어가니 막걸리, 캔커피, 음료수 몇가지만 판매한다. 커피도 맥스웰 캔커피밖에 없다. 2캔을 사서 1캔은 마시고 1캔을 배낭에 넣고 주로에 나오니 부산 도희형님 일행이 지나간다. 주로에 식당들이 있는지 물어보니 매점은 가끔씩 있지만 식당은 다음 CP 가까이 가야 있단다. 뒤를 따라보지만 배가고파 도저히 못따라가겠다. 한참을 가다보니 간이휴게소가 있다. 빵이라도 하나 사먹을까 싶어 들어갔더니 빵이 없다. 영양갱 하나 사서 입에 넣어보니 너무 달아서 도저히 못먹겠다. 배낭에 있는 캔커피를 꺼내 마시고 다시 뛰어본다. 자전거길이 너무 지루하다. 용담터널에 도착하니 잠이 쏱아진다. 뛰는 발걸음마다 잠에 취해 비틀거린다. 터널벽에 기대어 서서 눈을 감으니 그냥 잠이 쏱아진다. 뒷 주자가 따라 오면서 소리를 지른다. 아마 본인도 잠을 깨워보려고 악을 쓰는것같다. 가도 가도 자전거길이 끝이 안보인다. 너무 지루하다. 북한강 철교를 지나기전 매점이 있어 잠을 쫓기위해 들어가 카페인음료 핫식스 1캔을 사서마시고 다시 뛰어본다.
비틀걸음으로 국수역(119Km)을 지나 한참을 가다보니 길옆 버스승강장 밴치에 몇 명이 누워 잠들어있다. 나도 좀 쉬고 싶어 가까이가니 영한 아우님이 부산 복근이 형님과 같이 누워있다. 깨우니 방금 누웠단다. 같이 눈 좀 붙이려고 옆에 누웠는데 금방 깨운다. 그새 10분정도를 잤다. 둘이서 알콩 달콩 달리다보니 3CP(128Km) 오빈삼거리 설렁탕집이다. 둘이 들어가 영한 아우님이 산 설렁탕 한그릇(배가고픈 와중에도 맛은 더럽게 없고 비쌈, 선택의 여지없음)을 꾸역 꾸역 밥만 먹었다. 영한 아우님은 속이 거북해서 도저히 못먹겠다고 남겼다. 인희 아우님 기다리며 한시간정도만 자려고 거실바닥에 누웠지만 시끄럽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눈을 붙일수가 없어 30분정도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니 3CP 컷오프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후미 주자들이 거의 다 들어오는데 아직 인희 아우님은 안들어온다. 혹시 포기하지 않았는지 영한 아우님이 걱정을 많이 한다. 성격으로 보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컷오프 안되게 들어올거라 얘기하고 둘이서 물 한병씩을 챙긴후 4CP 용머리휴게소로 향했다.
눈이 감겨 비틀거리며 뛰어보지만 거리가 좀채로 줄어들지 않는다. 130Km 가스충전소앞을 지날 때 강동마라톤클럽에서 개인적으로 자봉 나오신분이 포도 한송이씩을 건네주신다. 한송이 받아들고 그냥 씨앗채 씹어 삼킨다. 먹고나니 힘이 막 솟구친다. 너무 고맙다. 이제 좀 살것 같다. 용문터널을 지나 용문휴게소에 들러 포도쥬스 하나씩을 사서 마시고 오르막 내리막을 몇고개를 넘으니 저 멀리 4CP 용머리휴게소가 보인다. 4CP(152Km)에 도착하니 밤9시13분(제한시간 밤11시) 서둘러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국밥 한그릇씩을하고 탈의실에 들어가 가방에 들어있던 옷과 신발을 갈아신고(바꿈터) 누워보지만 눈이 따거워 잠을 잘수가 없다. 출발하려고 밖으로 나가니 인희 아우님이 막 도착했다고 영한 아우님이 이야기한다. 건물 뒷 편 화장실에 가니 세수를하고 나온다. 기다렸다가 같이 출발하려고하니 우리보고 먼저 출발하란다. 우리는 바로 뒤따라 오리라 믿고 5CP를 향해 둘이서 먼저 출발했다. 출발하기전 주자들이 다음 CP까지 가는길이 산길이라 몹시 추우니 바람막이를 준비해야한다고 쌩 난리였는데 나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바람막이옷을 챙기지 않았는데 뛰면서 계속 마음이 쓰인다. 이젠 잠도 쏱아지지만 눈이 따거워 눈을 감을수가 없고 눈에서는 눈물이 아니라 진물이 난다. 도둑머리산고개를 오르며 둘이서 버스승강장 밴치에 누워보지만 시간은 왜 그리 빨리가는지 감았다 뜨면 15분이 후딱 지나간다. 굽이굽이 몇고개를 넘어 길옆 초원찐빵집만 찾으며 달렸다. 초원찐빵을 지나면 5CP인 신촌삼거리다. 굽이 굽이 내리막을 돌아도 초원찐빵집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긴긴 산골자락을 다 빠져나가니 신촌삼거리 5CP가 나타난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국밥 한 그릇씩하고 좀 쉬었다가려고 탈의실에 들어가니 먼저 온 주자들로 만원이다. 더 이상 들어갈 틈이 없다. 물병만 하나씩 챙겨서 둘이서 다시 주로로 들어섰다. 저 멀리 횡성터널이 보인다. 터널안에 몸을 피할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잠자리로서는 최고인데 둘이서 횡성터널을 향해 뛰어봤지만 터널안 어디도 몸을 피할수있는 공간이 없다. 터널을 벗어났다. 밖에 나오니 오른쪽 길옆에 한 주자가 잠들어있다. 부럽다. 우리보다 먼저 잠자리를 구해서... 이젠 눈붙일 공간만 찾기위해 도로옆을 기웃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앉아서 눈붙일 공간이 없다. 입석교차로를 지나니 저앞에 버스승강장이 보인다. 둘이 뛰어가보지만 이미 앞선 주자들이 점령해버렸다. 승강장옆 빈 시멘트바닥에 누워보지만 추워서 못견뎌 일어나 다시 6CP 둔내휴게소를 향해 뛰어보지만 불과 몇 킬로를 지나지 않아 아침8시쯤 황재에 부딛쳤다.
황재밑에서 자봉하시는분에게 물한컵 얻어 마시고 올라보지만 눈이 감겨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걷기조차 힘들다. 오르는 도중 오른쪽 계곡 건너 팬션마을이 눈을 감고보아도 너무 이쁘게 보인다. 황재가 이화령보다 훨씬 긴것 같다. 겨우 정상에 올랐것만 정상이 아니고 밋밋간한 길이다. 한참을 지나서야 정상 표지판이 보인다. 도로옆 한쪽편에 서서 시원하게 오줌줄기를 내뿜고 6CP 둔내휴게소를 향해 내리막길을 뛰어 보지만 뛰는게 아니라 걷는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고개 내리막이 다할 즈음 도로옆 버스승강장에 자봉요원들이 보인다. 6CP가 앞으로 옮겨져 왔다. 도착시간 오전 9시20분, 1시간 40분 정도 여유시간이 있다. 해양심층수 연구회에서 측정하는 혈압, 심박측정을 마친 후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컵라면 한 개를 후딱 처리하고 다음 CP를 향해 뛰어보지만 눈이 감겨 갈팡 질팡이다. 한참을 가다다 길옆 가게방 들마루에 앉아보지만 시간에 쫓기어 다시 뛰어야만 한다. 몇 굽이를 돌아나가니 둔내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에 들어가니 6CP를 왜 옮겼는지 알 수 있을것 같다. 빵도 없고 음료수도 먹을만한게 없다. 옛날 시골 가게방을 떠오르게 한다. 둘이서 화장실을 다녀와 인희 아우님이 올때까지 누워있을만한 장소를 찾아보지만 누울자리는 없다. 휴게소옆 처마밑 마당에 배낭을 베고 누워 눈을 감았다. 잠시후 시끌벅적 소리에 눈을뜨니 제일 뒤 후미주자들이 들이 닥친것이다. 김미순씨 일행도 보인다. 그사이 1시간정도를 잤는것 같다. 몸이 개운하다. 그런데 아직 인희 아우님은 보이지 않는다. 주섬 주섬 배낭을 챙겨메고 일어섰다. 조금 걷다가 보면 뒤에 금방 따라오리라 생각하고 태기산 7CP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 현천삼거리(207Km)를 지나는데 뒤에서 인희 아우님 따라 붙었다. 무지 반가웠다. 이젠 셋이다. 영한 아우님이 걷기에 대해 일장연설을 한다. 빨리 걸으면 뛰는것 못지않다고 본인이 대회참가 전 연습을 해보았다고 한다. 현천동네앞을 지나며 마트에 들러 바나나우유 한 개씩을 사서 마시고 빨리 걷기를 실천해 보기로했다. 영한 아우님이 앞에 섰다. 그 뒤를 내가 따랐지만 평소 느림보 걸음만 걷던 나는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다. 나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다시 딸랑거리며 뛰어 뒤에 붙어 걸으면 불과 몇 발자욱 안가서 또 거리가 멀어진다. 몇 번을 반복한 끝에 영한 아우님이 나를 앞에 세우고 본인이 뒤를 따라온다. 두발을 제촉하며 걸어본다. 이상한 일이다. 앞에 뛰어가는 주자들이 하나 둘 잡힌다. 뛰는것 보다 훨씬 쉽다. 그런데 인희 아우님이 뒤로 쳐진다. 도저히 빨리 못 걷겠단다. 다음CP에서 인희 아우님을 기다리기로하고 영한 아우님과 둘이이서 다시 총알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덕성분교앞에서 자봉하시는분들게 커피한잔씩 얻어마시고 다시 걸었다. 앞에 뛰는 주자들이 간간히 잡힌다. 이제 걷는데 자신도 생기고 신이났다. 이제 남은 90여킬로는 걸어서도 완주 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저 멀리 태기산이 보인다. 산 곳곳에 풍차가 돌아간다. 산밑에 도착하여 밥이라도 먹고 올라가려고 식당을 기웃거리다가 조금만 더가서 조금만 더가서를 반복하며 오르다 보니 앞에 부산 복근이 형님이 가신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다. 셋이서 두런 두런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7CP인 태기산 고개 정상에 올랐다. 반가운님도 있다. 고향이 신기동인 전 금수산마라톤클럽 회장 양희수님이 자원봉사를 나오셔서 우리 둘을 반겨주신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국밥 한 그릇과 양희수님이 우리 둘에게만 특별히 챙겨주시는 알굵은 사과 2개씩과 아이스크림 더위사냥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그래서 어디를 가던지 고향사람을 마나면 좋은거다. 아직 인희 아우님은 보이지 않는다. 둘이서 더위사냥을 한입 베어물고 출발하려고 하니 양희수님이 파이팅을 외쳐준다. 화답을 하고 다시 빠른걸음으로 다음 8CP인 속사삼거리를 향해 태기산을 내려오던중 8부능선쯤 내려가는데 외국인이 모터사이클 커브길 질주 사진을 찍느라 오르락 내리락 쌩난리다. 그들을 뒤로 하고 태기산을 내려와 태기삼거리를 접어들 무렵부터 왼쪽 발바닥에 문제가 생겼다. 조금씩 따끔 거린다. 메밀꽃필무렵으로 유명한 봉평입구 승강장에 걸터앉아 양말을 벗었다. 그때 덕성분교앞 주로에서 자봉하시던 분들이 지나가면서 우리 둘을 보고 축지법을 쓰냐고 묻는다. 평길과 오르막은 빠른걸음으로 걷고 내리막은 뛰니 앞서 달리는 보통주자들보다 훨씬 빨라서 하는 소리같다. 왼쪽 발바닥앞굼치에 물집이 잡혔다. 옵핀으로 찔러 짜냈다. 신발이 문제였다. 4CP(152Km)에서 이번에 울트라용으로 새로산 파브신발로 갈아 신은게 화근이다. 발 앞굼치 양쪽을 잡아주는 기능이 없어 발이 신발안에서 놀아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거다. 8CP인 속사삼거리까지 가야만 신발을 다시 갈아 신을 수 있다. 절뚝거리며 걸어보지만 8CP까지 시간내에 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안선다. 잠시 아픔을 잊어보려고 용평 치안센터앞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 하나를 사먹어 보지만 발바닥은 점점 더 아파온다. 절뚝거리며 걷고있는 나를 앞세우고 뒤따라오는 영한 아우님한테 정말 미안스럽다. 나 때문에 컷오프 당할지 모른다고 먼저 가라해도 기어코 같이 가잔다. 다시 이를 악물고 절뚝 펄뚝 뛰어보지만 남은 거리가 좀체로 좁혀지지 않는다. 이코스는 예전에 안흥찐빵 사먹으러 오느라 몇 번 다녀본 길이라 약간의 기억이 떠오른다. 왼발을 절뚝거리다 보니 이젠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 8CP에 도착(저녁 8시36분)하니 안도의 한숨이라기 보다는 남은 거리를 절뚝거리며 가야할일이 까마득하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밥한그릇을 먹고 가방을 찾아 양말과 신발을 아식스신발로 다시 갈아신고 탈의실에 잠시 누웠다. 인희 아우님이 탈의실로 들어왔다. 아마 내가 절뚝거리며 지체한 시간에 바로뒤에 따라온것 같다. 이젠 대관령이라는 큰재를 넘어야 하기에 더 지체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우리셋은 배낭을 챙겨 메고 다른 주자들 뒤에 따라붙었다. 진부 고개를 넘어 진부읍내로 내려가는데 언젠가 한번 와봤던길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희 아우님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둘이 머리를 짜내보지만 언제 와봤는지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데자뷰현상이다. 낙동강200Km울트라때도 구포에 들어서니 그런 현상이 나타났었는데 아마도 체력이 다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보다. 진부읍내에 들어가니 옛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마라톤을 시작하기전 주말이면 전국 100대명산을 등산한적이 있다. 월정사, 오대산을 갈 때 이곳을 들러서 간곳이다.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 하나씩을 사서마시고 싸릿재로 향했다. 월정삼거리 못미쳐 도로옆공간 주차된 차뒤에 잠을 청하기위해 잠시 누워보지만 1분도 안된것 같은데 영한 아우님이 깨운다. 터덜 터덜 뒤를따라 싸릿재로 오른다. 높지는 않은데 왜 이리 긴지 정말로 지친다. 싸릿재를 오르는 중간에도 몇 번씩 주로에 털썩 털썩 주저앉았다. 길고 긴 싸릿재 정상을 넘어 내려가니 9CP다.
매점에 들어가 컵라면 하나씩을 먹고 대관령으로 향했다. 이제 대관령옛길만 넘으면 강릉이다. 남은 거리는 30여킬로, 마라톤 풀코스거리가 안된다. 밤이라 그런지 대관령 오르는 옛길이 그리 높다는 생각도 안들고 주변 경치가 어떤지도 모른다. 대관령 기상대를 지나 옆 공원입구 한쪽귀퉁이를찾아 잠을 청해보지만 추워서 눈은 감기는데 잠은 안온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아닌 진물이 흐른다. 다시 일어나 대관령 정상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두사람 뒤를 따른다. 새벽이 다가오는것 같다. 정상에 가서 좀 쉬었다 가리라고 마음먹고 영한 아우님과 인희 아우님을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정상을 향했다. 정상에 다다르니 앞서가던 젊은 주자가 힐끔 힐끔 돌아보며 나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걷는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따라 붙어본다. 내리막길 시작이다. 이 주자가 나를 돌아보며 따라와 보란듯이 살살 뛴다. 오기가 생긴다. 뒷사람들을 잊은채 따라잡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한굽이 돌면 또 한굽이 잡힐듯 말듯 몇굽이를 달려 내려가니 부산 도희형님 일행이 내려가면서 무릎다치니 너무 내리쏘지 말란다. 대답은 꿀떡같이 하고 그냥 내리쏜다. 아흔 아홉구비를 다 내려갈즘 오른쪽 버스승강장에 한 주자가 걸터앉아 물한모금만 달란다. 마시던 물병 하나를 내주고 다시 뛰어보지만 앞에서 달리던 젊은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강릉국도유지사무소를 끼고 돌아나가니 넓은 강릉 들판이다. 이제 남은 거리는 10여킬로, 저 앞 농로길 입구에 자봉요원들이 보인다. 10CP이다. 내앞을 달리던 주자가 물을 먹고 서있다. 컴프 회원인것 같다. 나도 물 한컵을 얻어 마시고 그 젊은 주자를 뒤로 하고 경포대를 향해 달린다. 시간을 보니 이대로 달리면 50시간 후반대에 골인 할 수 있을것 같다. 홍제IC 입구까지 왔는데 바닥 표시가 없다. 지도는 오는 도중에 영한 아우님한데 주고 없다. 길 옆 공사장 인부한테 쫓아가서 물어보니 타지방에서 와서 지리를 모른단다. 이리 저리 쫓아 다니다가 강릉 시내까지 들어왔다. 도로 표지판을 아무리 살펴봐도 경포대 표지판이 없다. 주유소에 들어가서 묻고 물어 겨우 경포호 표지판을 찾아 앞만 보고 내달려 경포호 공원까지 왔으나 골인지점이 보이지않아 운동 나오신분들께 물어 물어 경포대해수욕장 피니쉬라인을 찾았다. 무박 3일의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도착시간 오전9시 44분(제한시간 64시간 : 60시간 20분 골인)
멀리 점촌에서 바쁜 와중에 완주축하 하러 달려온 정희형님과 수용이아우를 보는 순간 눈에서는 눈물이 알집으로 압축된 진물이 흐른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나도 과연 저렇게 와 줄 수 있을까? 본의 아니게 영한 아우님과 인희아우님을 대관령정상에 떼어놓고 혼자 오게되어 너무 미안하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우리 영한, 인희 두 아우님이 없었다면 혼자서 완주 하기는 힘들었을것 같다. 다시한번 두 아우님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달리는 내내 멀리서 응원보내주신 문마클 회원님들께도 감사함을 보낸다.
2014년 9월 28일 한반도횡단울트라마라톤대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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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행 마치고 카페에 산행 사진 올릴려고 왔다 완주기 올라온 것 확인만 했습니다.
시간 있을때 음미 하며 천천히 읽어보고,
특별한 체험이니 문경신문에 기고를 했으면 하는 생각....
소감은 읽은 후 다시 올리겠음.
감동적이 드라마네 ...
어쩜 이 많은 기록을 후기로 남길 수 있을까?
인간의 한계를 넘어 악전고투 속에 완주를 무사히 마친 그대들은 진정 문마클 전설의 영웅일세.
에구무시라~~읽기도 힘드는데 우짜 소설 같은 장문을...
올해는 무리한 도전은 삼가하고 Fun Run 하세나.
우리나이 벌써 지천명 중간을 통과하고 있잔오 ~~
한반도횡단울트라마라톤 완주를 거듭 축하하네.
울트라 가면 늙은이가 득실득실하고 우리는 아주 젊은측에 속하는데....
올해는 청남대100k 함 도전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형님!다시한번진심으로축하드립니다.형님과같이완주할수있어서...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언젠가 또 한번 더 해보고 싶고 종단도 하고싶은데 시간이....
형님은 내친김에 종단2개 끝내 버리세요. 열정이여 영원하라~~~
맘은 올 한해 다 해보고싶지만 시간이.... 사는게 뭔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