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중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있다.” 이 구절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입으로는 온갖 그럴싸한 말, 번듯한 이론을 내세우지만, 그러나 전혀 행동이 따르지 않는 것을 말하겠죠. 요즘 알게 된 것인데, 가만히 저를 들여다보니, 제가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 신자 유형이 바로 ‘말만 앞세우고 몸으로 행동하지 않는 신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천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던지... 습관적으로 입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말을 앞세우고 뒤에 가서는 발뺌을 하는, 책임감 없고 뻥이 센 사람들을 제가 과민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소에도 저는 정치가와 사목자는 어떤 면에서 참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중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그것도 되도록 사람들이 듣기 좋아할 만한 얘기를 많이 해야 하는 정치 지도자나 저희 사목자 신부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이지요. 그런데 일단 공약을 걸어놓고, ‘말처럼 되면 좋은 거고, 아님 말고’ 하는 것들... 또 말로는 예수님을 팔아가면서까지 온갖 좋은 말을 늘어 놓지만 실생활에서는 언행일치가 전혀 되지 않는 성직자들...
언행일치 얘기를 하니까 적절한 예는 아니겠지만, 제가 매일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도 올라가서 길고양이 먹이를 챙기는 이유는, 제가 특별히 동물들을 끔찍이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책임감 때문이죠. 애초부터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시작을 해놨으니 하는 데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은 것입니다. 화분과 같은 식물이나 수족관 물고기 같은 것을 일부러 외면하는 이유도, 끝까지 그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책임감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음식을 먹기 전 손을 씻어야 한다는 유다인의 전통(조상들의 전통)에 대한 문제도 비슷한 얘기입니다. 그 ‘조상들의 전통’은 사람이 만든 계율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사람들은 하느님의 계명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손을 씻었네 안 씻었네, 무성한 말들이 오가는 이런 것들은 단지 인습을 따르는 일이지 하느님을 섬기는 일은 못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본래 정신은 잊어먹고 대신 숱한 이론이 ‘전통’이란 이름으로 그 자리를 메운 꼴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핑계와 말이 많아지고, 그럴수록 하느님 뜻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랜 전통이나 좋은 이론도 우리가 깨어있지 않으면, 즉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핑계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교회의 여러 전통들도, 실천은 안 하면서 슬쩍 빠져나가기 위한 핑계가 되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