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책꾸러미 꽃샘추위 속 시린 바람은 봄을 불러올 거야! 송지현 부천지회
누구나 사춘기를 거친다. 작고 귀엽기만 했던 아이에게도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인 불안감이 찾아온다.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성장통임을 알고 있지만, 사춘기는 어쩐지 반가운 손님이 아닌 건 확실하다. 부모는 아이의 독립적인 모습이 낯설고 서운하다. 연예인이 우상이 되기도 하고 나를 공감해 주는 친구에게 위로를 받기도 한다. 감정이 극과 극을 오가며 공부에 대한 압박과 존재감이 꿈틀거리는 시기. 그 몸살감기 같은 시기를 학교라는 장소에서 제대로 겪는 주인공들이 있다. 교실에서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아이. 왕따가 되어 피해자가 된 아이. 방관자이길 거부하고 용기를 낸 아이. 교실은 왕따 사건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가 존재한다. 내가 어떤 역할을 선택할지 엄청난 두려움과 마주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도덕적 딜레마가 세 권의 책을 통해 자기들에게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쿠로노 신이치 지음|장은선 옮김|뜨인돌|2012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많은 것이 다르다. 교복, 높아진 철봉, 과목별로 바뀌는 선생님들. 그리고 반 아이들의 개성들이 돋보이기 시작한다. 개성별로 무리가 지어지고 무리 사이에도 무게감이 감지된다. ‘중2병’은 질병 아닌 질병으로 불릴 만큼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시기이다. 변덕이 심해지고 허세가 생기며 유치함을 남발한다. 돋보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나이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혼자일 땐 가능하지가 않다. 무리 안에 있어야 나에게 힘이 되고 시너지 효과도 있다. 사춘기 시절의 민감함에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 ‘스미레’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중학교 2학년의 스미레는 교실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다. 반에는 다양한 개성으로 뭉친 무리들이 있다. 혼자 있게 될까 봐 무리를 지어 다니는 아이들에게 접근해 보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다. 필사적인 노력 끝에 반에서 인기가 많은 ‘아오이 무리’에 끼게 되고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염색을 하고 교복 치마가 짧아지니 자신의 존재감이 살아나는 기분에 친구들과 급이 맞아가는 것 같다.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아오이 무리와 더 놀고 싶다. 그런데 아오이 무리는 학교 밖에서 어른처럼 행동하며, 도둑질마저 재미로 하는 아이들이었다. 스미레는 불편한 감정이 점점 커짐과 동시에 건강한 신념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결국 스미레는 아오이 무리의 잘못된 행동을 폭로하고 교실 속 왕따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책상이 사라진 교실. 아이들의 비웃음.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무관심한 선생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스미레는 학교를 등 돌리고 집으로 숨는다. 어느 날 유일하게 자기편이었던 친구 ‘준’이 마지막 편지를 전달하며 이사 간다는 소식에 스미레는 인사를 하기 위해 드디어 집에서 나온다. 꽃샘추위를 견디고 맞이한 봄의 햇살은 더욱 따스하고 반갑다. 엄청난 좌절을 마주하며 견디는 시간을 배운 스미레는 스스로 일어섰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자신에게 칭찬을 보내는 스미레의 이야기를 옮겨 본다. “노력은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중2 때의 나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노력해도 잘 안 될 때는 지나치게 고민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간식이나 따뜻한 차라도 들면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편이 낫다. 폭풍우는 금방 지나갈 테니까. 절대로 리스트 컷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 (185쪽)
《용기 없는 일주일》 정은숙 지음|창비|2015 중학생 아이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교실 속 이야기가 절반 이상이다. 선생님마다 다른 수업 모습, 학교 행사, 시험 준비 그리고 반에서 이상한 아이. ‘이상하다’는 범주에는 존재감이 강렬한 아이와 반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아이도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왜 그런 걸까? 이번에 소개할 책 ‘용기 없는 일주일’의 주인공 박용기는 교실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다. 평화 중학교 2학년 4반 ‘박용기’가 점심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 학교 앞 편의점에서 빵을 사오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사건은 학급 안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로 일명 ‘빵 셔틀’ 사건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박용기가 입원한 일주일 동안 가해자 세 명이 자수하지 않으면 집단 괴롭힘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갑자기 분주해진다. 박용기의 사고가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입시와 진로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가해자로 두 명은 명확한 듯한데 불투명한 나머지 한 명은 누구일까? ‘빵 셔틀’ 사건에 방관했던 반 아이들은 제3의 아이가 자신일까 봐 서로에게 화살을 돌린다. 결국 각자가 느끼는 죄책감으로 자신이 가해자일 것 같은 세 명의 아이들만이 머리를 맞대고 용기의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사건 당일 목격자들을 찾아 인터뷰하면서 용기가 행동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고 용기의 행동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교실에서 행해지는 괴롭힘으로 인해 용기가 받았을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용기에 대해 알아낼수록 주변 인물들과 지난 시간의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드러난다. 용기에 대한 관심은 서로의 우정과 도덕적 양심을 발견하게 하였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집요한 수사방식과 기발한 유추는 교실 속에서 방관했던 모두가 또 다른 가해자임을 깨닫게 해 준다. 아니, 어쩌면 타인의 아픔에 관심과 공감을 못하는 어른들의 민낯을 아이들에게 들키는 기분이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오래 보는 관심은 예쁨을 알아보는 진정한 눈을 갖게 할 것이다. 박용기에게 다가가는 3인방처럼 말이다.
《방관자》 제임스 프렐러 지음|김상우 옮김|미래인|2012 학교 폭력이나 왕따가 있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방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자 편을 들 경우 내가 곧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지 않는 한 내 힘으로 교실 평화를 이뤄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두려움에 맞서 용기를 낸 친구가 있다. 《방관자》의 주인공 ‘에릭’이다. 열세 살 에릭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를 따라 엄마의 고향으로 이사 온다. 전학 온 학교는 역시나 외롭고 낯설다. 그런데 ‘그리핀’이라는 유독 돋보이는 친구가 있다. 인기 많고 잘생겼으며 어른들에게 예의가 바른 모습에 친구들은 우상처럼 그리핀을 따른다. 그리핀 역시 에릭에게 호의적이다. 에릭은 그리핀을 친구로 생각하며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둘의 사이가 더 가까워질 무렵 에릭은 우연히 그리핀 무리가 학교 친구 ‘할렌백’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게다가 그리핀이 에릭의 집에 놀러 왔을 때 동생의 돈과 아버지가 선물한 CD를 훔쳐간 것도 알게 된다. 에릭이 수업시간에 듣게 된 ‘무서운 침묵의 방관자’라는 단어는 에릭의 양심에 질문을 던진다. 결국 에릭은 용기를 내어 왕따를 당하는 할렌백을 도와준다. 그러나 할렌백의 배신으로 되려 에릭이 왕따의 피해자가 되고 그리핀 무리에게 둘러싸여 구타를 당하기까지 한다. 에릭은 그리핀에게 맞대응할 방법을 생각한다. 책 속에서 전개되는 답답한 상황들과 구타를 당하는 에릭의 모습에 마음이 쓰렸다. 하지만 에릭은 생각지도 못한 전술을 펼친다. 그리핀이 훔쳐간 걸 다시 가져오고 그리핀에게 그만하라고 당당히 말한다. 또한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받는다. 무서운 침묵이 폭력의 원인이라면 침묵을 깨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에릭은 방관자의 침묵 자체가 학교 폭력에 동조하는 메시지라는 걸 알려 준다. 우리 주변에는 또 다른 에릭들이 존재할 것이다. 분명, 무서운 침묵에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몫은 무엇일까? 에릭처럼 침묵을 깨는 순간 아이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일으켜 주어야 한다. 부모의 관심과 자신을 지지해 주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에릭처럼 상처를 받더라도 문제를 피하지 않고 꿋꿋이 그에 맞서려 용기를 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