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냐 '원펀치'냐, 우승상금 1억원은 누구에게 12월 1일 제1국을 시작으로 결승5번기 통해 판가름
'돌부처' 이창호와 '원펀치' 원성진이 우승 상금 1억원이 걸린 명인전에서 충돌한다. 둘은 지난해 이 기전에서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두고 좌절을 맛본 아픔을 갖고 있다. 당시 1위 이세돌 9단에 이어 강동윤과 함께 공동2위를 기록한 상황에서 3자 동률재대국 끝에 고배를 든 것. 원성진은 이창호에게 이겼으나 부전으로 올라간 강동윤에게 패해 결승 무대에 서지 못했다.
올해는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본선리그 B조에서 각각 1ㆍ2위를 기록해 결선토너먼트에 진출한 뒤 A조 1ㆍ2위인 김승재와 홍성지를 물리쳤다. A조의 강력한 결선 후보였던 강동윤ㆍ김지석을 피하게 된 것도 행운으로 보인다.
이창호가 명인전 타이틀전에 나선 것은 2003년 이후 6년 만의 일. 이창호는 그동안 명인전에서 두 차례나 6년 연속 우승(22~27기ㆍ29~34기)을 해 조훈현 9단과 함께 대회 최다우승(12회) 기록을 갖고 있다. 22~34기까지 단 한 차례만 빼고 전부 우승하는 괴력을 보였지만 명인전 최다연승은 조훈현의 7연승(15기~21기)이다. 이창호의 연승 기록을 28기에서 저지시킨 것은 다름아닌 스승 조훈현.
다시 도전자가 되어 결국 스승으로부터 왕관을 빼앗은 이창호는 2003년 34기까지 6연속 우승으로 최다우승과 최다연승 기록을 눈앞에 두었으나 명인전은 바둑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잠시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강원랜드의 후원을 받아 2007년 35기부터 국내 최대상금으로 거듭 태어난 명인전에 전기 우승자 이창호는 본선시드의 혜택만 있었다. 종전의 도전기제를 리그1ㆍ2위가 결승5번기로 벌이는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 이창호는 이 본선리그에서 5승 4패를 거둬 이세돌ㆍ조한승에게 결승 진출권을 넘겨주었고 기록행진도 끝나고 말았다.
원성진은 명인전 타이틀전 진출이 처음이다. 85년생 박영훈ㆍ최철한과 더불어 '송아지 삼총사'로 두각을 나타냈던 원성진은 친구들에 비해 이름을 떨치지 못했다. 실력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묵직한 뭔가가 부족했다. 세계대회 우승과 같은 폭발력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2007년 종합기전인 박카스배 천원전을 우승해 추격의 발판을 삼았고 그 이듬해엔 한중천원전에서 중국의 강자 구리 9단을 2-0으로 셧아웃시키자 '원펀치'의 힘은 이제부터인 듯 보였다. 게다가 올해 소띠 해를 맞아 '황소'로 변한 이들이 한국바둑계의 중심 역할을 하리라 믿었다.
▲ 왕십리역 광장에서 바둑축제한마당으로 열린 이창호-원성진의 본선리그 대국 모습.
그러나 최철한만이 응씨배를 우승하면서 승승장구했다. 11월에는 끝없이 이어오던 랭킹 1위 이세돌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원성진은 지난해 말 GS칼텍스배에서 박영훈에게 도전했다가 3-0으로 완패한 것이 충격이었는지 또다시 성적 저조로 이어졌다. 올 초 4위였던 랭킹은 현재 11위로 떨어졌다.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박영훈도 랭킹 4위로 제 위치를 고수한 데 비해선 추락이다.
이런 원성진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세계대회는 아니지만 국내 최대상금이 걸린 명인전의 우승은 그 못지않은 성과다. 더없는 기회이다. 다만 상대가 이창호이기에 부담스럽지만 절대로 넘지 못할 벽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10번을 겨뤄 4승 6패. 전체적으로는 다소 밀리나 최근 상대전적은 오히려 좋다.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하는 명인전은 우승 상금 1억원의 매머드 기전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초읽기 1분 3회), 5전 3선승제로 진행되는 명인전 결승전은 본선리그 때와는 달리 매일 정오에 시작해 점심시간 없이 논스톱으로 진행된다. 이어지는 제2~5국은 3일·8일·10일·12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