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많은 작품들이 오랜세월을 두고 문학의 효시가 되는건 구성과 더불어
극중 인물의 성격묘사가 뛰어나다는 데 있다.
그런만큼 오델로가 오페라의 영웅 베르디와 만난다는 데 기대치가 높았다
오페라는 문학과 음악의 복합영역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오페라는 음악이다.
그런데...
기대한 멋진 아리아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음악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흔히 작가들이 인물 대비를 할때 악인이라 해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어쩔수 없이 그렇게 밖에 될수 없는
상황설정을 하고 악인을 묘사한다.
본태적 악인을 계속 보여주면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자신의 인성에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악인이라 해도 인간성을 끝까지 파괴하지 않는 매력있는 사람으로 그리는 게 작가의 역량이다.
그런면에서 오델로의 스토리를 알고 보는 내겐 인내와 감내가 필요했다.
악한 이아고의 품성을 견디지 못한것이다.
또한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것 외에 감동으로 다가오는 음악이 없었다.
그래서 오델로는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오페라는 아니다.
나의 여린 감성이 세월과 함께 부딪치고 고단해서일까?
나이가 드니 부정적이고 어두운것 보단 밝고 따뜻하고 즐겁고 긍정적인 카타르시스가 되는 그런 선한
것들만 곁에 두고 싶어진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다양한 인물 성격을 구현하고 인간성이 결여된 인물로 이아고를 택했다.
이아고는 고도의 지성과 냉철한 이성을 가진 인간이다.
지성과 이성은 사람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사람이 가져야 할 가치엔 이렇게 양극성이 존재한다.
세익스피어는 이아고를 통해 지성과 이성이 비틀리면 악으로 바뀔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델로를 무어인으로 표현한 것도 작가적 계산이 들어있다.
야성과 단순함. 내면 깊은 열등감. 착하지만 무사의 피를 가진 무어인으로 오델로와 딱 맞다.
사람은 자신에게 결핍된 개인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질투와 시기심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아고의 좌절된 야망과 비틀린 인성이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면서 끝내 이아고의 영혼도 정화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보이토는 본태적 악인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본 오래된 기억하나.
인간의 성선설 성악설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인데 어떤 유명한 심리학자가 내놓은 데이터보다
오랜 세월 삶의 현장에서 체득한 중국집 배달원의 증언이 더 마음에 남았다.
10명중 2명은 어떤 트집을 잡아서라도 시비를 걸어 음식값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나쁜사람들이 20%라는데 스텝도 나도 놀랐다.
그래서일까?
모든 종교의 공통분모는 善이다
착하게 살아야 하고 선함이 인간사회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선이란 무엇인가?
선이란 곧 사랑의 시발점이 아닐까?
그러니까 착하게 사랑하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첫댓글 음...잘 읽었습니다.
저는 사람은 사랑을 듬뿍 담아 그 안에 차고 넘치면 부드러워진다고 믿는 사람인데......이아고도 태생적 악인이 아니라 사랑결핍으로 인한 강함의 표현이 악이란 형태를 띤 것은 아닐까요?^^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읽기엔 제가 아직 역부족인지라....생략 ^^... 잘 읽었습니다.
세익스피어 원작에서는 데스데모나는 살려주자고 암시하는등 이아고가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복잡한 인물로 묘사되나 보이토는 원작에는 없는 '이아고의 신조'등을 넣어 태생적 악인으로 만든것 같습니다. 1막 서두부터 "넘실대는 파도언덕이 그의 무덤이 되게하라"고 저주를 하는등 악의 화신으로 나타나 2막 부터는 계속 보기에 엄청난 심적 부담을 안겨줍니다.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예린 님은 오페라 모임에 다니신지 오래라 많이 익숙하시네요.이번 달..스폰 까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린님 만나서 반기웠습니다. 글도 잘 읽었고요^^
문학과 오페라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에서는 애메모한한 인물이 있어야 재미있지만 오페라는 선과 악이 뚜렷하고 인물묘사가 뚜렷해야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기때문이겠죠 그런 맥락에서 보이토는 아주 휼륭한 음악을 아는 대본가라고 평을 받죠. 보이토도 휼륭한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죠. 휼륭한 후기 감사드리고 rhino님의 리플도 작품을 되새기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페라 대본을 정독해 보곤 셰익스피어가 앗아간 이태리 이야기의 originality를 되찿기 위해 보이토가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생각이 되더군요. 특히 "아틀라스의 딸들도 이미 바다 밑으로 내려갔소"라는 대목에선 셰익스피어의 거친 대사보다 word play의 묘미를 한껏 느끼며 에로틱한 상상력이 자극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