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인물 시메온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의롭고 독실한 사람으로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그에게 그가 이 세상에서 두 눈을 감기 전에 이스라엘을 구원할 그리스도 메시아를 그의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것임을 약속해주셨습니다. 이에 시메온은 성령의 그 약속의 말씀을 굳게 믿고 매일을 성전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를 뵙게 될 그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기다림 끝에 그는 약속된 그 메시아를 직접 보게 되고 그 기쁨에 환희의 찬가를 하느님께 바쳐드립니다. 오늘 복음을 전하는 루카 복음사가는 시메온이 그 순간 느낀 기쁨의 순간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28-32)
그런데 오늘 복음의 이 내용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시메온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의 모습에 관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시메온이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그 분이 메시아임을 확신하며 하느님께 감사의 찬미를 드리는 인물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황금으로 치장한 휘장을 두른 채, 개선하는 장군과 같은 모습의 늠름한 장군의 모습이 아닌, 포대기에 싸여 엄마의 품에서 보호 받아야 하는 약한 아이의 모습이었다는 점입니다. 평생을 바쳐 기다려온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가 부모의 보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의 모습으로, 배고픔에 엄마의 젖을 찾으려 칭얼대는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자신의 두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바로 그 순간 시메온은 자신이 기다려온 메시아가 바로 그 아이임을 알아차렸다는 사실. 그렇다면 시메온은 이 아이의 모습 가운데 과연 무엇을 보았기에 그 보잘것없는 약한 한 아이가 이스라엘을 구원할 구세주라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입장을 바꾸어, 여러분이 만일 시메온이었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눈에 비친 아기의 모습을 보고 그가 과연 우리 모두를 구원할 메시아임을 확신할 수 있으셨겠습니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오늘 제 1 독서의 요한 1서의 말씀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요한 사도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며 이를 통해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사람이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요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는 그분을 안다.”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1요한 2,3-6)
곧 요한은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이는 어둠 속에 있지 않고, 빛 가운데에 있어 어둠을 알지 못하며, 빛이 비추는 환함과 열림의 공간 안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사람임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오늘 미사의 본기도에서 바쳐진 기도문 안에서도 보이듯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은 당신의 빛이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어 그 분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우리를 밝혀 주시어 우리를 당신의 곁으로 인도해 주신다는 사실에서 다시금 확인됩니다.
동 트는 새벽, 붉은 태양이 대지를 박차고 하늘 위로 솟아오르면 밤새 어두움이 지배하던 이 세상은 태양의 밝은 빛으로 환히 밝아집니다. 이제 그 빛으로 어두움은 사라지고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그 분명함을 우리는 빛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이 빛이신 주님은 이 세상으로 오시어 당신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어주십니다. 오늘 복음의 인물 시메온은 바로 주님으로부터 이 빛을 보았습니다. 빛이신 그 분에게서 빛을 볼 수 있는 눈. 시메온은 바로 그 눈을 성령으로부터 은총의 선물로 받았으며, 자신이 받은 그 선물을 선행의 삶으로 고이 지켜내어 그 빛이 자신 앞에 온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주님이신 예수님은 계시의 빛이며 우리 모두의 영광으로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 메시아이십니다. 빛으로 오신 그 분은 당신의 환한 빛으로 우리를 비추어 우리의 마음 속 모든 어두움을 몰아내 주십니다. 죄의 어두움에 길들여져 빛으로 나가기를 꺼려하는 우리들 마음에 주님의 빛이 비추이면, 그 빛은 우리의 삶을 환하게 변화시켜 줍니다. 어둠이 아닌 빛으로 나아가는 삶, 우리가 믿음으로 고백하는 이 사실은 오늘 독서의 요한 사도가 말하는바 그대로 단순한 입을 통한 고백이 아닌 우리 삶의 실천이라는 행동을 반드시 요청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곧 빛이신 주님을 닮아 우리의 삶 안에서 실천으로 어둠을 밝히는 빛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1요한 2,5.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