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2일 TMB 2일차
긴 걸음을 했던 첫날이었지만, 몸 상태가 나쁘진 않았다. 전날 잘 먹고 푹 쉬어서 그런지 다시 몸은 활기가 넘쳤고, 이른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캠핑장 뒷문 쪽으로 나와서 어제 건넜던 작은 시냇물 다리를 건너지 않고 다리 앞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서 올라간다. 넓은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공사장과 다른 캠핑카들이 서있는 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별다른 풍경도 없고 그저 산책길 같은 곳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작고 아담한 성당이 나온다. 노틀담 성당이다. 얼마전 화재가 난 그 성당은 아니고 이름만 같은 성당인데 한적한 곳에 멋스럽게 서 있어서 눈길을 잡아당긴다.
성당을 지나서 왼쪽으로 다리를 지나가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듯이 길이 좁아지고 경사가 기울기 시작한다. 오늘의 정점은 본옴므 고개까지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개에 올라가서야 알았다. 고개를 지나서 더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성당을 지나서 1시간이 체 되지 않아서 낭보랑(Refuge de Nant Borrant) 산장에 도착을 하였지만 시간이 이른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간다.
낭보랑 산장을 지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어디로 가야할 지 가늠이 생긴다. 또 얼마나 먼지 눈으로 확인하게 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힘을 내어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도저히 닿을 것 같지 않았던 거리도 한 걸음씩 올라가다 보면 조금씩 그 거리가 좁혀지고 아득하게 멀게만 보이던 발므산장(Refuge de la Balme)에 다다르게 된다. 이 산장 바로 전에 화장실과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산장을 이용하지 않아서 그곳 사정은 잘 모르겠고, 화장실과 물이 필요하면 산장 전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 일행은 발므 산장을 이용하지 않고 사잔을 조금 지나서 쏟아 있는 작은 둑턱에서 커피를 끓이고 가져온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였다. 태양을 피할 수 없는 그런 공간이지만 아직은 오전이었기에 나름 견딜만 하였다.
간단하게 간식을 먹은 후에 진행방향으로 보면 고압선 첨답이 하나 보인다. 길은 그곳으로 연결이 되었고 첨탑 바로 전에는 멋진 포토 포인트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순서가 되면 이렇게 멋진 사진 한장을 건질 수 있었다.
첨탑을 지나서 조금 올라가면 작은 냇가를 만가게 된다. 아마도 본옴므 고개에 올라가기 전에 좀 쉬어가라는 배려인 것 같이 여겨지는 이 냇가에서 땀으로 젖은 얼굴도 씻고 발도 좀 담그면서 잠시 힘겨움을 달래보았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할 지 간음하기도 어려웠지만 이런 공간이 있으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냇가의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이정표를 따라서 길을 잡으면 본격적으로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로 향하게 된다. 넓은 풀밭에는 각양각색의 들꽃들이 화려하게 펴 있고 꽃에 넋을 놓고 바라보면서 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는 이 순간이 즐거웠다. 비록 몸은 고되더라도...
아득하게나마 이젠 본옴므 고개가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씨에 고개와의 거리를 더 아득하게만 여겨졌다.
본옴므 고래를 올라가다 보면 이 작은 눈길을 걷게 된다. 유투브나 다른 사진들에서 보았던 그 풍경이다. 한여름인데 눈이 녹지 않았다면 작은 만년설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정오의 뜨거운 태양을 받으면서 힘겹게 본옴므 고개에 올랐다. 강렬한 태양을 피할 곳은 작은 대피소가 만들어주는 작은 그림자 뿐이데 그 공간이 너무 작어서 이미 먼저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서 우리 팀은 준비해온 판초우의를 이용하여서 잠시 쉴 공간을 만들었다. 그냥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즐기는 외국인들과 다른게 우리는 이 태양이 너무도 따가왔고 뜨거웠다.
고개에서 점심도 먹고 잠시 쉰 뒤에 고개 올라오는 방향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서 다시 길을 나섰다. 고개가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는 것은 이때 알았다. 급한 경사는 아니지만 완만한 경사로 본옴므 산장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 올라가야 했다.
본옴므 산장(Refuge de Bonhomme)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커다란 케른이 있다. 이곳부터 오늘의 야영지인 레 샤피우 캠핑장(Les Chapieux)까지는 하염없는 내리막 길이다.
케른 아래쪽에 있는 본옴므 산장에서 하염없이 내리막을 내려가기 전에 잠시 쉬면서 맥주도 한 잔 하고 망중한에 빠져도 보았다. 넓게 펼쳐져 보이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없었지만 현실을 그곳을 두 발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긴 내리막을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다가 들쳐업고 올라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내리만이 점점 그 끝을 보여주나 싶은데도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현실이 다리의 피곤함을 배가 시킨다. 산행을 하다 보면 오르막 보다 내리막에서 더 피곤함을 느낌다. 심장과 호흡은 급하지 않지만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느낌은 기분이 별로 좋질 않다.
결국 뭐든지 끝은 있었다. 얼마나 가야 하는지 간음도 하기 어렵던 내리막이 끝나고 캠핑장에 도착을 하였다. 캠핑장을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무료로 이용하면 되고 캠핑장 앞에 있는 화장실에서 식수와 볼일을 해결하면 되었다. 샤워는 캠핑장 옆에 있는 냇가에 가서 씻던지, 호텔에 가서 1인당 5유로를 내고 씻으면 되는데 우리는 얼음물 같은 냇가에서 씻는 것을 선택하였다. 이 캠핑장에는 작은 식료품점이 있다고 해서 전날 따로 오늘 사용할 식료품을 구입하지 않았는데, 정말 이 작은 식료품은 아주 작은 식료품점이었다. 우리 일행이 오늘 하루는 가장 큰 고객이 되었다. 식료품점에서 우리들이 섭취할 수있는 것은 거의 싹쓸이를 하지 않았나 싶다.
고개 하나를 넘어오는 일정이었지만 그 고개를 올라서는 것과 다시 내려서는 것이 녹녹하지 않았던 하루였다. 하지만 함깨한 이들이 있었고 이젠 편히 쉴 잠자리도 마련이 되었기에 짠 햄과 쏘시지와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내일을 준비해 본다.
TMB 2nd day.gpx
첫댓글 숙식 해결 하며 도보로 탐방 하네요 경치 좋네요
해결은 했지만 좀 궁상 맞기도 했지요.
산장에서 더러 사먹기도 하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