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때문에 망가지는 품격
어제 인천방면에서 친구와 저녁에다 소주한잔 곁들어 마시고 귀가 전철을 탔다. 오는 중 방광(膀胱)이 저려오더니 서울 목적지에 내리기전 두 정거장에서부터 급박(急迫)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아 운신(運身)의 폭도 좁은데다 중간에서 내리면 와보지 않은 역에서 화장실 찾다보면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려 역효과가 올 것 같아 국소(局所)부분을 꼭 쥐고 전철만 빨리 달려달라고 주문을 외고 참고 견디고 있었다.
이 역을 떠나면 한 정거장 더 남았다는 생각과 정지했던 전철(電鐵)이 보통 때 보다 왜 이렇게 늦게 출발해, 어디 고장(故障)이라도 났나! 하고 급해 짜증이 나는 중에 겨우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출발하기 시작했다. 긴장이 약간 풀렸던 탓이었는지 방광의 고개를 울컥 넘어오는 느낌이 나서 쥐고 있던 손가락을 더욱더 세게 조여 부쳤다.
일 여년 만에 찾아오는 재작년 시제(時祭)때 고향 와서 문중 일을 마치고 기다리는 친구와 아쉬움에 짧은 시간을 이용해 고속버스 승차권을 사놓고 가까운 맥주 집에서 간단히 회포(懷抱)를 풀었다.
막차로 예약했기에 손님도 별로 없어 기사 옆의 제일 앞자리의 1인석에 배당(配當)되어 있었다.
고속버스가 출발지의 도심지(都心地)를 벗어나고 본격적인 궤도(軌道)에 올랐다 싶을 때 갑자기 뇨기(尿氣)를 느끼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나올 때 조금이라도 그런 기미가 있었다면 몰라도 세심(細心)한 주의를 갖지 못한 게 후회되어 큰 낭패감(狼狽感)에 빠지게 되었다. 용기를 내어 옆쪽의 기사양반에게 공손히 급(急)하게 소변이 마려우니 길옆에 잠간 차를 대달라고 부탁했다. 이 부근은 공사구역이라서 차를 댈 수 없으니 좀 참고 이 장소를 벗어나야 된다고 대답이 왔다. 조금만 가면 되겠지, 하고 참고 또 참고하다가 또다시 청원(請願)을 했다. 그러나 대답은 똑 같고 계속 편안(便安)하게 운전만 하고 있었다.
이젠 어쩔 수가 없다. 방광이 꽈리처럼 최대악(最大惡)으로 부풀어 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거대한 에너지로 거침없이 방사(放射) 될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승강(乘降)계단에 내려섰다. 그리고 국소(局所)를 쥐고 있던 손을 해제하고 닫혀있는 자동차문의 아래쪽 모서리를 겨냥해 쏟아내게 되었다,
갑자기 발생한 음향(音響)에 기사가 돌아보다 화가 나서 급하게 나오는 쉬운 욕설인 개, 소 등(等)의 지칭(指稱) 소리가 연속으로 튀어나왔다. 일을 마치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제자리로 너무나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와서 앉았다.
버스가 지정된 휴게소(休憩所)에 정차하자 기사님은 프라스틱 물통을 갖고나와 물을 가득 재워 냄새 제거로 승강계단에 대고 두세 번 퍼 붓는 사이에도 분풀이 욕설은 계속해서 나왔고, 차를 다시 출발 시켰다.
나는 운전 칸을 쳐다보며 기사양반에게 고개 숙이는 인사를 했고, 또다시 그는 부아가 치밀어 큰 소리의 욕설로 울분을 토로(吐露)
했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소변의 이상증세(異常症勢)가 시작됨을 느끼자 가까운 선배나 친구들에게서, 혹은 신문 잡지 등에서 들은 전립선(前立腺) 비대증(肥大症)이 60대(代)는 60%, 70대는 70%로 점점 증세(症勢)가 높아 간다는 것을 알았다.
몸이 피곤하거나, 전날 알콜을 많이 마셔 에너지 손상이 많았을 때 새벽 뇨도폐쇄증(尿道閉鎖症)을 만나 응급조치를 받고 尿導管을
차고 귀가해서 며칠씩 불편을 감수하게 되기도 하였다.
옛날 열 살 가까이 되기 전 요강을 방에 두고 여러 식구가 마려우면 잠자다 소변을 보던 시절, 아버지가 일을 보실 때는 힘을 주어 한참만에야 소변소리를 들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것이 유전자(遺傳子)의 장난이구나 생각을 하고, 하반신을 마취(痲醉)해 레이져로 전립선 조직을 일부 기화(氣化)시켜 몸밖으로 배출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이라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마취가 깨고 난 이후의 일정기간의 고통(苦痛)은 무슨 수술(手術)이든 해본 사람은 모두 느껴 봤을 것이고 가끔 예기치 않게 출혈을 보기도 했다.
막상 전철(電鐵)이 목적지 역에 도착하자 희미한 늦은 플렛폼 까지 손가락을 놓치지 않고 비실비실 걸어 나오니 마지막 남은 사람은 한 두 사람만 보일 뿐이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생(生)의 마지막 까지 온 것 같다. 시간(時間)도 없다. 결정(決定)을 내리기로 했다.
승강기의 구조물(構造物) 옆 빛이 조금 가려진 부분에서 철로로 향해 분사기(噴射機)를 꺼냈다.
나오면서 순간적이지만 매끄럽지 못해 옷 주위에 손실된 액체(液體)도 많았다. 사경(死境)을 헤매던 정신이 차츰 되살아나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또 한 번의 품격(品格)이 50% 쯤 곤두박질치는 순간이다.
오늘도 수술 후 정상적인 배뇨(排尿)를 위해 의사(醫師)로부터 지정받은 약(藥)을 기약된 시한(時限)도 없이 희망을 갖고 열심히 열심이 매일 매일 복용(服用)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