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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큰아빠께
〈서문〉
큰아빠, 지나갈 것 같지 않던 시간들이 너무도 빠르게 저를 스쳐지나갑니다. 지금은 어느덧 7월의 막바지입니다. 사람들이 열대야와 올림픽으로 인해 밤 잠 못 이루는 지금, 저는 저만의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앞으로 일주일동안 저는 큰아빠께서 몸담으셨던 물 좋고 공기 좋은 산과 함께 하려 합니다.
〈첫번째 편지〉
큰아빠, 오늘은 드디어 백두대간 생태탐방에 참가하는 날입니다. 1년을 기다려 왔던 날이라 두렵기보다는 설레는 기분만이 제 온 몸을 가득 채웁니다. 9시가 되어 집합장소인 종합운동장에 내리자 들뜬 표정의 친구들이 여럿 보입니다. 저의 권유로 함께 백두대간 생태탐방에 참여하게 된 매일을 함께하던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이제 펼쳐질 긴 여정동안 때로는 저를 원망할 수도, 어쩌면 제게 고마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마 PC방이나 동네에서 보내던 시간들보다 값진 시간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앞에 계신 선생님께서 발대식 인사말씀을 시작하십니다. 이제 보니 친구들뿐만 아니라 이 곳 저 곳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입니다. 작년, 또는 제 작년에 만났던 형, 누나들입니다. 어서 인사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아 봅니다. 짧은 발대식이 끝나고 단체 사진 촬영 뒤 버스에 탑승합니다. 신난 마음에 버스 밖에 서 계신 부모님께 손을 흔드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또다시 시작입니다.
첫 번째 코스는 환선굴입니다. 뜨거운 열기를 헤치고 잠시 산을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절로 탄성을 내뱉게 됩니다. 시원하다 못해 추운 환선굴을 관람하고는 밥을 먹습니다. 친구들과 밥을 먹으니 즐겁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환선굴에서 나와 또다시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산행을 계속합니다. 작년에는 비 때문에 취소되었던 코스입니다. 첫째 날은 아무래도 쉬운 산행을 하니 마음 편히 등산을 시작합니다. ‘내 앞의 사람이 많이 보일수록 더 힘들다’ 지난 2년간 얻은 나름의 노하우이자 공식입니다.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이 급할수록 제 앞에 늘어선 긴 행렬이 고스란히 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인가 봅니다. 하늘을 뚫을 듯한 가파른 오르막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제 눈엔 수많은 빨간 배낭들이 보입니다. 차라리 비가 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제 몸은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있네요. 이번 해는 조원이 아닌 조장으로서 조원들과 대학생 형을 만납니다. 3년차, 이제 도움을 받기보다 주어야 할 때라는 다짐으로 생태탐방에 참여했습니다. 다른 조의 조장들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좋은 조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큰아빠께서도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학교에 나와 있는 공을 찾아서 남자 아이들을 모아 축구 게임을 했습니다. 평소에는 일상적인 축구 게임이지만 생태탐방 첫날에 함께 축구를 함으로서 우리 조원들과 다른 조의 친구들과도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름 의미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축구를 하고서는 땀을 식히러 계곡에 갔습니다. 처음에는 계곡에 어떻게 들어가냐며 투정을 부렸던 친구들도 이제는 계곡이 좋아졌는지 서슴없이 계곡에 들어가 몸을 식힙니다. 시원한 계곡물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모두 씻겨나가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두번째 편지〉
큰아빠, 둘째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텐트의 어색함 때문인지 밤과 새벽의 온도차이 때문인지 잠을 많이 설쳤습니다. 6시에 기상이라 5시 50분쯤에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밖에서의 웅성거림 때문에 5시 30분 정도에 잠이 깨어 천천히 산행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조원들도 모두 일어나고 밥을 합니다. 어제 코펠밥을 처음 해본 조원들이지만 저희 조는 다른 조와 달리 밥이 맛있게 잘 되었습니다. 다른 조의 밥이 죽이 되었다는 투정소리가 저희 조까지 들리네요.
오늘의 코스는 귀네미골에서 건의령까지의 13.2km 구간입니다. 앞으로 산행 중 가장 긴 구간이기도 해서 긴장도 됩니다. 귀네미골에 도착을 하니 1박2일이 다녀갔다는 표지판이 먼저 눈에 띕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신발끈을 동여매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같은 길인데도 어제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던 귀네미골을 다시 올라가는 기분이 묘합니다. 입장에 따라 상황이 달라보인다는 말이 맞는 말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조금 올라가서는 백두대간 산줄기에 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휴식도 취할 수 있어 매우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한없이 걸어도 안내판의 km수는 줄지 않고 그렇다고 시간이 빨리 가지도 않습니다. 사실 지금 제가 어디를 걷고 있는 지도 잘 모릅니다. 친구와 하던 이야기도 점점 거친 숨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게 되더니 점점 말소리도 줄어듭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11시쯤에는 조별로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산에서 먹는 라면은 다른 어느 곳에서 먹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맛있습니다. 호텔의 일류 주방장이 끓여도 낼 수 없는 맛이 산 속 코펠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점심식사가 끝난 뒤에는 조금 힘이 났는지 친구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며 걸었습니다. 정확하게 따지고 보자면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재연이 맞는 말 같습니다. 우스꽝스럽게 영화의 한 장면을 따라하는 친구를 보며 걸으니 시간도 점점 빨리 갑니다.
산행이 끝나고 버스에 앉는 느낌은 너무도 행복합니다. 울퉁불퉁한 돌 위에만 앉다가 앉는 버스의 편안한 의자 시트는 앉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만큼 편안한 느낌입니다. 다시 어제의 야영장으로 돌아와서는 어제와 같이 밥을 하고 축구도 한 번 더 했습니다. 이제 조원들과도 꽤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세번째 편지〉
큰아빠, 3일째입니다. 어제와는 달리 푹 잤는데도 온 몸의 뻐근한 느낌 때문에 쉽게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힘든 몸을 일으켜 배낭을 정리하고는 텐트를 걷었습니다. 오늘 밤부터는 새로운 야영지에서 묵게 됩니다. 작년에는 가지 않은 곳이라 기대도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야영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10km를 걸어야 합니다. 숨을 헉헉대며 산을 오를 저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숨을 헉헉대며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첫 번째 날보다는 오르막이 완만하다는 것뿐인데, 그것 때문에 친구들도 상대적으로 어제나 오늘보다 첫째 날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났으니까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첫째 날에 가파른 길을 걸은 것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중식을 먹고 오늘도 친구들과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오르니 어느덧 오늘의 산행도 끝이 났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니 걱정과는 달리 작년보다 힘이 덜 든 것 같기도 하고 서로 위안이 되어 좋습니다.
야영장에 도착해 보니 우리 일행과는 다른 분들도 몇몇 계셨습니다. 문제는 씻을 수 있는 큰 계곡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설거지를 하는 작은 계곡 위에서 씻으라고 하는데, 샴푸나 비누를 샤용해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또 그 앞에는 저희 일행과는 다른 할아버지 한 분께서 앉아서 부채질을 하고 계시고요. 물도 너무 차가워서 선생님들께서도 씻지 못할 거라 하십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이나 차가움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몸을 씻고 나니 비로소 산행이 끝난 듯 싶고 집에서 오랜 시간동안 깨끗이 씻은 것보다 상쾌합니다. 이래서 제가 생태탐방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산행이 끝나 씻고 밥을 할 때입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그냥 밥도 아닙니다. 무려 삼겹살을 먹는 날입니다. 설거지가 힘들기는 하지만 가장 호화로운 식단의 날입니다. 그래서 기쁘게 밥을 하고 있는데 같이 온 친구들이 걸어오더니 설거지 몰아주기를 하자고 합니다. 물론, 저는 이겼습니다. 한번에요. 오늘은 정말 뭔가 되는 날인가 봅니다. 맛있는 삼겹살을 먹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자유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취침시간입니다. 큰아빠도 안녕히 주무세요.
〈네번째 편지〉
큰아빠, 어느덧 4일째입니다. 여정 중 가장 높은 날인 함백산을 오르는 날입니다. 벌써 4일이 지나갔다니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아쉬움을 달래려 힘찬 마음으로 텐트를 걷고 밥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산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즐겁게 걷는 모습을 보며 큰아빠도 흐뭇하게 웃어주세요. 그럼 저도 행복하게 걸으렵니다. 작년에는 4일째 되는 날 비가 너무도 많이 와서 함백산에 올라갔다 나머지 일정을 취소하고 중도하차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디 올해는 그렇지 않게 해 주세요.
아빠도 아시다시피 저는 멋있는 경치를 봐도 아~ 할 뿐 크게 놀라워하거나 감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땀을 흘리며 함백산에 오르다 선생님들의 뒤를 돌아보라는 소리에 전 잠시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희가 지난 4일동안 걸어온 산 능선들을 보며 잠시 서 있으니 그저 푸른색의 산들뿐인데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작년 태백산 천제단에서의 안개가 자욱한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머리가 멍해지는 듯합니다. 그저 산에게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함백산을 내려와서는 산행이 끝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대학생 형들도 선생님들도 1. 49km만 남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6km가 남았다는 말이 들립니다. 설마 설마하며 1. 39km를 걸었더니 5km가 아직 남았다고 합니다. 애초에 거의 다 왔다는 말을 안 들었으면 크게 힘들지 않게 걸었을 텐데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가 다시 걸으려 하니 피로가 몇 배로 쌓여 몰려오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시끌벅적하게 걸었던 친구들도 짜증을 내며 말없이 걷기만 합니다. 이쯤 되면 내가 걷는 게 아니라 발이 걸어간다고 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여러 이유에서 오늘이 가장 힘들게 느껴진 산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새로운 야영지는 작년에도 왔었던 태백미래학교입니다. 산행의 피로도 잠시 이제 씻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다시 신이 났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아이스크림도 나누어주셔 다시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네며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작년과는 달리 운동장에 텐트를 치라고 하십니다. 시간은 4시경, 너무 더울 때라 저희 조 조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조 친구들도 매우 짜증이 나 보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샤워장도 계곡도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구멍이 보입니다. 남자화장실에서 약식으로나마 씻을 수 있다는 선생님의 전달사항이 친구들을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 시원한 물로 씻고 다시 텐트로 내려오니 점점 운동장의 열기도 식어가고 마음 속 열기도 식어갑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설거지 몰아주기 가위바위보를 이겼습니다. 밤에는 내일 있을 레크레이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장기자랑이 내일인데 춤을 출 거라는 장르와 노래제목만 정한 상태라 조금 걱정도 됩니다.
〈5번째 편지〉
큰아빠, 5일째입니다. 내일이면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침부터 저를 옭아맵니다. 집에 가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만난 정든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절 힘들게 합니다. 오늘 산행은 태백산을 오르는 것입니다. 지난 4일간의 산행에 비해 쉬운 산행이라고 합니다. 그럼 오늘도 출발하겠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듯이 태백산의 초반 오르막은 거칩니다. 태백산을 오르면서도 밤에 있을 레크레이션 장기자랑의 안무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사당이 있는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숲 해설가 선생님의 숲 해설을 듣고 다시 산을 오릅니다. 점점 땅은 멀어져가고 하늘이 가까워집니다. 닿을 듯 말 듯 잡히지 않는 하늘은 기어코 제 손 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느덧 태백산 정상입니다. 앙상한 나무들이 보이고 우리의 최종목적지인 천제단이 보입니다. 제 앞에 보이는 천제단이 5박 6일동안의 여정에 마침표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 어느 때보다 앞으로 나아가기가 싫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 천제단을 마침표로 보지 않으렵니다. 내년에 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게 된다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해 주는 쉼표로, 더 나아가 앞으로 제 지나온 삶을 바라볼 때 잠시 작은 웃음을 지으며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쉼표로 삼겠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친구들은 내일이면 다시 문명의 세계에 입문한다며 좋아라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와 같이 아쉬운 부분이 있는지 저에게 내년을 기약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저를 마지막 야영장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버스를 볼 때의 기뻐했던 감정과 달리 버스 계단을 오르는 한 발 한 발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그리고 버스는 두어 시간을 쉼없이 달려 백두대간 생태탐방의 마지막 야영지 보광체험학습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을 하자마자 각 조에서는 장기자랑 이야기로 소란스럽습니다. 저희 조도 그렇고 다른 조도 연습을 할 시간도, 한 시간도 없었는데 원활한 장기자랑이 될 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큰아빠께서 즐겁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밥을 먹고 조금의 남은 시간이나마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 박수소리와 함께 레크레이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도 봤던 강사선생님이 유쾌한 말투로 레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몸풀기로 온 몸을 흔들며 박수 치기를 한 후 장기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3조의 여수밤바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생각보다 노래를 안정적으로 잘 해서 놀랐습니다. 다음은 1조의 텔미와 일렉트릭 쇼크였는데 텔미는 6명이 함께 1절을 춤추고 일렉트릭 쇼크는 한 명이 끝까지 춤을 추었는데 혼자 춘 일렉트릭 쇼크가 메인일 정도로 잘 추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2조의 써니였는데 역시 앞 조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레크레이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네 번째는 5조의 사랑의 배터리. 사랑의 배터리에서 좋아요, 주세요에 악을 쓰면서 코러스를 넣어 주었습니다. 다음은 4조 땡벌. 노래 특성탓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흥겨워져 분위기를 클라이막스로 끌고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6조. 애초 계획했던 2분 10초까지 연습을 하지 못했고 안무도 제가 평소 좋아하던 빅뱅의 영상에서 본 것을 드문드문 따라 춘 거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드래곤의 한쪽으로 늘어뜨리는 긴 머리카락을 모자와 수건으로 패러디하는 무리수를 두었는데, 조원들의 만류와 달리 반응이 괜찮아서 긴장을 좀 풀 수 있었습니다. 음악이 시작되고, 어떻게 추었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춤을 추었는데 분위기를 다운시키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보고계시죠 큰아빠?
장기자랑이 끝난 후에는 캠프파이어를 하며 여러 게임을 했고, 곧이어 발표된 장기자랑 순위에서는 저희 조가 2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1위는 2조의 써니, 3위는 1조의 텔미였고 mvp는 일렉트릭 쇼크 친구가 받아갔습니다. mvp의 앵콜공연에서 일렉트릭 쇼크 친구는 또 다른 춤을 추었는데 한 선생님이 저를 무대 위로 던지셔서 같이 춤을 추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 한 명도 어떤 사연으로 올라오게 됬는지 올라와서 함께 일렉트릭 쇼크 친구의 무대에 한껏 누만 끼치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평소 까불까불하던 장기를 잘 살려 갖가지 상품을 타 와서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산행 때에도 줄곧 재밌는 이야기를 도맡아 하며 피로를 덜어주었던 친구라 뿌듯하기만 합니다.
레크레이션이 끝나고는 치킨을 먹었습니다. 오늘만큼은 취침시간이 10시가 아니라는 대학생 형의 말씀에 저와 친구들은 매트를 깔아놓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맞기, 담력체험, 쪽팔려 게임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하고 지난 5일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취침시간인 12시 30분에 거의 근접해 있었습니다. 그 때 저희 조 대학생 형이 여자 학생들과 합석을 하라고 재촉하더니 대학생 형, 누나들이 다 몰려와서 합석을 해야 더 놀 수 있게 해 주신다고 해서 합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어색한 분위기와는 달리 두 팀으로 나누고 나서 저희 팀의 분위기는 재밌게 무르익었습니다. 시간은 청개구리인가 봅니다. 빠르게 지나갔으면 할 때는 느리게 가다가 좀 천천히 지나갔으면 할 때는 너무도 빠릅니다. 벌써 시간은 2시가 되었고 대학생 형께서는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라고 하십니다. 이제는 정말 끝입니다.
〈6번째 편지〉
큰아빠, 오늘은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5일동안 화창했던 날씨는 저희의 이별을 함께 슬퍼하는 듯 부슬부슬 빗줄기를 흘립니다. 오늘은 첫째날에 이어 두 번째로 잠을 설쳤습니다. 7시가 기상시간인데도 지난 5일동안 일어났던 5시 30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저와 같은 친구들이 또 있었나 봅니다. 일찍 일어나 텐트 밖에서 만난 친구들과 아쉬움 섞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비가 와서 마지막 산책도 취소되었습니다. 밥을 짓고 마지막 설거지 몰아주기를 이겼습니다. 저는 운이 참 좋은가 봅니다. 짐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다가 친구와 한 대학생 형의 눈에 띄어서 음식물 쓰레기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고무장갑을 꼈지만 그 촉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제 음식물 쓰레기를 대충 버린 제가 생각나 안타깝습니다. 저는 운이 참 안 좋은가 봅니다. 그 후로도 계속 짐을 나르고 텐트를 정리하다 보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이제 정든 버스와도 안녕입니다.
버스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출발했던 그 장소, 종합운동장으로 말입니다. 제 생활도 이제 산에서 도시로,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큰아빠께 드리는 편지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해단식에서는 사진과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3년동안 함께 백두대간 생태탐방에 참여했던 한 누나는 산림청장상도 받았습니다.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는 걸 보니 헤어지는가 봅니다. 한 명 한 명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또다시 헤어지려니 앞으로 겪을 허전함이 벌써부터 밀려와 가슴을 적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나니 일주일만에 보는 엄마가 저를 차에 태우십니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나게 될까요?
〈7번째 편지〉
큰아빠, 5시간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6일동안 저희를 챙겨주셨던 대학생 형 2명과 친구들, 한 동생과 다른 조 조장형 이렇게 10명이서 목욕탕을 가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한 차례 씻긴 했지만 목욕탕에 가서 씻으니 재미도 있고 진짜 묵은 때가 씻겨나가는 듯합니다. 목욕탕에서 나와서는 대학생 형이 저녁을 사 주셨습니다. 메뉴는 맛있는 닭갈비! 매일 산에서 밥을 하다가 완벽히 조리된 밥이 나오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합니다. 다들 익어가는 닭갈비를 보며 코펠 불 끌까요, 불 줄여봐 하는 농담을 하며 맛있게 밥을 먹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다른 친구들과 종종 만났으면 합니다.
〈후문〉
큰아빠, 저도 이제 이 편지를 끝마치려 합니다. 지난 6일 동안 저의 거취를 보며 어떠셨나요? 3년차인 저의 모습이 큰아빠의 마음에 흡족하셨나요? 저는 산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큰아빠가 생각납니다. 산림청에서 근무하셨던 것뿐만이 아니라 나무와 풀, 흙 하나하나에 큰아빠가 담겨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백두대간 생태탐방을 생각하다보면 첫해에 큰아빠께서 가져다주셨던 따뜻한 옥수수는 잊혀지질 않습니다. 매년 생태탐방에 참가하는 큰 이유 중 하나도 큰아빠에 있습니다. 올해는 다리가 부러졌다 붙은 지 얼마 안 되서 걱정이 많았었는데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큰아빠께서 지켜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속 방 한 켠에 모두모두 간직하겠습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언젠가 읽었던 황진이의 상사몽처럼 꿈에서라도 만났으면 합니다. 그립습니다.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그럼 이만 편지 끝맺겠습니다.
사랑하는 조카, 호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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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To
먼저, 글의 형식 특성상 특정 이름을 거론할 수 없었습니다.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김경래 선생님 : 올해 어쩌다가 조장이 되었는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아쉬운 거 맞아요.
김선녀 선생님 : 친구들이랑 계속 떠들었는데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하고 내년에 자르시면 안되요.
권달성 선생님 : 저 리틀 상용입니다. 찰떡파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남균이 형 : 형! 저 형 욕 안 썼어요. 잘했죠ㅋㅋ 서울가면 맛있는 거 사주신다는 게 사실인가요?
우주 형 : 형은 자연인입니다. 내년에... 아 형 힘내세요 다음에 꼭 뵈요!!
수환이 형 : 닭갈비 맛있었어요. 형은 영원한 5조 조장이십니다. 저희 정기모임을 갖도록 하죠.
정수 형 : 다른 형들과 달리 올해 처음 만났지만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알프스 같이 가요.
민경 누나 : 네. 누나가 제일 이뻐요. 꼭꼭 기억하겠습니다.
우진이 형 : 형 올해 비주얼이 도사세요. 포항 가서도 열심히 등산하세요.
민철 : 그래. 네가 나 좋아하는 건 알지만 과도한 스킨쉽은 자제하자. 농담이고 노암동 가도 놀아줄게.
시영 : 발에 물집도 잡혔는데 고생했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난 여자가 좋아
덕기 : 안 간다더니 또 왔네? 투블럭해야지 우린 지조있는 산악인이니까 실하다아주그냥~
대혁 : 재밌었지? 아아아아아아 아니야? 우린 아직 초당동이니까 월드마트 롤롤
상훈 : 같은 조였는데 친구로서 재미있는 조장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월드마트 롤롤
준호 : 넌 뺀질이였어! 그래도 형이 너 미워하는 거 아니야 겨울에 스키타러 가자
남기 : 우리조의 가장 듬직한 조원 남기야! 부족했지만 잘 따라줘서 고마웠고 네 밥이 제일 맛있다!
정준 : 정준아 말 좀 하자. 비록 말은 없었지만 투정 안부려줘서 고맙고 수고했다
동현 : 다른 조였는데도 깍듯하게 잘 대해줘서 기특했다! 고맙고 그래도 람보르기니는 나중에 사도록 해~
동언 : 동언아 우리 같은 학교잖아 형이 너 찾아갈게 너무 덕기만 좋아하면 안된다!
핸드폰 : 010-2083-4985
카톡아이디 : HJ4985
짧은 인연이였지만 모두모두 연락하며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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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야 우리 영화보러 가자 알투비
콜 오늘 도둑들 봤어
야야야야야야야야 이거 왜 채팅이 안되냐 글구 나 정회원아님?
너랑 나 다 준회원임 대학생 이상만 정회원이래
산악 멤버로 한번갈까?
콜 같이 갈사람 답글 ㄱㄱ!
1빠 민쩌리 ~!!
2빠 상후니ㅎㅎ
3빠나
다 남자라서 캔슬
동현이 람보르기니는 나중에 사래ㅋㅋ
ㅋㅋㅋㅋ왜 유머러스하잖아
야 근데 홍익인간이 누구냐
아마 작년 닉네임 기억나는 걸로 봐서 김세현? 그누나였던거 같은데
혹시 준용이형??
오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으시지?
몰라서묻니ㅋㅋㅋㅋㅋㅋㅋㅋ
머야 토크에 맥을 못잡겟네 ㅋㅋ
상훈이 되고싶나
야야야 호지나
왜
보고싶어 ... (수줍어하는 목소리로...)
대혁이는 정회원이냐?
오키
특수회원임
수고했어 호진아!!!
5박6일동안 힘들구 그래두 싫은 표정없이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단다...
소감문 감명있게 보구 간다.... 잘해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두 백두대간 생태탐방은 끝나구 일을 하는데두 32명의 얼굴들이 눈에 선해서 일이 잘 안된다ㅎㅎ
하튼 고생했구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기를 바랄게~~~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사진 찍으시느라 힘드셨죠 ㅎ
올해는 사진이 많아서 볼거리가 많네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ㅎ
대혁이도 같이 준회원 된 것 같은데...
미안~~~
준호는 아빠 아이디 도용 하는 것 같은데 강퇴 시킬까?ㅋ
ㅋㅋㅋㅋㅋㅋ 강퇴시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