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총리에 한덕수·김한길 등 거론...巨野 ‘살얼음판 검증’은 부담
민주당 친명계 박홍근 체제 출항에 인사청문회 문턱 높아져
尹, 총리 인선 국민통합·경제전문성에 방점...한덕수 등 물망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통합’과 ‘협치’의 첫 시험대는 정권교체 후 초대 국무총리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72석 거대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강한 야당’을 강조한 박홍근 원내대표가 선출돼 총리 인준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은 당장 내각 구상의 핵심인 총리 인준안부터 통과시켜야 국정운영의 단초를 풀 수 있다. 이에 민주당과의 원만한 정치 공조와 외연 확장을 위해 구여권 또는 호남 출신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당선인의 총리상(象)은 경제·외교 전문성과 국민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한덕수 전 총리와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초대 총리 ‘0순위’로 거론됐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일찌감치 총리설과 선을 그으며 복당을 택했다. 총리 내정자 발표를 앞둔 윤 당선인의 최종 선택에 정가의 시선이 쏠려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5년 만에 극적으로 정권 수복에 성공했지만,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당면 과제는 오는 5월 여소야대 국회에서 민주당과의 정치 공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홍근 원내체제가 출범하면서, 여야의 정치 함수는 더욱 복잡해졌다.
민주당 ‘朴 원내체제’ 출범에 먹구름 깔린 총리 인선
지난 3월 24일 민주당은 친이재명계 박홍근 원내대표를 원내사령탑으로 발탁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강한 야당’을 강조한 만큼, 강성 리더십을 발휘하며 여당 견제에 전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에도 향후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여당과 새 정부의 기세를 꺾겠다는 대여 강경 기조가 녹아있다. 그는 지난 3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견제와 협력은 야당의 책임과 의무다. 견제는 강력하고 확실하게 하면서도 국민을 위한 협력의 교집합을 넓혀가겠다”며 “무능과 독선, 불통, 부정부패 등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은 국민 편에서 따끔하게 지적하되 잘한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하고 필요한 일은 협조하겠다”고 했다. 협력보단 견제에 무게를 실은 말로 읽힌다.
아울러 지난 3월 25일 윤 당선인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박 원내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며 식사 회동을 제안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선(先) 소통을 요구하며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총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치권은 전운이 드리운 모양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총리 내정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검증 수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라 살림을 책임질 내각 수장을 검증하는 데 소홀할 수 있나”라며 “현재 수면 위로 거론되는 총리 후보들을 중심으로 다수 의원실이 프로필 사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초대 국무총리 인선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총리 인준은 국회 재석의 과반 동의가 필수다.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윤 당선인의 총리 구상이 좌초될 수 있는 셈이다. 정통 보수 인사를 총리 내정자로 낼 경우 야당의 살얼음판 검증대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거대 야당이 수긍할만한 국민통합형 총리 카드를 내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본지 취재에서 “통합정치, 민생정치라는 시대정신에 맞는 총리 인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라며 “총리 후보 내정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윤 당선인이 평소 경제 전문성과 국민통합, 외연 확장을 강조한 만큼 이념이나 진영 논리와 무관한 합리적 인준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 172석 국회권력을 무기로 총리 내정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인사 검증 공세에 나설 경우, 민심 후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엄중한 경고도 곁들였다.
거야(巨野)와 합 맞출 초대 총리 후보군은
지난 3월 30일 0순위 초대 총리 카드로 꼽혔던 안철수 인수위원장(국민의당 대표)이 공식 석상에서 총리 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총리 인선 라인업은 혼전 양상에 접어들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인수위 기자회견을 통해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며 총리 직을 맡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과 합당 후 통합정당에 뿌리를 내리며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이 ‘경제 총리’와 ‘국민통합형 총리’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총리 후보 리스트는 민주당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인물들로 압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이달 초 고강도 검증을 거쳐 최종 총리 내정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총리와 더불어 장관급, 대통령실 수석급, 공공기관장 인선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판을 짜 맞추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초기 정부가 안착하기 위해선 청와대, 내각, 공공기관이 유기적인 구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각 수장급 인선에 윤 당선인의 고심이 깊다”고 이르면 4월 첫째 주에는 총리 내정자가 확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구(舊)여권 출신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원장, 박주선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도 하마평에 올라와 있지만, 이들 모두 보수정당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과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주선 위원장은 검찰개혁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꼽힌다.
김한길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출신으로 범진보 진영에서 좌장을 맡은 정계 원로다. 지난 대선에선 윤 당선인의 조언자이자 정치 양극화를 극복할 국민통합 기수로 활약하며 일선 정치에 다시 발을 들였고, 현재 인수위 요직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정지작업을 돕는 중이다. 다만 말기 폐암 병력이 있는 만큼 건강상의 문제로 총리 직을 맡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병준 위원장은 광주·호남에서 4선을 지낸 국회부의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선 대통령 정책실장을 맡아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구체화한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원조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된다. 특히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충청권 수도 이전’ 플랜을 설계한 것도 김 위원장이다. 당시 수도 이전 계획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무산됐으나,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의 토대가 됐다. 그는 김한길 위원장과 더불어 통합형 정치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게 정가의 주된 평가다.
또 일각에선 민주당과 우호적인 정진석 국회부의장,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도 총리 후보로 지목된다. 김부겸 현 국무총리 재임설도 제기됐으나, 윤 당선인은 지난 3월 24일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사이인데, 그런 걸 갖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제가 총리 후보에 대해 아직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카드 소멸에 한덕수 총리설 급부상
특히 경제 관료 출신 인사가 눈에 띈다. 최근 언론의 조명이 집중되고 있는 인물은 한덕수(73) 전 국무총리다. 안철수 총리 카드가 소멸되면서 한덕수 총리 지명설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한 전 총리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미 대사 등을 두루 거친 경제·외교 분야 전문가다. 이밖에도 상공부 중소기업국장, 대통령비서실 통상산업비서관,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국무조정실장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그는 경제 분야 정통 엘리트로 전문성으로는 이견이 없다.
또 한 전 총리가 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민주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는 점은 향후 여소야대 국회에서 원만한 내정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초기 정부 내각 인준을 벼르고 있는 민주당도 한 전 총리를 무작정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앞서 2007년에 총리 후보로서 인사청문회 검증을 무난히 넘긴 것도 차기 총리로 그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반면 과거 청문회에서 제기된 재산형성 의혹과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은 여전히 리스크로 꼽힌다. 국가 살림을 도맡기엔 73세의 나이와 건강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위에서 검토가 안 끝났을 것”이라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해 “건강에 문제는 없다”고 총리 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윤 당선인은) 능력 중심으로 인선을 실시하겠다는 원칙이 강하다”며 “그럼에도 여소야대 국면 극복과 지역 안배라는 부분에서 당내 인사보다 한 전 총리와 같이 호남 출신에 민주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맡았던 인사가 확실히 초대 총리로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후보 스펙트럼이 넓은 와중에도 한 전 총리가 원픽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 전 총리와 더불어 경제분야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총리 후보로 지명된다. 특히 최 전 장관은 한·미협회장을 맡으며 외교 분야로도 보폭을 넓힌 인물이라 윤 당선인의 구상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들이 총리보단 경제부총리 후보군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 학계 인사로 분류되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서승환 연세대 총장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등도 물망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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