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강과 템스강… ‘서울링’ vs ‘런던 아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입력 2023.03.10 21:31업데이트 2023.03.11 00:36
0311 여론3 만물상
클로드 모네가 런던 사보이 호텔에 묵으며 1903년 그린 템즈강 워털루 브리지 그림.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는 런던 템스 강변 사보이 호텔에 묵으면서 워털루 다리 그림을 41점이나 남겼다. 호텔 발코니에서 워털루 다리가 그때그때 연출해내는 빛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했다. 1889년 문을 연 사보이 호텔은 세계 처음으로 전등과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던 호텔이다. 템스강이 보이는 객실을 38개 갖고 있다.
▶호텔 앞쪽으론 크루즈선(船) 운항사 ‘우즈실버플리트(Wood’s silver fleet)’가 있다. 홈페이지를 보면 금년 12월 31일 밤 요트를 타고 식사·와인을 즐기며 새해를 맞는 프로그램을 1인당 595파운드(약 94만원) 가격에 벌써 예매 중이다. 템스강을 누비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12인승 수상 택시도 영업 중이다.
▶사보이 호텔 부근 템스강 강폭은 300m 정도다. 서울 한강의 3분의 1도 안 된다. 유수량(流水量)도 초당 평균 65.8㎥로 한강(613㎥)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템스강 명물 런던브리지 지점의 수심은 1.5m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템스강에선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의 조정 경기(The Boat Race)가 열린다. 이때 25만명이 템스강에 나와 경기를 관람하고, 영국인 900만명 등 세계 2억명이 TV로 시청한다.
▶한강에선 모네의 ‘워털루 다리’ 같은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한강을 조망하는 강변 호텔도, 레스토랑도 거의 없다. ‘강변’이란 이름의 리버사이드 호텔도 한강변에서 1㎞나 떨어져 있다. 강변 레스토랑으론 2014년 개장한 세빛섬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유람선도, 수상스포츠도, 강변 카페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강 양쪽이 자동차 전용도로로 막혀 강으로 접근 자체가 어렵다.
▶오세훈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2.0 버전’으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이 바큇살 없는 고리 모양의 서울링이다. 높이 180m로, 템스강 런던 아이(135m)보다 높다. 90m 높이 난지도 하늘공원 위에 세우면 전망 높이로는 세계 최고가 된다. 서울시는 난지도 매립쓰레기를 걷어내고 그곳을 첨단 도시로 개발하자는 제안도 검토해봤지만, 매립지 상단을 냄새 차단용 플라스틱 시트로 덮어씌운 사실을 확인하곤 선택지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빗물이 안으로 스며들지 못해 쓰레기 분해가 도무지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링도 훌륭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한강에도 세계적 랜드마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