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의 직계이자, 30년 정치동지랄 수 있는 '동교동계'의 해체를 지시해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1월
2일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후 국내정치 문제에 초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동교동계'라는 용어의 사용이나 그러한
이름의 모임도 없었으면 좋겠으며 동교동계라는 것을 이용하는 일도 없도록 해달라는 뜻을 자신을 통해 민주당 인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퇴임후 평범한 국민,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직
대통령이 성공하고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세계가 평화를 유지하도록 협력할 것이며 국내정치에 대한 개입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구랍 31일 청남대로 박 실장을 불러 퇴임후 국내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동교동계'라는 말이나 모임, 이용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DTOP1@ 이는 김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역정을 같이해 온 동교동계가 소멸됐음을 천명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써 동교동계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김 대통령이 박 실장을 통해 언급한 '동교동계 해체' 메시지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김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퇴임후 전직 대통령으로서 입장과 행동반경이 예측가능하도록 확실히 천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로써 김
대통령은 퇴임후에 동교동계라는 특정정파를 기반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 이는 퇴임후 이런저런 발언으로
정치에 개입해온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달리 차별화된 길을 걷겠다는 것은 예고한 것이다.
이것은 후임자에게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의
물꼬를 터 주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출범에 앞서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의 진통을 겪고 있는 민주당을
백지상태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박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 시무식에서 "김 대통령이 노무현 당선자가 국정을 완전하게 파악해 성공적으로 취임할 수 있도록 정권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우리는 협력만 하면 되고 모든 영광과 발표는 새 정부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라고 강조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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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상도동계'는 어찌
됐나?
동교동계와 함께 한국 현대정치의 양대산맥을 형성했던 상도동계도
문민정부를 탄생시켰지만, 98년 김 전 대통령의 퇴임을 전후해 내부 알력으로 사분오열되면서 사실상 해체의 길을 걸었다.
상도동계
수장이었던 최형우 고문과 2인자였던 서석재 의원은 민주산악회와 나사본 등 조직 장악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을 벌여왔고, 다른 한편에선 대통령 차남
현철씨와 김덕룡 의원이 세대결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과정을 거치며 상도동계는 이회창 이인제 후보에 대한 지지여부에 따라
한나라당 잔류파와 국민신당파로 분열됐고, 한나라당 잔류파도 신주류와 비주류로 분류되면서 구심점을 잃었다.
김대중 정부 5년을
거치면서 YS는 반 DJ 노선을 천명하며 민주산악회 재건을 통한 세규합을 시도했지만 민주계 대부분이 가담을 회피하면서
실패했다.
3김 시대가 막을 내리는 현 시점에서 상도동계는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 박관용 국회의장,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
강삼재 의원 등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각개 약진중이다. / 연합뉴스
특히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2월 25일부터 열린다"면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노 당선자가 국민의 정부의 상징인 햇볕정책, 경제정책,
대외정책 등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과 박 실장은 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하는 데 예상되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노무현 차기대통령에게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곧 김대중 정부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박 실장이 시무식에서 밝힌 '양들의 효행 이야기'는 이런 메시지와 부합된다. 박 실장은 "계미년은
양의 해이며 양은 효를 상징한다"며 "양은 무릎을 꿇고 어미의 젖을 빨기 때문에 은혜를 아는 동물로 여겨지고 있으며 늙은 아비에게도 젖을 빨리며
노후를 봉양하기에 효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은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기도 하다"면서 "금년은 효와 정의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또한 '동교동계 해체' 메시지를 통해 김 대통령 직계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동교동계가 당 개혁 과정에서 여전히 집단행동을 하면서 '계보정치'와 '세 대결'이라는 구시대적 정치 행태를 계속해 '제2창당'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곧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당권경쟁에 끼어 들지 마라'는 경고 메시지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더 나아가 정치권이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김 대통령과 동교동계를 이용할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박 실장은 이런 김심(金心)을 전하면서 "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를 구성, 당을 정비하면서 당권경쟁이 있을 텐데 그런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민주당 정치에 김 대통령을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내
개혁파가 동교동계를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은 물론 특정 세력들이 '동교동계'라는 명목의 모임을 통해 '김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른바
'김심'을 왜곡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갑 대표의 '당권 불출마선언'에도 불구하고 정균환. 박상천 최고위원
등은 '세 대결'을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동교동계 해체' 메시지는 민주당 개편과정에서 예상되는 이른바 개혁세력의
동교동계 고사(枯死)작전에 대한 '선제조처'라는 의미도 갖는다.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한 다선 의원의 보좌관은 "'동교동계 해체'
발언을 듣고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때 살 길이 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문이 떠올랐다"면서 "DJ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사즉생'(死卽生)"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와 관련 "양김씨가 이끈 민주화운동 시대의 종말과 소임의 완료라는
측면에서 일단 타이밍과 모양새가 좋고 역사적 의미도 있다"면서 동교동계 해체 발언에는 한마디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의 시대정신의
발현'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무튼 이처럼 김 대통령이 퇴임후 정치불개입을 명확히 하면서 동교동계가 사실상
소멸되었음을 선언함에 따라 그 동안 김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적 이념과 진로를 같이 해온 동교동계의 실질적 해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권 불출마선언'을 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또한 이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 마무리와 함께 동교동계가 맡았던
역사적 소임은 다했다"면서 "2002년 대선을 통해 확인된 새로운 정치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동교동계의
해체를 재확인했다.
박지원 비서실장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이미 어제 박 실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라며 언론에서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대통령의 메시지는 동교동계의 상징 인물인 권노갑 고문의 '정계은퇴 선언'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동교동계'라는 말은 김 대통령의 자택 소재지인 동교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 소재지에서 유래한 '상도동계'와 함께 한국 제도권 정치의 양대 민주화 세력으로 분류되어 왔다.
특히 김 대통령이
지난 71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이후 군사정권 시절 각종 박해와 탄압을 받을 당시 자신을 따르는 측근과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교동계는 군부독재 치하에서 고문 같은 극한적인 경험을 공유한 가운데 자기방어적인 기제에서 출발해 상도동계와는 다른 끈끈한 응집력을 가졌으나
이번 해체 발언을 계기로 30여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DJ의 '동교동계 해체' 메시지 어떻게
나왔나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별장인 청남대에 내려간 것은
12월31일 오전.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박지원 실장을 불러 '동교동계 해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실장은 이날 청남대에서 '동교동계 해체' 메시지를 전달받은 한편으로 김 대통령으로부터 심하게 질책을 받았다. 그 질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벌여 부당내부거래를 한 15개 신문·방송사에 부과했던 182억원의 과징금 전액을 지난 12월30일
취소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이 전형적인 정권말기의 '봐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으로부터도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비판을 받자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그 경위와 관련해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그것은 공정거래위 민간위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어서 청와대가 관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전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김 대통령도 그런 정황을 보고받고 이해했으나 오해의 소지가 컸던 부분에 대해서는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날 밤에 서울로 돌아온 박 실장은 새해첫날인 다음날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찾아온 비서관, 출입기자들과 신년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박 실장은 공관을 찾은 출입기자들과 낮부터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박 실장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많이 마신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 자리에서 "청남대에 다녀왔다. 내일(1월2일)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슬쩍 운을 뗐다. 일부 기자들이 "신년 메시지가 뭐냐"고 캐물었다. 그러자 박 실장은 정색을 하고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대한민국 국운이 융성한다는 메시지다"고 넘겼다. 그 말에 기자들도 웃음으로 넘겼다.
그러나 박 실장은 이미 권노갑 전 고문·한화갑
대표 등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비장한 목소리로 '김 대통령의 말씀'이라며 '동교동계 해체'라는 김심(金心)을
전달했다. 청와대의 한 소식통은 "수십년 넘게 DJ와 고락을 함께 한 동지들인데 자연스레 '지금은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위로의 말이
건네어지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동교동계 해체' 메시지는 전적으로 김심이 아니라 박지원 비서실장 등 오랜
참모들의 고민과 이미 '불출마선언'을 한 한화갑 대표의 건의가 교감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동교동계는 상도동계가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상도동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늘 강박관념처럼 지녀왔다"면서 "이번 해체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 말했다.
김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퇴임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내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 개선이나 세계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나는 앞으로 김
대통령이 퇴임한 후 세계평화와 한반도 안정 등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지원 실장은
"그동안 일부 정치세력과 국민 사이에 정권에 대한 가혹한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외신과 때를 같이해 네티즌 사이에서도 김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 5년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역설해 관심을
모았다.
박 실장의 한 측근도 "박 실장은 퇴임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동교동과 가까운 마포쯤에 사무실을 얻어 DJ를 보필할 뿐
정치할 뜻은 전혀 없다"고 귀띔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출범에 앞서 구시대 정치의 유산을 청산, 새로운 정치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동교동계를 보호하려는 DJ의 뜻과 DJ가 퇴임후 국내정치와는 발을 끊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족과 역사를
위한 역할에 전념하려는 의지를 구현시킨다는 의미에서의 충정이 이심전심으로 '동교동계 해체' 지시로 나타난 셈이다. / 김당 기자
첫댓글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만으로도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그러함에도 외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시고 오는 봄에는 북한 방문을 계획이 짜여있지요.. 냉혹할 정도로 동교동계를 해체하라는 말씀은 충격이었고,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첫댓글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만으로도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그러함에도 외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시고 오는 봄에는 북한 방문을 계획이 짜여있지요.. 냉혹할 정도로 동교동계를 해체하라는 말씀은 충격이었고,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