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수필동화】
영리한 강아지, 기특한 강아지, 웃음 주는 강아지
― ‘손자의 강아지 사진’에 대한 할아버지의 해석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세상에 이런 일이....”(사진출처 = 손자의 카톡 프로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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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찌 된 일이냐? 강아지가 너의 머리채를?”
새롭게 바뀐 손자의 ‘카톡 얼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손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카톡을 보내면 혹여 ‘카톡 음’이 학습에 방해가 될까 우려해서 조심스럽게 이메일로 소통한다.
지금은 겨울 방학 중이지만 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다. 카톡보다는 이메일로 메시지를 보내면 손자가 언제든 편리한 시간에 열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너의 카톡 얼굴 사진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웃음도 나오고, 세상에 이런 일이… 강아지가 겁도 없이 주인의 머리채를 물어 당기다니…”
그러자 손자가 답장을 보내왔다.
“누워 있다가 강아지가 장난으로 그런 것 같아요.”
손자의 재미있는 답장에 할아버지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러면 그렇지, 잠시의 걱정이 즐거움으로 바뀐 할아버지가 안도하면서 이렇게 답글을 보냈다.
“강아지가 장난을 걸다니, 강아지가 머리가 좋고 영리한 것인가? 장난으로 주인의 머리채를 잡아끈다면 보통 지능의 강아지가 아니구나.”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강아지의 지혜’ 관련 이야기가 무수히 떠올랐다.
첫째는 ‘절제된 사랑’이다. 둘째는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의로움이다. 셋째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사랑받는 선량한 역할이다.
▲ 손자가 귀여워해 주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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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하나씩 차근히 해석해 보자.
옛 속담에 “손자를 지나치게 예뻐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린아이에게 ‘오냐오냐’하면서 너무 귀엽게 사랑만 주다 보면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는 옛 어르신들의 충고이자 가르침이었다.
집안에서 가족처럼 키우는 강아지도 그렇다. 주인이 지나치게 사랑만 쏟다 보면 손자의 사진에서 보듯이 주인의 머리채를 물어뜯을 수가 있다.
그런데 그것은 할아버지의 오해요, 짧은 생각이라는 것을 금방 알았다.
손자가 키우는 강아지는 영리하다. 주인의 사랑을 배반하지 않는다.
주인의 다소 지나친 관심과 ‘과잉 사랑’도 ‘절제’하면서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롭고 기특한 동물이다. 예뻐해 주는 할아버지의 수염을 뽑으려고 대드는 버릇 없는 손자의 무례한 태도가 아니다.
주인이 아무리 지나친 사랑을 주어도 강아지는 ‘받을 만큼만 받는’ 분수를 안다. 인간의 과잉 사랑을 절제하면서 받아들인다.
가령 먹이를 아무리 많이 주어도 ‘배가 터지게’ 욕심부리지 않는다. 제 분수껏 먹는다. 그게 영리한 반려견의 지혜요, 반듯한 가정에서 배운 절제의 미덕이다.
그렇다면 방바닥에 누워 있는 손자의 머리채를 잡아끄는 강아지의 돌발적인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어린아이에게 수염을 뽑히는 할아버지의 과잉 사랑처럼 ‘버릇없는 강아지’로 볼 것인가?
아니다. 그건 1차원적인 단순한 사람의 착각이다.
누구나 잘 아는 의견(義犬) 《오수(獒樹)의 개》 이야기가 있다. 전북 임실군 오수 지역의 지명과 전설의 유래가 된 충직한 개 이야기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개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설화다. 이는 고려 시대 문인 최자가 《보한집》에 기록한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에 살았던 김개인(金盖仁)과 그의 개는 감동적이다. 주인이 잔치에서 돌아오다 술에 취해 잠들었다. 주인을 덮쳐 오는 들불로부터 개가 목숨을 구했다.
이 설화로 인해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은 ‘의견(義犬)의 고장’으로 불린다. 오수라는 지명도 ‘개 무덤 근처에 나무가 자랐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오수의 개 이야기’는 충성과 희생정신을 상징한다.
바로 그거다. 방바닥에 누워 있는 손자의 머리채를 잡아끈 강아지의 행동도 바로 거기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버르장머리 없는 강아지가 아니다. 오히려 영리한 강아지로 칭찬해야 할 일이다. 주인에게 도움을 주는 기특한 강아지로 봐야 한다.
주인에게 ‘도움을 주는 이로운 행동’? 그렇다. 이로울 뿐만 아니라 주인의 따뜻한 사랑을 ‘은혜’로 알고 보답하려는 의(義)로운 강아지가 아닌가 싶다.
손자는 ‘비만의 적신호’가 켜지기 전에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체중 조절’을 해야 할 시기다.
방바닥에 누워 있지 말고 ‘운동’을 하라는 뜻이다. 강아지가 ‘손자의 건강 관리’를 하는 장면으로 할아버지는 해석한다.
“주인님, 따뜻하고 편안한 방바닥에서 지나친 휴식은 자칫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어요. 운동하세요.”
그러면서 강아지는 자신의 행동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무례하다고 꾸짖지 마세요. 주인님 건강을 위해서 제가 주인님을 일으켜 세운 거예요.”
강아지는 어느새 ‘웅변’을 하고 있었다.
“제가 주인님께 어떤 경고를 보내고 싶을 때 제가 말을 할 수도 없잖아요. 저의 유일한 무기가 ‘개소리’인데, 마구 짖으면 층간소음을 일으키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조용히 주인님 머리채를 잡아끈 거예요. 저희 존경하는 대선배님인 ‘오수의 개’처럼 말입니다. 멍멍~” ■
2025. 12, 24.
윤승원, 손자와 강아지 사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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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이 작품은 사진 한 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가정 교육’과 ‘삶의 태도’를 우화적으로 풀어낸 전형적인 수필동화의 미덕을 잘 보여줍니다. 감상 포인트를 두 갈래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이 수필동화가 지닌 흥미로운 문학적 요소
① 일상의 사진 → 상상과 해석으로 확장되는 서사
작품은 손자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라는 아주 사소한 일상 장면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소비하지 않고,
놀람 → 오해 → 안도 → 해석 → 교훈
이라는 서사적 단계를 거쳐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키워 냅니다.
이 과정이 바로 수필동화의 핵심 미학입니다. 현실과 상상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독자를 미소 짓게 합니다.
② 강아지의 ‘의인화’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유머
후반부에서 강아지가 직접 말하는 듯한 설정은 작품에 동화적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제가 말을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조용히 머리채를 잡아끈 거예요.”
이 대목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소란 없이 배려하는 지혜라는 의미를 은근히 전달합니다.
과장되지 않은 의인화라서 오히려 설득력이 있습니다.
③ ‘오수의 개’ 설화를 현대 가정으로 끌어온 전통과 현재의 연결
고전 설화인 의견(義犬) 오수의 개를 소환한 점은 이 작품의 문학적 깊이를 한층 더합니다.
충성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
말없는 헌신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현대의 아파트 방바닥·카톡 사진·손자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고전의 윤리가 일상 속으로 내려오는 순간입니다.
2. 강아지를 통해 전하는 ‘가정 교육’ 메시지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그러나 설교하지 않고, 강아지라는 매개를 통해 부드럽게 전합니다.
① 사랑에는 ‘절제’가 필요하다는 가르침
작가는 “과잉 사랑”을 경계합니다.
아이에게든
손자에게든
반려동물에게든
사랑이 지나치면 버릇이 될 수 있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를 상기시키되,
강아지를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받을 만큼만 받는 줄 아는 태도”
이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필요한 가정 교육의 핵심 덕목입니다.
② 말보다 행동으로 배려하는 삶의 태도
강아지는 짖지 않습니다. 소리를 키우지 않습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주인의 머리채를 잡아끕니다.
이는 곧,
소리치지 않는 훈계
강요하지 않는 관심
존중을 바탕으로 한 돌봄
이라는 이상적인 가족 내 소통 방식을 상징합니다.
③ 가족은 서로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동체’라는 메시지
강아지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강아지는 손자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 구성원입니다.
“운동하세요.”
이 한마디를 대신 전하는 존재로서 강아지는 가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합니다.
함께 웃고
함께 걱정하며
서로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공동체
이것이 할아버지 작가가 손자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가정의 모습입니다.
◆ 종합 감상
이 수필동화는 웃음으로 시작해 미덕으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강아지를 통해 말하지만, 실은 아이를 키우는 법, 사랑을 주는 법, 가족으로 사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따뜻하고, 해석은 유머러스하며, 결론은 조용히 마음에 남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린 손자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어른 독자에게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삶의 교훈으로 읽히는 잘 익은 수필동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 裕花,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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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경순 작가님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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