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시리즈-----제99편.애기사과나무
후박/전원일
십수년전 청강한 대학원 특강에서 두분의 강의는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강의를 하신분은 독일에서 유학했다는 부산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계신분이고(죄송하게도 존함을 잊었다) 또 한분의 강사로 초빙된 분은 당시 연세대학교에 재직하셨던 송자 총장님이셨다 첫수업은 부산대학교에서 오신 교수님이셨는데 그는 우리나라의 문화중에서 향후 십년후에는 동문회는 쇠락해지고 대신 사이버 공간을 통한 동호회 중심의 모임이 엄청나게 활성화가 이뤄질것이라고 예견했다
강의를 듣던 대학원생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못믿어워 하는 눈짓으로 강사를 쳐다보곤 했는데 그분의 강의를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자신이 독일에서 유학하던 80년대초에 매주 토요일만 되면 대학 캠퍼스의 아름드리 나무에는 수많은 동호회에서 모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는데 유럽이나 북미권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은 취미와 관련한 레저 활동 중심으로 끈끈한 우정을 쌓았고 그런 동호인을 중심으로 토요일부터 야외로 혹은, 연극이나 음악회 같은 곳을 찾아가서 감상을 한후 마친후는 그날에 느낀점을 토론하는 장을 연다고 했다. 또, 학생들은 그런점에 아주 익숙해 있었다고 했고 그중에 특히 인기 있는 동호회는 사이클이어서 그들의 행렬은 장관을 이루었다고 덧붙혔다
그러나,나머지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지역에서 유학온 학생들은 그와는 다르게 유학온 나라 출신들 끼리 호프집으로 몰려가서 동문단합대회를 연다고 했는데 제3세계 국가들 중 선진국형 레저니 취미를 중심으로 하는 동호회에 참여하는 나라 학생은 유일하게 일본 유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3세계에서 유학온 학생들의 모임은 학교를 졸업하고 모국으로 돌아가서는 유학파 그룹을 형성해서 학맥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실력과 능력에는 상관없이 인맥 고리를 만들어 나라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만든다고 우려했고 우리나라도 민주주의가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으니 머지 않아 유럽이나 북미같은 선진국형 모임이 될꺼고 학맥도 붕괴되리라고 조심스럽게 내다 보았다 그 당시만해도 동문회라는것이 엄청나게 활성화되었던 시절이라 학생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의 강의가 놀라움으로 받아 들여진다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와서 지난 80년대와 비교를 해보면 인터넷 문화가 엄청나게 발달되어 인터넷에서 해가 뜨고 인터넷에서 해가 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인터넷 문화는 우리와 밀접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동호회와는 달리 해마다 개최되는 동문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을 견주어 볼때 석학(碩學)의 예지력(豫知力)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두번째 강의는 송자 총장님의 특강이었는데 송자 총장님은 미래의 대학에 대한것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화되면 될수록 독신자가 많이 생기고 출산율도 현저히 떨어져서 학생숫자가 엄청나게 줄고 초등학교부터 폐교가 많이 생길것이고 결국 대학에도 정원을 줄이는것이 불가피하고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은 대학간 통폐합이 이루어질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대학들은 문을 닫게 된다고 예견했다 물론 출산율 통계에서 그 원인을 분석했겠지만 정확한 예지력(銳智力)이 아닐수 없다 그런 예는 몇년후에 정확하게 나타났는데 상주대학이 경북대학교에,밀양대학이 부산대학교에 흡수통합된것이 좋은 본보기라 할수 있으며 수많은 초등학교가 폐교가 되고 있고 중등학교도 마찬가지로 현재 진형형이다
십수년후 지금와서 보니 딱 맞아 떨어진 명강의였다 작금에 있어서 경쟁력이 없는 4년제대학은 물론 전문대학에서는 우수학생은 차치하고 입학 정원을 못채워 안절부절하고 있는게 현실이 되었다 대학강의에 신경을 써야될 교수들이 학생모집을 하기 위해 방학기간엔 보따리 장사처럼 뛰어다니고 있으니 대학의 질이 떨어질수 밖에 더 있겠는가. 물론, 대학의 질보다 우선 학생이 없으면 폐과가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교수직이 달아나 버리니 호구지책을 위해서라도 뛰어다녀서 학생모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것 같고 미달이 속출한 대학에서는 그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대학간 통폐합을 할수밖에 없을것이고 그렇게라도 생존하지 못하면 대학에 공장을 시설할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역시 석학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렇게 꿰뚫었던 그분들의 강의를 지금에 와서 다시 듣고 싶은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는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껀지 궁금하고 두렵고 답답해서이다
앞으로 인터넷 문화는 어떻게 변모해갈것인가? 쉬운 예로 수십만개가 넘는 카페들 중에 살아 남는 카폐는 몇개가 되고 지지부진한 카폐는 도태될것인가?혹은, 카폐도 통폐합이 이뤄질것인가? 또, 어떤 이슈를 가지고 카폐를 운영해야 쇠락하지 않고 번성할것인지? 혹은, 카폐지기는 물론 운영자나 회원들도 어떤 자격 검정이라도 거쳐야 될것인지 앞으로의 미래가 자꾸 궁금해진다. 특히,연예인이나 유명인 악플사건으로 네티즌 실명제를 운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카폐도 하나의 경영학적 측면까지 내다봐야 된다는 조심스런 결론을 맺는다
그리고,도시와 농촌할것 없이 곳곳에 무슨 궁전같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들을 보면서 가뜩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일정한숫자의 아동이라도 있어야 운영이 되고 적자를 면할텐데 그렇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것은 장성한 나의 아들 셋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아들부터 결혼을 하지 않던지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던지 낳아도 하나만 낳을려고 하니 남의 일이 아니질 않은가. 또, 급격히 줄어드는 출산율과 반비례해서 늘어만 가는 실버인구는 어떻게 할껀가? 나는 지인들과 만나면 이런말을 자주한다 "향후 이십년후가 되면 초등학교보다 노인대학이 더 많아 질꺼야"라고 말이다. 영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질 않은가
물론 ,출산을 기피하는것을 어느 개인의 탓으로 말할수는 없다 우리같이 베이비 붐 세대의 부모님들은 예사로 5~10명의 자녀를 두었고 양육비도 적게 들었지만 지금은 그에 비할바가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들의 공통점이 미래를 예측할수 없는 경제상황으로 빚어진 양육비 문제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게 예삿일인가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이상 가정이라도 아이를 많이 출산하기를 바래야하나? 그렇지 못하면 상류지도층에서 더 많은 재화(財貨)를 사회에 환원하기를 바래야 하나?
결실의 계절 가을에 초롱초롱 맺혀 있는 애기사과나무 열매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봄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후 가지마다 빼곡하게 열매를 매단 모습을 보면 애기사과나무는 어떻게 저 많은 자손을 키우고 그 열매는 후손을 만드는것을 보며 상념에 잠긴다 .그 많은 열매를 만들면서도 크고작음이 없이 비슷한 크기의 열매를 만들수 있다는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이 하나도 양육하기 힘들다고 아이를 갖지 않는 젊은 부부를 보면서 애기사과나무의 양육능력에 경외심까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