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밀리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23 아이덴티티를 보고 왔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그렇게 낯설지 만은 않은 ‘다중인격’을 다룬 이야기로 주연인 맥어보이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 쏟아져 기대감을 갖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스토리텔링이 아쉽다는 거였습니다. 흥미로운 소재를 가져와서 제대로 활용을 못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이 영화의 단점은 어렵지 않은 얘기를 어려운 척 한다는 느낌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러닝타임안에 23개의 인격을 다 보여주는 게 어렵긴 하겠지만 리더 격이였던 배리와 본체인 케빈의 이야기가 좀 더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패트리샤, 헤드윅, 데니스가 주로 등장을 하는데도 셋의 의중을 알기가 어려워요. 패트리샤에게 어떤 신념이 있다고 했는데 대체 그 신념이란 무엇인지 단순히 비스트를 만나기 위해 모두를 장악한 건지 어린 아이인 헤드윅이 어떤 식으로 불빛으로 데니스와 패트리샤를 데려온 건지 너무나 불친절할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아서 모든 건 추측뿐이고 그닥 어려운 내용의 영화가 아님에도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더군요. 물론 세 편의 영화가 이어지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다음 영화를 위해 남겨놓은 떡밥일 수 있지만 너무 의문만 던져놓은 채 해결된 게 없는 것 같아요. 단독작품으로 분리해서 보면 매우 불친절한 것 같아요.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케이시의 캐릭터의 활용인데 중간중간 케이시가 아빠와 삼촌으로부터 사냥의 기술을 배우는 장면이 등장해서 나중에 비스트가 등장했을 때 케이시가 뭔가를 보여주겠구나.. 라고 기대했는데 괴기스러움을 온 몸으로 내뿜던 또라이 같은 비스트가 케이시의 학대 흔적에 ‘넌 순결하구나’ 라며 돌아서던 장면에 맥이 빠지더군요(다만 이 씬의 맥어보이의 연기는 정말 미친놈 그 자체였어요) 케이시 역할이 다음 영화에도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보여줄 듯 보여줄 듯하고 끝나버린 게 너무 아쉬웠어요
스토리는 아쉽지만 연출과 연기는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밀실이 주는 음산함과 케이시의 시선으로 삐뚫게 보여지는 장면들이 좋았어요 저는 약간 이런 류의 연출에 약해서 그런지 좀 무서웠어요. 무서워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싶었고 어젠 꿈자리도 좀 뒤숭숭했고요 .... ㅋㅋ 맥어보이의 연기가 다 살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름 돋게 잘했어요. 데니스, 패트리샤, 헤드윅, 비스트 각각 인격의 디테일을 잘 살렸어요. 그래서 다른 인격들이 더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케이시캐릭터의 활용이 아쉬운 것도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였어요. 처음보는 배우인데 연기가 좋더라구요. 신비하기도 하고 의뭉스럽기도 하고 공포에 떠는 연기도 잘했고... 다음 시리즈에서도 꼭 나왔으면 싶네요.
스토리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 영화의 세계관이 좋아서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됩니다. 이어지는 세계관을 가진 언브레이커블도 찾아보려고 해요. 이 영화도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더라구요. 샤말란감독이 최근작이 그저 그랬는데 간만에 흥미로운 작품을 내놓은 것 같아요. 제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반입니다!
첫댓글 리더 격이였던 배리와 본체인 케빈의 이야기가 더 나왔었음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해요..!!
저드요 ㅠㅠㅠ 제목을 너무 믿고가서ㅜ그런가 ㅠㅠㅠ 인격을 많이 못본게ㅡ아쉬우ㅏ요